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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이수영 기자] 리그가 먼저일까, 국가대표팀이 먼저일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하게 들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축구 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꽤 갈린다.

우리는 대표팀 성적 이전에 리그가 이미 발전돼있는 유럽 축구 강국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로 불리는 5대 리그 국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탄탄한 리그를 기반으로 현시점(21.09.07) 각각 피파랭킹 4위, 7위, 16위, 5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축구 알고리즘은 비교적 간단하다. 먼저 구단과 선수가 공공재적인 성격을 갖기보단 사유재로서의 성격이 강해 막대한 자본 투입을 통해 유망한 자국 리그 선수를 육성한다. 그리고 탄탄해진 리그 기반을 바탕으로 해외 스타 선수들을 영입해 리그 경쟁력을 올린다. 결국 이렇게 기반이 닦인 리그에서 자국 인재를 발굴해 대표팀에 콜 업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이런 알고리즘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팀 이전에 K리그가 존재하느냐’는 질문이 들어온다면 쉽사리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어 보인다.

필자는 이번 칼럼에서 대표팀과 리그 중 과연 무엇이 우선시돼야 하는지 그 선후관계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여기서 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을 토대로 ‘올림픽대표팀’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다.

  • 올림픽대표팀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

2020 도쿄올림픽에서 축구대표팀이 준결승 실패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기자 여론은 대표팀을 향한 비난으로 가득했다. 선수 차출부터 기용, 전술까지 어느 요소 하나 그 대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올림픽대표팀을 위해 K리그를 그렇게나 희생시켜놓고 성적이 그것밖에 안되냐며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올림픽대표팀을 위해 K리그를 희생시켰다’는 말은 일리가 있는 주장일까? 그리고 만약 K리그의 희생이 옳은 표현이라면 우리나라 축구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까?

  • 남다른 의미를 가진 한국축구대표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국제대회 무렵 선수단 단결을 위해 대표팀 소집을 수차례 단행했다. 꼭 몇 차례에 걸친 소집이 아니더라도 2002 한일 월드컵 때와 같이 장기 합숙 훈련을 단행한 적도 있다.

이런 관행을 바라보면 우리나라와 국민은 여러 스포츠 가운데 유독 축구대표팀의 국제무대 성과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대표팀 축구는 여러 종목들 중에서도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A대표팀, 올림픽대표팀 할 것 없이 말이다.

예컨대 올림픽대표팀의 경우 와일드카드를 제외하고는 그 어느 선수도 알지 못하고 경기를 시청하는 팬들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높은 순위로 대회를 마치길 바라며 결과가 좋지 못하면 맹비난을 퍼붓는다. 이는 대표팀 축구가 얼마나 국민에게 관심이 높은 종목이며 취미인지 그대로 보여준다.

  • K리그와 J리그, 그리고 AFC 챔피언스리그

이번 2020 도쿄올림픽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종목에서 귀중한 금메달을 목에 건 뒤부터 1년 연기된 2020 도쿄올림픽까지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U-23 대표팀 김학범 감독은 시도 때도 없이 선수들을 소집했다.

올림픽 성과를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K리그 소속 선수들이 온전히 리그에 집중하기 힘들게 됐다.

대표적으로 올림픽 직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주간 해외로 원정길을 떠나야 했던 울산현대, 포항스틸러스, 전북현대, 대구FC는 각각 원두재, 이동준, 이동경, 설영우(이하 울산), 송민규(포항), 이유현, 송범근(이하 전북), 정태욱, 김재우, 정승원(이하 대구)를 스쿼드에서 제외한 채 경기해야 했다.

물론 이들의 이탈에도 네 팀은 K리그의 자존심을 지키며 전원 16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하지만 결과로 모든 과정을 상쇄할 수는 없다.

올림픽 직전까지 30명에 가까운 선수들을 소집하며 끝까지 누가 선발될지 예상하기 힘들었던 한국대표팀과 달리 일본대표팀은 진작 올림픽 명단을 확정했다. 따라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J리그 소속 올림피언들이 출전할 수 있었다.

다만 일본의 경우가 더 좋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일찍 스쿼드를 정한다는 것은 역으로 올림픽 직전 절정의 폼을 보여준 선수조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더불어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방식으로 명단을 미리 선정했다 한들, 이번과 같이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어들이지 못했을 경우 또 다른 비난이 흘러나왔을 것이다.

  • 우리나라 문화적 관점에서 축구는 복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K리그가 올림픽대표팀을 위해 희생했냐’고 묻는다면 그 어떤 답변도 온전한 설득력을 가지지 못해 보인다.

따라서 필자는 우리가 관점을 바꾸어 ‘K리그가 우선이냐 대표팀이 우선이냐’가 아닌, 우리나라의 문화적 관점에서 축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성격과 위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대표팀 축구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서두에도 언급했듯 축구를 근본적으로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온 국민이 팬이 된다. 그리고 승리를 집요하게 강요한다.

이때 그들이 ‘선수를 아느냐 모르냐’는 중요하지 않다. 단순히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대표팀을 응원하고 그들의 승패에 본인들의 감정 곡선이 요동친다. 한 축구 방송인은 우리나라 축구 팬들에게 축구가 의미하는 바를 ‘복지 수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들은 단순히 대표팀에 관심을 가지지 리그와 대표팀 선후관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K리그를 시청하는 축구 팬과 일반 국민 사이 의견 차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K리그 팬들 역시 K리그 팬이라는 가면을 벗은 후 온전히 국민의 입장에서 올림픽 축구를 바라볼 필요도 있다. 사실 대표팀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 중 대다수는 K리그 팬이 아니다.

K리그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을 위해 소속팀을 자주 이탈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과연 이 경우 K리그 팀들에게 온전히 피해만 가는 것일까?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애국심 하나로 똘똘 뭉쳐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하고자 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이 그들의 목표일까? 일차적으로 그들은 메달 획들을 통한 군 면제를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메달을 획득해 군 면제가 가능하게 된다면 해당 선수를 보유한 구단은 입대로 인한 전력 누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일종의 투자 개념이다. 선수 개인의 이익을 위해 리그를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썩 나쁜 딜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희생’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국가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 구단과 선수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업구단과 달리 시도 민 구단은 구단 및 선수가 지역 및 국가와의 관계를 온전히 배제할 수 없다.

엄밀히 따지면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구단이 운영되기도 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리그가 아닌 대표팀이라면 대표팀에 지원하고 집중하는 것이 다수의 바람일 수도 있다. 극단적이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다.

오히려 그러지 않고 올림픽을 위해 K리그 선수들을 소집하는 것이 무조건적인 희생이라고만 표현한다면 그들로부터 받은 도움은 백안시될 수 있다. 관점의 차이로 보인다.

#1 유럽과의 차이를 인식하자

우리나라는 유럽과 다르다. 리그를 인식하는 태도 말이다. 누가 더 좋고 안 좋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유럽은 리그의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대표팀이 꾸려진다. 다만 우리나라는 초점이 대표팀에 가 있다. 즉 리그는 대표팀의 성장과 최적의 성과를 위한 하나의 뿌리로서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유럽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축구를 인식하는 초점이 리그가 아닌 대표팀에 가 있다는 것은 큰 차이다. 이 차이를 가지고 우열을 가려서는 안 되며 가릴 필요도 없다. 단순히 그 차이를 받아들이고 우리나라로서의 축구 문화를 이해하면 된다.

#2 연령 별 대표팀에 대한 관점 전환의 필요성

더불어 연령 별 대표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태도도 조금은 느슨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올림픽 축구를 비롯한 모든 연령 별 대표팀은 엄밀하게 아마추어 축구다. FIFA에서도 이들 대회를 아마추어 대회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는 과연 우리가 A대표팀도 아닌 연령별 대표팀에 과대한 기대를 하고 성적만을 요구하는 것이 늘 옳은 행동인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연령별 대표팀은 A대표팀으로 가기 위한 유망주들의 성장과 디딤돌로서 역할이 강하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 우리나라 축구 발전을 기원하며

결과적으로 ‘올림픽대표팀을 위한 K리그의 희생’이라는 어구는 그 시작부터가 잘못됐다. 우리만의 문화로 축구를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어떤 선택과 집중을 대표팀이 단행하든 평가는 대회 결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필자는 무엇보다 유연한 대표팀의 사고방식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의 선택을 국민 역시 존중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 이 선택이 틀렸음을 직감했을 때 대표팀은 계획을 수정할 줄 알아야 한다. 일종의 대표팀과 국민 사이의 화합이기도 하다. 이러고 나서야 비로소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서 팬들이 대표팀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이다.

한국대표팀에게 거든 축구 팬들의 기대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대표팀이 다가오는 2022 카타르월드컵,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2023 중국아시안컵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길 희망한다.

이수영 기자(dnsall123@gmail.com)

[2021.09.07. 사진=KFA 공식 홈페이지, K리그 공식 인스타그램, 인천유나이티드 공식 인스타그램, 전북현대 공식 홈페이지, 벨링엄 개인 인스타그램, AFC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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