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이 17일 서울올림픽 개최 33주년 기념식을 치렀다. 행사에는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다양한 스포츠계 인사들이 참여해 올림픽 개최 33주년을 향한 축하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이번 기념식에서는 서울올림픽 레거시 전략 방향 발표 역시 진행됐다. “올림픽 유산을 넘어, 글로벌 가치가 되다(Beyond Olympic Legacy, Becoming Global Value)”라는 레거시 비전과 함께 서울올림픽이 남긴 경제/사회/문화/도시/평화/스포츠 유산을 재인식하고, 사회문화적 자산으로서 유산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 국가 차원의 움직임이었다.

한편 올림픽과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곤 하면 우리는 종종 ‘흑자 올림픽’이냐 ‘적자 올림픽’이냐와 같이 경제적인 관점에서 대회를 바라보곤 한다. 이는 대회 개최가 적자만을 낳는다는 현실적인 입장과 대회 개최는 눈에 보이는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무형의 효과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장기적인 입장의 대립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올림픽을 더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올림픽 경제 효과와 흑 적자 개념의 차이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 올림픽 경제 효과 VS 흑 적자

KDI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올림픽 경제 효과는 올림픽이 가져다주는 유무형의 경제, 사회 효과를 의미한다. 경제 부문의 효과에는 직간접 효과와 올림픽 유발 효과가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관광객의 소비지출과 스포츠 시설 및 인프라에 대한 투자지출로 인해 해당 산업 내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가 직접 효과에 해당한다. 그리고 대회시설 건설 등 대회 관련 투자와 관람객 및 여행국들의 소비로 인해 관련 산업에서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가 간접효과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대회 개최를 위한 투자로 인해 대회 관련 산업에서 발생하는 생산 유발 효과, 고용 유발 효과, 부가가치 유발 효과 등이 유발 효과에 해당한다.

경제 부문의 효과뿐 아니라 올림픽을 통해 국가와 지역에 대한 국민의 자부심 증가와 이로 인한 국민 통합과 결속, 글로벌 시장에서 개최국 기업들의 인지도 및 인식 향상, 개최국과 도시 이미지 향상 등 올림픽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사회 부문의 효과도 상당하다.

여기서 혹자는 스포츠 시설 및 인프라에 대한 투자지출이 왜 경제 효과에 해당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건축물 건립은 지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경제 효과와 흑 적자 개념 차이를 설명하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 국가 입장에서 올림픽에 필요한 다양한 건축물(경기장, 숙소, 도로 등)을 건설하는 것은 지출일지 모르지만,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건축 회사를 비롯한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돈을 번다. 경제 효과의 개념은 단순히 국가가 돈을 지출했느냐의 개념이 아니라 경제가 순환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지표다.

따라서 우리가 직접적으로 궁금해하는 올림픽 지출 대비 수익이 어떠했냐는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경제 효과가 아닌, 흑 적자 개념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올림픽이 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제 효과에 대한 전망은 연구 기관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이 2011년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해 작성된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의 경제적 효과’라는 논문에 기초하고 있다. 해당 논문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가져다주는 경제 효과를 약 65조 원으로 예측했다. 여기에는 약 21조 원(관광객 대회 경기 지출 효과 4조 7000억 원 + 설비 투자 경제 효과 16조 4000억 원)의 직접 효과와 약 44조 원(관광 유발 효과 32조 2000억 원 + 국가이미지재고효과 11조 6000억 원)의 간접 효과가 포함됐다.

물론 해당 논문 속 여러 지표가 당시 상황을 반영하고 있고 근거 없는 추정치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그러나 잠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접어놓고 보더라도 올림픽이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전망에서 밝힌 직접효과 약 21억 원 중 약 16조 원이 투자 효과고 엄밀히 따지면 이는 수익이 아닌 지출이다. 단순 직접 효과만 분석하더라도 (관광객 지출 수익 약 5조 원 – 투자 약 16조 원 = – 11조 원) 이라는 엄청난 적자가 확인된다.

설령 간접 효과로 인해 직접 효과를 상쇄하고 흑자를 기록하기를 기대한다고 하더라도 간접 효과는 그 존재가 정말 존재하는지도 증명할 방법이 없으며, 혹여나 있다고 한들 무엇이 올림픽으로 인한 효과인지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괜히 많은 사람이 올림픽의 흑 적자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모든 메가 스포츠 이벤트는 흑 적자 개념에서 봤을 때 적자로 기록되며, 영국 옥스퍼드 대학 사이드 경영대학원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역대 올림픽 중 흑자를 기록한 대회는 단 한 건도 없을뿐더러 절반이 넘는 대회가 대회 전 발표한 지출 예상액을 100% 넘게 초과했다.

연구 기관에 따라 간혹 어떤 올림픽은 흑자였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표적인 흑자 사례로 연구되기도 하는 1984 LA 올림픽조차 당시 선수촌 건설 대신 대학 기숙사를 활용했고 단 하나의 경기장도 새로 짓지 않았으며 추가 리조트나 고속철도 건설도 없었다. 이런 점을 볼 때 현재로서 흑자를 기록할 수 있는 올림픽은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할 수도 없다.

올림픽 폐막 후 막대한 양의 시설 관리는 지역 주민의 몫으로 돌아가 엄청난 부담을 안겨준다. 지역 및 국가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리기도 하며 개최지에 큰 희생을 강요한다. 경기장 사후 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리모델링을 반복하며 계속된 지출이 발생하기도 한다. 흔히 경제학에서는 이런 올림픽 후유증을 가리켜 ‘벨리효과(Valley effect)’라고 칭하기도 한다.

  • 올림픽을 통해 뒤바꾼 국가이미지

그렇다면 왜 굳이 적자가 확실시되는 올림픽을 두고 개최하고자 하는 국가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역사상 성공한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여러 사례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1964년 열린 동경 올림픽을 통해 이전의 전범국, 국수주의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모던하고 이국적인 국가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대회에 사용되는 전자 통신 장비 등을 자국 제품으로 보급했고 동경올림픽이 본격적으로 위성 중계가 시작되기도 한 대회인 등 대회 전반에 거쳐 일본의 활기차고 기술력 있는 현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관광국으로서의 발판을 마련한 중요한 대회였다고 이해할 수 있다.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에서도 일본은 능력을 발휘했다. 올림픽 개최를 통해 눈의 도시라는 강력한 인식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심어줬으며 침체돼있고 산업 기반이 미약했던 지역이 관광 핵심 도시로 변화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올림픽 이전 지하철이 삿포로에 연결되며 삿포로의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닦았고 올림픽 이후 스포츠산업, 관광산업, IT산업이 지역 핵심 산업으로 정착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88서울올림픽 역시 국가적 이미지를 완전히 탈바꿈한 결정적인 대회였다. 이전까지 단 한 차례도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낮았던 국가가 올림픽을 치른 사례가 없었지만,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우리나라의 가능성과 힘을 그대로 보여줬다. 대회 개최를 위해 주변 판자촌을 허물고 아파트 단지 및 상권을 새로 조성했으며, 지하철 등 교통까지 확장하며 최빈국이었던 나라가 이룬 엄청난 발전을 전 세계에 알렸다. 88올림픽 이전의 산업화 초기 단계를 넘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하나의 분기점이 된 대회였다고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올림픽 성공 사례를 살펴볼 때 올림픽은 이미 발전되고 관광객이 많은 국가보다 올림픽을 계기로 국가적 이미지를 뒤바꾸고 싶은 저평가된 국가가 개최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보다 커 보이기도 한다.

  • 수치적 관점을 넘어 유산의 관점으로서 바라보는 올림픽

그러나 우리는 경제 효과나 흑 적자 개념을 넘어 올림픽 이후 올림픽이 남긴 유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사회문화적 요소로서 후대까지 사회적 가치로서 이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물론 경제 효과 속에 올림픽 유산의 효과도 포함되어 있긴 하겠지만 보다 직접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올림픽이 남긴 유산을 관리하고 보존할 것인지는 반드시 필요한 식견이다. 동시에 우리가 올림픽을 바라보는 경제적 시각 역시 ‘얼마나 흑자를 낼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적자를 줄일 것인가’로 탈바꿈해야 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이번 기념식을 통해 발표한 88서울올림픽 레거시 전략 방향과 비전 역시 올림픽이 써 내려간 유산을 통해 우리나라 스포츠 역사를 꾸준히 써 내려가고 미래 세대에게 올림픽 가치를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88서울올림픽 이후 올림픽이 남긴 유무형의 유산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확장했다. 서울올림픽 개최를 위해 조성된 올림픽공원은 서울특별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소유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한국체육산업개발이 관리 운영하며 다양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개장 당시의 다양한 경기장들은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국내외 유명 뮤지션들의 공연장으로 잘 활용하고 있고, ‘올림픽홀’은 문화 공연용도로 새로이 준공되었으며, 역도경기장은 리모델링되어 뮤지컬 전용 극장인 ‘우리금융아트홀’로 재개관됐다.

이외에도 다양한 휴식, 전시, 체육활동을 위한 건물과 공원을 조성해 서울올림픽의 정신을 국민이 아직까지 느끼고 행복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올림픽 이후에는 의미 있는 체육 법안들이 다수 제정되기도 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에도 대회를 기념해 도시의 생활폐기물로 오염된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자연생태계로 복원하기 위해 월드컵 하늘공원을 조성했다. 대회를 통해 엄청난 직간접적인 고용 창출 및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더불어 4강 신화를 통해 국민은 올림픽 정신을 마음속에 새길 수 있었고 국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모든 예시가 바로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남긴 경제/사회/문화/도시/평화/스포츠 유산이 어떻게 보존되고 이상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는 이러한 대회가 남긴 유산들을 재인식하고, 사회문화적 자산으로서 유산 활용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필요성과 의무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청년들은 88올림픽과 그 유산을 단순히 지나간 역사의 일부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제8대 UN 사무총장이기도 했던 반기문 IOC 윤리위원장 역시 이번 기념식 기조연설을 하며 오늘날 청년들은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풍요가 바로 서울올림픽의 성공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고 국가 역시 그들이 유산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게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형의 경제적 영향에서 무형의 유산 적 영향으로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 진정한 스포츠 레거시를 이해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이수영 기자(dnsall123@gmail.com)

[2021.09.20.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홈페이지 및 유튜브, 올림픽 공식 SNS, 올림픽공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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