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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이수영 기자]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한국축구대표팀이 어제(31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3대6 대패를 당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동경이 맹활약하며 환상적인 두 골을 뽑아냈지만, 수비에서의 불안함을 극복할 수는 없었다.



이로써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한국대표팀은 두 대회 연속 4강 문턱에서 좌절하는 쓴맛을 보게 됐다.

결과는 아쉽지만 대회를 통해 우리 대표팀은 무한한 가능성과 헌신을 보여줬다. 선수들이 이를 발판삼아 내년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랄 뿐이다.

  • 올림픽 축구의 기본적 이해

필자는 탈락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한 가지 흥미로운 주제를 꺼내 이야기해보려 한다. 바로 우리나라 올림픽 역사에서 축구와 메달이 갖는 관계에 대해서 말이다.

축구를 즐겨보지 않고 메가 이벤트 대회에서만 붉은악마를 응원하는 국민들은 축구 종목을 볼 때 꽤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월드컵에서 봤던 선수들이 올림픽에서는 한 명도 보이지 않고, 때로는 올림픽 선수단에서 기존에 알고 있던 선수가 한 명도 출전하지 않은 경우도 겪어봤을 것이다.

더불어 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만 하더라도 하다못해 언론에 ‘대성공’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오지만,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따지 못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대회’라는 당최 알 수 없는 말들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사실 이 모든 해프닝의 시작점은 올림픽 축구만의 규정인 ‘U-23 룰’에 있다. U-23세 룰은 우리나라 국민들로 하여금 올림픽에서 축구 종목에 대한 기대치를 불러일으키게 했고, 실제 선수들은 이를 활용해 그 기대치를 국민들에게 보답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규칙이 근본적으로 국민들이 월드컵에서는 자주 보지 못한 선수들을 올림픽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올림픽 축구 엔트리 규정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축구 종목에는 U-23 대표팀 참가가 원칙이다. 하지만 이 두 대회에서 23세가 넘는 선수가 뛸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와일드카드’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와일드카드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각 국가가 23세가 넘는 선수를 최대 3명까지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번 2020 도쿄올림픽의 경우 우리나라는 황의조, 권창훈, 박지수가 와일드카드로 선발됐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가 선발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도쿄올림픽 축구 최종 엔트리 22인은 19명의 23세 이하 선수들과 3명의 23세 초과 선수들로 구성됐다고 이해할 수 있다.

  • ‘U-23 의 역사

올림픽에서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 종목은 남자 축구가 유일하다. 심지어 올림픽 여자축구에는 나이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U-23 룰은 왜 생겨난 것일까? 그 역사를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올림픽은 모두가 알다시피 1896 아테네 올림픽이다. 근대 올림픽은 쿠베르텡 남작의 민족주의적 발상 아래 창시됐다. 그는 올림픽을 스포츠 대회가 아닌 프랑스 청년들의 신체 단련과 국민 사기 증징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다.

이러한 쿠베르텡의 구상은 국제주의의 영향을 받아 세계 청년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그는 스포츠를 통한 세계 청년의 우정과 화합 도모라는 슬로건 하에 IOC를 조직해 1896 아테네 올림픽을 개최했다.

초기 올림픽은 아마추어리즘을 추구했다. IOC의 조직 목적과도 그 궤를 같이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순수한 육체적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아마추어 정신을 중요시한 올림픽에는 무려 약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모든 종목에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했다.

이러한 흐름 속 올림픽 축구에 나이 제한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것은 1982년이었다. 바로 자본주의 국가들이 올림픽 축구에 큰 불만을 품었기 때문이다.

프로리그가 활성화된 자본주의 국가들과 달리, 사회주의 국가들에는 프로 스포츠, 프로 선수라고 하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사회주의 국가들에는 프로급 실력을 지녔지만 신분은 아마추어인 선수가 대다수 포진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실제 소련의 전설적 골키퍼 레프 야신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올림픽에 출전해 1956 멜버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이렇게 올림픽에서 일명 ‘신분 조작’을 통해 우승을 차지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계속해서 등장하자, 자본주의 국가들은 엄청난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1952 헬싱키 올림픽부터 1980 모스크바 올림픽까지 28년간 올림픽 축구는 사회주의 국가들(헝가리, 소련, 유고슬라비아, 폴란드, 동독, 체코슬로바키아)의 독식 체재였다.

이러한 자본주의 국가들의 반발에 힘입어 국제축구연맹(FIFA)은 1982년 올림픽 축구 출전 선수 나이를 23세 이하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축구의 인기 하락을 걱정해 이를 반대하고 이때부터 FIFA와 IOC는 대립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은 1984년 LA올림픽부터 프로 선수들도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지만, 남미와 유럽 선수들은 월드컵에 나가본 적 없는 선수들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절충 아닌 절충안을 내놓으며 대립은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FIFA는 월드컵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올림픽 축구에서의 나이 제한을 주장했고, IOC는 FIFA를 이기지 못한 채 결국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올림픽에 23세 이하 선수만 참가할 수 있다는 ‘U-23 룰’이 등장하게 됐다.

U-23룰 등장 이후 올림픽 흥행에 문제가 생기자 FIFA는 IOC에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을 약속했고, 1996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지금과 같은 ‘U-23 + 와일드카드’ 제도로 축구 종목은 유지되고 있다.

  • U-23 룰이 우리나라에 의미하는 바

유럽과 남미에 축구 강국들이 대다수 포진돼있다는 사실은 축구팬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U-23 룰을 깔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U-23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어린 선수들을 의미한다. 더 익숙한 표현으로는 유망주들이다. 다른 스포츠들도 마찬가지지만 축구 선수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경험치를 먹는다. 감독과 코치진들의 영향력에서 비롯될 수도 있고, 선배 선수들의 조언을 통해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경험치에 크게 작용하는 것은 실전 경험이다. 경기를 더 많이, 오래 뛰어 볼수록 선수는 성인 무대에서 기본적인 적응을 할 수 있고, 본인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것이 기본적으로 클럽들이 유망주들을 단순 후보에 묵혀두지 않고 지속적인 임대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소년 무대와 성인 무대는 갭이 상당히 크다. 우리는 이승우 선수를 통해 이를 실감하기도 했다.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이 23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은 아직 충분한 경험치를 먹지 못한 선수들이다. 이를 뒤집어 이해하면 팀 간 격차가 성인 대표 팀만큼이나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유럽과 남미 축구 강국들은 어린 나이부터 빅 클럽에서 맹활약하는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브라질과 스페인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들은 U-23 대표팀 간 전력 격차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팀은 메달을 향한 일말의 희망을 품을 수 있고, 메달에 큰 뜻이 있는 국가들은 와일드카드 역시 심혈을 기울여 선발한다.

바로 이 와일드카드가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기대하게 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다.

적어도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는 이 와일드카드의 존재가 남다른 의미로 작용한다. 바로 올림픽 메달에는 군 면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병역의 의무가 법으로 규정된 우리나라지만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면 선수들은 군 면제가 보장된다. 이런 나라를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찾기 힘들다. 오죽하면 ‘면제로이드’라는 말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마다 최상의 와일드카드 선발을 통해 태극전사들이 입대 없이 원만한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더불어 유럽과 남미 축구 강국들과 선수들은 올림픽 축구에 월드컵만큼이나 큰 관심이나 비중을 두지 않는다. 물론 몇몇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에 대한 야망을 품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수들은 소속된 명문 클럽과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커리어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 올림픽 출전으로 소속 팀에 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와일드카드 선발 시 선수가 차출 욕심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올림픽에서 찾아보기란 힘들다. 때로는 소속 클럽이 차출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러한 와일드카드를 바라보는 국가 간의 다른 시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로서는 메달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욱 긍정적인 점은 올림픽 축구는 조별 예선 이후 16강 토너먼트가 아닌, 8강 토너먼트로 직행한다.

32개국이 참가하는 월드컵(2022 북중미 월드컵부터 48개국)과 달리 올림픽 축구에는 16개국만이 참가한다.

따라서 각 팀은 토너먼트 진출 후 8강전에서만 승리하게 된다면 3.4위전도 존재하기 때문에 최소 두 번의 메달 획득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것이 올림픽 축구에서 우리나라가 메달을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 항저우와 파리에서의 선전을 기원하며

결과적으로는 아쉬운 도쿄올림픽 축구 8강전 패배였다. 올림픽 축구에 대한 간절함 속에 원하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결과는 누구보다 선수들이 아쉬워할 것이다.

하지만 끝은 없다. 오히려 시작이다. 당장 내년에 항저우에서는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카타르에서는 월드컵이 열린다. 2024년에는 파리에서 또다시 올림픽이 개최된다. 모두 3년 안에 열리는 대회들이다.

이번 도쿄에서의 쓰라린 패배가 앞으로의 새로운 시작에 있어 큰 동기부여가 됐기를 바란다.

이수영 기자(dnsall123@gmail.com)

[2021.08.01. 사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스페인 축구대표팀 공식 SNS, FotMob, KFA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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