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이강인이 길었던 이적 설 끝에 소속팀 발렌시아를 떠났다. 차기 행선지는 동 리그 소속 마요르카. 기성용이 얼마 전 몸담았던 클럽이기도 해 국내 팬들에게 나름 익숙한 팀이기도 하다.

유소년 시절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발렌시아에 몸담았던 이강인의 이적은 행선지가 불투명해서 그랬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마르셀리노 – 셀라데스 – 보로 – 그라시아 감독으로 이어지는 약 4년간의 발렌시아 프로 선수 기간 이강인은 포텐에 비해 충분한 출전 시간을 부여받지 못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팀 내에서의 입지를 굳히며 그라시아 감독 체제에서는 총 24경기라는 다소 늘어난 출전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이강인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차례 팀 내 불화까지 발생했던 이강인이었기에 그에게 새로운 도전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대목이자 언론에 충분히 가시화되기도 했다.

이강인은 우리나라의 2019 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며 대회 골든 볼을 수상한 세계적 유망주다. 2001년생이라는 젊은 나이도 이강인에 대한 팬들의 기대를 더욱 높인다.

하지만 유럽 축구계에 날고 기는 2000년대 생은 만연하다. 2000년생 홀란드는 벌써 전 세계 탑 급 공격수라는 칭호가 붙었으며 2002년생 페드리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 팀의 핵심 자원이다.

이밖에 유럽 주요 리그만 보더라도 팀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2000년대 생 선수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코 나이만을 이유로 이강인을 언제까지나 유망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이강인 스스로가 충분한 출전 기회와 공격 포인트로 본인의 능력을 몸소 보여주어야 할 때다.

한편 이강인의 이적 과정에서 발생한 발렌시아와 마요르카 간 일명 ‘셀 온 해프닝’이 축구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바로 이적 과정에 삽입되기로 합의됐던 ‘셀 온 조항’이 실제 이적에서는 삽입되지 않았다는 루머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셀 온 조항’의 의미와 양 구단 간 이적 과정의 전체적 흐름을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셀 온(Sell-on clause)’은 선수의 이적 과정에서 종종 삽입되는 조항이다.

동사 ‘sell something on(~을 되팔다)’의 의미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셀 온’은 선수가 소속팀을 재차 옮길 때 발동되는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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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경우를 통해 살펴보자.

정상적인 경우라면 B구단은 PARK 선수를 C구단에 판 대가로 100억 원을 온전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B구단이 A구단으로부터 PARK 선수를 영입할 때 20%에 해당하는 ‘셀 온’을 삽입했기 때문에 이적료 수익의 20%만큼 A구단에 납부해야 하는 논리다.

즉, B구단의 이적 순이익은 100억 원이 아닌 80억 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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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온 조항은 대게 유망한 선수를 빅 클럽으로 이적시키거나 그냥 처분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삽입된다.

발렌시아와 마요르카가 이강인의 이적을 두고 초기 협상을 벌였을 때 양 구단은 약 10~20%로 추정되는 ‘셀 온’을 이적 과정에 삽입하도록 합의했다고 전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 FA(자유 계약) 형식의 이적이기 때문에, 10년 넘는 기간 동안 본인을 길러준 발렌시아에 대한 이강인의 작은 감사 인사 정도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런데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강인의 이적 과정에서 기존에 삽입될 것으로 추정됐던 셀 온이 삽입되지 않고 마요르카행 이적이 성사됐다.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의 이적과 함께 바야돌리드로부터 마르쿠스 안드레를 영입하고자 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강인의 마요르카 이적을 마무리 지은 후, 명단에서 이강인의 빈자리를 안드레로 채우는 것이 발렌시아로서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그러나 발렌시아는 이강인의 마요르카 행을 공식 합의하기도 전에 이강인을 시즌 로스터 명단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안드레를 명단에 등록했다.

이 순간부터 이강인은 더 이상 발렌시아 소속이 아니었다. 발렌시아가 이강인이 자유계약 신분이 됐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었다.

따라서 마요르카 입장에서는 자유계약 신분이 된 이강인을 영입함에 있어 셀 온을 이적 과정에 삽입할 필요가 없었다. 단순히 이강인을 FA로 팀에 데려오면 됐다.

결국 중요한 구단 행정상 오판으로 발렌시아는 셀 온도 포함하지 못한 채 이강인을 자유계약 신분으로 마요르카에 넘겨주게 됐다.

이강인의 잠재력으로 비추어 볼 때, 향후 그들이 얻을 수 있는 현찰을 그대로 내뱉은 셈이다.

발렌시아가 내외적으로 어수선한 팀 상황을 어떻게 이겨나갈지 궁금하다.

그리고 새 둥지를 튼 이강인의 빠른 적응을 기원한다.

이수영 기자(dnsall123@gmail.com)

[2021.09.02. 사진=발렌시아 공식 홈페이지, KFA 공식 홈페이지, 마요르카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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