[SIRI=이수영 기자] [유로2020 파헤치기]는 이번 유로2020의 표면적인 경기 결과 리뷰를 넘어, 대회 배후에 놓인 흥미로운 요소들을 파헤쳐보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 기사에서는 스포츠에서의 명명 권을 소재로 왜 몇몇 구장이 유로2020에서 통상 명칭이 아닌 UEFA 명칭으로 불리는지에 대해 다뤘다.

이번 편에서는 유로2020에 후원사로 참여한 스폰서를 소재로 다루고자 한다.

# 유로2020 12개 공식 후원사

유럽축구연맹(이하 UEFA)에 따르면 이번 유로2020 공식 후원사는 다음의 총 12개 기업이다.

단순한 수치로 따졌을 때 최근 펼쳐진 유럽 선수권 대회(이하 유로) 가운데 가장 많은 스폰서 개수다. (유로2008(10), 유로2012(9), 유로2016(10))

유로2016부터 UEFA가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이하 유로) 참가팀 수를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확대하면서 자연스레 유로 대회 스폰서 수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많은 기업이 거금을 들여서라도 유로 대회와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자 하는 것일까?

# 스포츠와 스폰서의 공생관계

프로 스포츠에서 수익을 발생시키는 3대 요인은 경기장 수익, 스폰서 수익, 중계권 수익이다. 이는 구단, 협회, 대회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일종의 법칙과도 같다.

대표적으로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지난 2019년과 2020년 벌어들인 수익을 살펴보면 이 세 가지 경로가 얼마나 스포츠 구단에 큰 수익 창출 원으로 작용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나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로 인해 2020년에 비해 2019년 총 수익이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스폰서 수익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스폰서 계약의 경우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해 무관중 경기가 펼쳐진다 한들, 변하지 않는 고정적인 수익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로 대회도 마찬가지다. staista가 공개한 지난 유로2016 수익 추정치를 살펴보면, 무려 10억 달러가 중계권으로부터 나왔다. 입장권 수익과 스폰서 수익은 각각 5억 달러, 4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렇듯 스폰서는 스포츠 구단과 기관이 수익을 창출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스폰서가 사라진다면 프로 스포츠 산업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함축하고 있기도 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스포츠 기관과 기업은 스폰서 계약 체결을 통해 어떤 상호 간 이익을 챙겨갈까?

먼저 스포츠 기관으로서는 명확하다. 직접적인 운영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단들에 스폰서는 밥줄이자 생명이다. 프로스포츠에서 스폰서는 흔히 타이틀 스폰서와 서브 스폰서로 나뉘곤 하는데, 모기업이 없는 시민구단 같은 경우 서브 스폰서 역시도 굉장히 중요한 수익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매 순간 계약 체결을 위해 사활을 다한다.

과거 인천유나이티드의 사례를 보면 이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인천유나이티드는 서브 스폰서가 이탈하자 광고 수입이 감소했고 심각한 구단 재정난으로 이어져 결국 20억의 세금이 긴급 수혈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례를 볼 때 스폰서는 구단 운영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자, 큰 수익창출원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후원 기업으로서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나 유명 구단 등을 후원하면서 자사를 널리 홍보할 수 있다. 지난 기사에서 다룬 바 있는 명명 권(naming rights)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쉽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기업이 대게 해당 이벤트에서 독점권을 갖게 된다는 사실이다. 한 분야에서 한 기업만을 스폰서로 체결함으로써 기업이 더욱 더 높은 상업 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예를 들어 한 카드사가 대회 공식 스폰서로서 모든 경기 티켓 결제를 해당 카드로만 가능하도록 한다면 기업이 얻게 되는 효과는 막대할 것이다.

# 얻을 수 있는 이익만큼이나, 잃을 수 있는 손실도 큰 로또 투자스폰서

그런데 관점을 돌려보자. 과연 스폰서가 스포츠 이벤트에서 공식 후원사로 등장하면서 긍정적인 이익만을 챙겨갈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아닌 게 더 이상하다.

그러나 만약 해당 이벤트에서 후원사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이 찍히는 경우라면 어떨까? 더 나아가 유명인이 후원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동을 이벤트 도중 한다면 어떨까?

흥미롭게도 이번 유로2020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꽤 많이 연출됐다. 과연 무슨 일이었을까?

# 개인의 자유인가, 비판받아 마땅한 행위인가

우리나라에선 ‘노 쇼(no-show)’ 사건으로 낙인이 찍혀 있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월드 스타로 평가받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그는 지난 헝가리와의 조별 리그 1차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책상 위에 놓인 콜라를 옆으로 치우며 모두를 당황케 했다.

동시에 그는 취재진에게 포르투갈어로 물을 뜻하는 “아구아(Agua)”라는 말을 내뱉었다. 호날두는 본인 아들까지도 콜라를 마시지 못하게 하는 등 식단 관리에 매우 투철하기로 유명하다. 본인의 자기 관리 신념을 전 세계인이 볼 수 있는 기자회견장에서 그대로 표출한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해당 콜라가 바로 유로2020 공식 후원사 코카콜라의 제품이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인스타그램 팔로워 3억 명에 육박하는 호날두가 코카콜라를 책상 옆으로 치우는 해프닝이 일어나자 코카콜라의 주가는 하루 만에 1.6%가 하락했고, 시가 총액을 따졌을 때 약 4조 5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과연 ‘나비 효과’라는 말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 호날두를 향한 따가운 시선

그렇다면 호날두의 이런 행동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단순히 호날두 개인의 취향과 욕구를 존중해야 할까?

공교롭게도 여론은 그렇지 않다. 많은 축구팬들은 호날두의 행동을 두고 “호날두의 행동은 대회에 거액을 투자하는 후원사를 모욕하는 몰상식한 행위다. 프로선수답지 못한 행동이었다.”라며 높은 강도의 비판을 퍼부었다.

유로와 같은 메이저 대회의 스폰서는 대게 막대한 금액을 후원에 사용한다. 그들이 그렇게까지 투자하는 이유는 대회를 통해 그 이상의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후원을 받는 대회로서도 스폰서의 투자 없이는 정상적인 대회 운영을 하지 못한다.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코카콜라는 명백하게 광고비를 지출하고 기자회견장 책상 위에 음료를 올려놓은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운동선수가 자기관리를 위해 음료를 섭취하지 않는다 한들 음료를 마음대로 치울 수 있는 권리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기업들의 이러한 후원과 투자가 있기에 선수들도 연봉을 받고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스폰서의 존재와 선수들의 선수 생명이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개인 스폰서도 존재하고, 대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 월드 스타 호날두가 이런 행동을 펼쳤다는 점에서 팬들의 실망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 너도 나도 호날두 따라 하기

호날두와 코카콜라 해프닝이 일어나자, 프랑스의 폴 포그바와 이탈리아의 마누엘 로카텔리 역시 유사한 행동을 보였다. 각각 하이네켄과 코카콜라를 대상으로 음료를 기자회견장 책상에서 치우는 행동을 펼쳤는데, 포그바의 경우 종교적인 이유에서 벌인 행동이라고 언론들은 추측하고 있다.

특히 포그바는 하이네켄을 치운 해당 경기에서 SOTM(Star of the Match)로 선정됐는데, 포그바를 SOTM으로 선정한 회사가 공교롭게도 하이네켄이었다. 웃프게도 공식적인 굴욕을 당한 셈이다.

한편, 호날두와 정반대 행동을 펼친 선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주장 얀드리 야르몰렌코는 북마케도니아와의 조별 예선 경기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호날두의 행동을 풍자하듯 책상 위에 놓인 코카콜라와 하이네켄을 본인 앞으로 끌어모았다. 동시에 “코카콜라와 하이네켄을 내 앞에 두겠다. 언제든 연락 달라.”라는 말을 남기며 유쾌한 풍자를 선보였다.

이밖에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 러시아 감독은 핀란드와의 경기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카콜라를 시원하게 마시는 모습을 선보였으며,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벨기에 감독 역시 “벨기에 대표팀은 코카콜라를 즐겨 마신다.”라고 언급하는 등, 재치 있는 행동으로 호날두를 풍자했다.

결국 UEFA는 선수들에게 후원사 물품을 치우는 움직임을 멈춰달라고 당부했고, 특별한 사유 없이 이런 행동을 재차 보이면 팀에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날렸다.

호날두가 쏘아 올린 작은 공. 호날두가 어떤 구체적인 의도를 가지고 코카콜라를 치웠는지는 본인만 알겠지만, 그의 행동이 대회 후원사를 무시한 가벼운 행동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스폰서는 스포츠 대회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자 주요 자금 조달원이다. 그리고 스폰서가 존재하기에 스포츠는 발전한다. 운동선수들은 스포츠 대회 운영에서의 스폰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수영 기자(dnsall123@gmail.com)

[2021.07.09. 사진=유로2020 공식 SNS, 포르투갈 대표팀 공식 SNS, 인천유나이티드 공식 SNS, 코카콜라 공식 SNS, 직접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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