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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이수영 기자] 필자가 대학 첫 수업으로 수강했던 강의에서 ‘스폰서’와 관련해 들었던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바로 모기업이 구단을 후원하는 것이 결코 손해를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사실.

이번 유럽축구 이적 시장에서 월드 스타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나란히 거취를 옮기며 역대급 여름 이적시장이라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지만 월드 스타의 이동은 단순한 핫이슈로 치부할 수 없다. 특히 프로스포츠의 경우 구단을 응원하는 팬들도 있지만 선수 개개인을 응원하는 팬 숫자도 엄청나기에 월드 스타의 이적은 이적하는 구단에 막대한 재정 수익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져다준다. 놀랍게도 웬만한 빅 클럽보다 개인 SNS 팔로워 수가 높은 선수들도 허다하다.

한편 월드 스타의 이적이 성사되고 해당 구단이 얻을 수 있는 상업적 효과에 대한 말들이 축구 팬들 사이에서 떠돌곤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어구가 있다. 바로 ‘유니폼 수익’이다. 월드 스타의 이름이 새겨진 구단 유니폼을 수집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셔츠를 구매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한 수익이 천문학적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죽하면 아무리 이적료가 비싸더라도 유니폼 수익으로 이적료를 때우고도 남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이는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폰서와 구단 간 계약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프로 구단이 수익을 창출하는 다양한 경로 가운데 단연 핵심적인 세 가지는 경기장 수익, 중계권, 그리고 스폰서십이다. 경기장 수익이 증가하면 자연스레 나머지 두 수익이 따라서 증가하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수익 구조는 경기장 수익이 가장 높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중계권과 스폰서십이 덜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중 스폰서십은 흔히 기업이 홍보 효과를 누리기 위해 프로 구단의 경기장, 유니폼 등에 자사 마크나 홍보물을 지속 노출시키는 대가로 일정 금액을 구단에 후원하는 방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때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 첼시의 유니폼 한가운데 적혀 있던 삼성 로고를 기억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런데 과연 기업은 프로 구단을 후원하는 만큼 충분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일까? 후원 금액이 한두 푼이 아닐뿐더러 올림픽 간접효과와 마찬가지로 객관적인 지표로 어떤 수익이 후원으로 인한 수익인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는 축구 팬으로서 충분히 가질 만한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으로 필자는 “가지고도 남는다”라는 말을 남기고 싶다.

가령 알려진 바에 따르면 맨유는 아디다스로부터 매년 약 1307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후원받고 있다. 하지만 아디다스가 이런 거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이유는 유니폼 수익의 대부분이 그들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모든 팀들은 유니폼 제작사와 후원 계약을 맺으며 유니폼 수익에 대한 분배 계약 역시 체결한다. 리버풀과 나이키 같이 독특하게 20%에 해당하는 몫을 구단이 가져가도록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구단이 유니폼 수익에서 가져가게 되는 비율은 콩알만 하다.

지난달 아일랜드 스포츠 웹사이트 ‘punditarena’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구단은 유니폼 제조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 7.5%에 달하는 유니폼 및 md상품 수익을 가져간다고 전해한다. 프로 축구 구단 셔츠 한 벌을 약 10만원으로만 가정해도 장 당 7500원의 수익을 구단이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비율상으로는 적어 보일지라도 금액과 유니폼 판매 수를 고려했을 때 엄청난 수익이 구단에도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맨유의 경우를 살펴보면 보다 직접적으로 와 닿을 수 있다. 조금 오래 된 자료이긴 하지만 지난 2016년 ‘맨체스터이브닝뉴스’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맨유는 총 285만장에 달하는 유니폼을 판매했다. 시간에 따른 물가 변동, 해에 따른 유니폼 판매 수 변동 등 다양한 요소를 추가적으로 고려하긴 해야 하지만 단편적으로 한 장에 10만원씩 하는 유니폼을 285만장 판매했다고 가정했을 때 유니폼 수익은 2850억이 된다.

앞서 맨유와 아디다스의 계약에서 아디다스가 맨유에게 매년 1307억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후원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2850억의 대부분을 가져가게 되는 아디다스 입장에서 엄청난 이득이면 이득이지 전혀 손해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말이다. 참으로 놀라운 결과다.

더군다나 슈퍼스타 호날두가 이적한 현시점, 이번 시즌 맨유의 유니폼 판매 수익은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감히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호날두가 맨유 이적을 확정 짓자 12시간 만에 520억의 유니폼 매출을 기록했으며 하루 만에 1200억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고 전한다. 맨유 주가도 급등했다고 한다. 과연 어떤 개인 한 명이 이러한 파장을 단번에 일으킬 수가 있을까? 괜히 슈퍼스타라는 칭호가 붙은 것이 아니다.

한편 유니폼 제조사 아디다스의 후원을 예시로 후원사의 이윤 창출을 설명해 다소 의문이 든 독자들도 존재할 것 같다. 일반적인 스폰서와 유니폼 제조사는 엄밀히 따지면 조금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스포츠 변호사 제이크 코헨은 “유니폼 스폰서는 전통적인 스폰서가 아니며, 일종의 라이센스 딜이다. 자사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구단의 브랜드를 이용하는 것이다” 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내부적인 특징과 과정이 다를 뿐이지 전통적인 스폰서와 유니폼 스폰서가 스폰서라는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두 자사 홍보의 수단으로서 투자의 개념으로 프로 구단을 후원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유무형의 홍보 효과를 거두어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프로 구단 스폰서들은 후원금보다 더 큰 이윤을 계약 체결을 통해 창출하게 된다. 전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고, 투자 개념이다.

동시에 구단 역시 스폰서로부터의 후원금을 단순히 매년 일정하게 들어오는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생각하며 후원금의 대부분을 연봉을 지출하는 정적인 자세를 고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이런 후원 금액을 자신들이 노력해서 가져온 세일즈 수익으로 생각한다면 구단 운영이 보다 수월하고 발전할 것이다. 구단은 단순히 후원사로 하여금 일반적인 광고 방식보다 프로 구단을 후원하는 것이 더 큰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성사된 계약을 통해 구단과 기업 모두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이어나가면 된다.

스폰서십은 투자다. 그리고 계약을 통해 기업과 구단은 비로소 모두 성장한다.

이수영 기자(dnsall123@gmail.com)

[2021.09.10. 사진=맨유 공식 SNS, 풋볼트리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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