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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이수영 기자] 우리는 다양한 집단에 소속되면서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누군가는 자신이 소속된 집단에서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과업만을 최소한의 노력을 통해 달성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또 누군가는 소속집단은 단순 과업을 위한 집단이기보다, 구성원들과의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는 공간으로서 주어진 과업 이외에도 다양한 추가 업무와 시간 투자를 통해 끈끈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분명한 정답은 없다. 소속집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발생하는 각자의 가치관 차이일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점은 전자의 경우보다 후자가 해당 집단의 존속 가능성과 발전을 가속화시킨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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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는 “직무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를 넘어서서 조직을 위해 과업 수행을 지원하는 사회적, 심리적 맥락의 유지와 강화에 기여하는 행동”을 가리켜 ‘조직시민행동(OCB)’이라 칭한다. OCB는 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의 약어다. 간단하게 ‘조직의 핵심 과업 이상으로 조직의 효율성 증진에 이바지하는 행동’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OCB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오건(Organ)이 OCB를 새로이 정의하고 나서부터다. 이전까지도 ‘자발적으로 타인을 돕는 행위’를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들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이를 체계화하기 시작한 것은 오건의 연구부터다.

오건의 OCB 정의에는 이전 연구자들과 차별적인 요소가 존재했다. 바로 OCB를 보상(reward)의 개념과 결부 지어 이해했다는 점이다. OCB를 정의할 때는 주로 ‘Extra role(추가적인 역할), No formal reward(공식적인 보상 X), Organizationally functional(조직적으로 기능하는)’의 세 요소 포함 여부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해오곤 했는데 대게, 이전의 연구자들은 ‘No formal reward’를 OCB 정의 기준에서 배제했다. 다시 말해 보상과 관련한 사항을 특별히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건은 OCB가 자유재량에 의한 것으로, 강제적이거나 보상이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조직이 효과적으로 기능할 것을 기대하면서 자발적으로 하는 도움 행동을 뜻한다고 말했다.

오건은 이어 OCB를 다음의 다섯 가지 하위 카테고리로 분류했다(이타주의, 성실성, 스포츠맨십, 예의, 시민 덕목). 첫 번째, 이타주의는 조직적으로 관련된 업무나 문제와 관련하여 다른 사람들을 돕는 재량적 행동이다. 두 번째 성실성은 조직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준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세 번째 스포츠맨십은 조직 내에서 어떤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에 대해 불평이나 비난을 하는 대신, 가능하면 조직 생활의 고충이나 불편함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행동을 말한다. 네 번째 예의는 구성원 스스로가 자신의 의사 결정과 행동으로 인해 다른 구성원들과 직무 관련 문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하여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구성원들 간에 정보 등을 공유하여 문제 자체를 예방하고자 하는 행동이다. 마지막으로 시민 덕목은 조직 생활을 하면서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활동에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조직 내의 활동에 몰입하는 행동을 말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후 1991년에는 윌리엄스(Williams)와 앤더슨(Anderson)이 OCB를 개인에 대한 조직시민행동(OCBI)과 조직에 대한 조직시민행동(OCBO)로 구분했다. 오건이 분류한 다섯 가지 카테고리 중 이타주의와 예의가 OCBI에, 스포츠맨십과 시민 덕목, 그리고 성실성이 OCBO에 해당했다. 그리고 OCBI는 ‘다른 이들에 대한 관심 및 상관’과 높은 상관성을 지니고 있고, OCBO는 ‘지각된 공정’과 높은 상관성을 지니고 있음을 밝혀냈다. ‘직무 만족’과, ‘정서적 몰입’은 OCBI와 OCBO 모두에서 높은 상관성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더불어 2007년 호프만 등은 연구를 통해 윌리엄스와 앤더슨이 이야기한 조직적 원인뿐 아니라 책임감, 외향성 등 성격적인 원인에 의해서도 OCB가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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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필자는 오건의 OCB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며, 그가 분류한 하위 카테고리 중 ‘스포츠맨십’에 이목이 끌렸다. 그리고 OCB가 스포츠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드러나는지 궁금했다.

지난 8월 10일 프리미어리그 아스날 소속 메이틀랜드-나일스는 본인 SNS 계정에 ‘All I wanna do is go where I’m wanted and where I’m gonna play(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원하고, 내가 뛰고 싶은 곳으로 가는 거야)’라는 도발적인 문구와 함께 소속팀 아스날 공식 계정을 언급하며 스토리를 올렸다. 유망주 시절부터 받던 기대와 달리 느린 성장세, 미드필더 포지션 고집 등으로 팀 내 입지가 불확실해진 나일스는 지난 시즌 웨스트브로미치(WBA)로 임대를 떠나기도 했다. 이번 시즌 시작을 앞두고 에버튼과의 이적 링크도 있었지만 아스날이 이적을 거부하면서 이적은 불발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느낀 답답한 심정에 게시한 스토리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일스의 행동에는 분명한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구단과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나눠야 할 사안을 개인 SNS 계정에 올리며 개인감정 컨트롤을 하지 못한 점. 프로 선수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이적이나 구단에 대한 개인감정은 감독, 경영진, 에이전트 등 구단 내부 차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해야지,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SNS에 먼저 그런 글을 올린 것은 팀 분위기를 흐리고 구단 명성에 타격을 입히는 행위였다. 심지어 나일스가 구단 유스 출신이기에 파장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일스의 감정이 아예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미드필더에서 풀백으로 포지션 변경을 하겠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지만 풀백조차 팀 내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다. 이적 역시 불가능한 상황에서 나일스로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러나 설령 항명 단계까지 간다고 할지라도 그 순서가 (팀 내 입지 불투명으로 이적 희망 > 이적 불가 통보 > 구단과의 면담 > 이적 불가 재통보 > 항명) 순서가 돼야지, 적절하지 않은 순간에 항명 단계까지 밟은, 그것도 개인 SNS에 해당 글을 올린 점은 분명 아마추어다운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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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일명 ‘나일스 해프닝’을 보며 오건의 분류 중 ‘스포츠맨십’을 떠올렸다. 나일스의 행동이 발생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해결하기보단, 불평과 비난을 대놓고 표출했다는 점에서 오건이 분류한 ‘스포츠맨십’ 의미와 상반된 모습을 보인 적합한 예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포츠맨십이 속한 OCBO와 높은 상관성을 지닌다고 앞서 언급된 ‘지각된 공정성’, ‘직무 만족’, ‘정서적 몰입’적 측면에서 나일스의 행동 원인에 대한 나름의 고찰을 해봤다.

(1) 지각된 공정성

지각된 공정성은 조직 구성원들이 스스로 지각하고 있는 조직 내의 공정성을 말한다. 조직 내 공정성이 높을수록, 즉 자신이 조직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낄수록 조직 내에서 자발적으로 OCB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나일스 사례를 대입해보면 나일스로서 충분히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 여럿 존재한다. 나일스가 올린 스토리 내용을 볼 때 나일스는 본인이 지속해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팀에 소속되고 싶어 했다. 나일스가 이적을 추진한 배경도 똑같다. 그러나 아스날은 나일스가 그토록 원하던 미드필더 포지션을 포기하고 풀백으로 뛰겠다고 굳은 다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풀백 우선순위에서 체임버스, 소아레스를 우선 기용했다. 본인이 팀을 위해 배려 아닌 배려를 했음에도 충분한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 점. 더 나아가 이적도 무산되는 상황에서 나일스로서 충분히 공정하지 못하고 느낄 수 있다고 판단된다.

(2) 직무 만족

직무 만족은 조직 구성원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과 자신이 하는 직무에 대한 만족도를 의미한다. 직무 만족도가 높을수록, 구성원이 OCB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나일스는 이전부터 중앙 미드필더에서 뛰는 것을 선호했다. 실제 나일스가 데뷔한 포지션도 미드필더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아스날의 풀백 자원들이 장기 부상에 시달리는 바람에 나일스가 대체 차원으로서 풀백으로 기용되기 시작했다.

초반 효과는 상당했다. 좌우 풀백 모두 소화 가능한 나일스를 기용하면서 맨체스터 시티를 잡는 등 성공적인 결과물을 다수 만들었다. 또한 펩 과르디올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아르테타는 풀백을 중앙 미드필더 위치로 이동시켜 중앙 싸움에 가담하도록 하는 등 미드필더의 영향력도 발휘할 수 있도록 나일스의 역할을 재정의해줬다. 그러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나일스의 폼은 점차 하락세로 이어졌고, 지나치게 볼을 끌고 템포를 죽이는 등 팀 전술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 크로스의 질도 좋지 못했고 무색무취의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일스로서는 차라리 아스날에서 후보 풀백 선수로 뛸 바에 본인이 주전 미드필더로 뛸 수 있는 팀에 가서 경기에 나서고 싶은 심정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아스날에서의 직무 만족도 역시 높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3) 정서적 몰입

정서적 몰입은 조직 구성원들이 정서적으로 자신의 조직과 일에 대해 몰입하고 있는 정도를 말한다. 정서적 몰입도가 높을수록, OCB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정서적 몰입은 앞선 공정성 및 직무 만족과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다. 다만 정서적 몰입은 주변 환경과 동기부여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나일스는 시즌 초 아르테타 감독과의 면담에서 풀백으로 경기에 뛰겠다고 밝혔다. 이는 면담 과정에서 아르테타가 나일스의 역할과 지속적인 출전 기회를 약속하는 등 나일스의 기존 생각을 회유할 만한 동기부여를 제공해줬기 때문이라고 간접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나일스가 구단에 대한 큰 애정과 몰입을 보인다고 볼 수는 없어도, 몰입을 전혀 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필자는 이렇게 스포츠맨십과 큰 상관성을 띠는 ‘지각된 공정성’, ‘직무 만족’, ‘정서적 몰입’ 요소에서 나일스가 만족스러운 지각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의 행위가 불평과 비난을 대놓고 표출했다는 점에서 오건이 분류한 ‘스포츠맨십’ 의미와 상반된 모습을 보인 적합한 예시라고 재차 확인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나일스가 왜 OCB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큰 근거가 됐다.

분명 ‘나일스 해프닝’에서 가장 중요하고 비난받아 마땅한 점은 그가 구단과의 충분한 면담 과정 없이 개인 SNS에 도발성 문구를 게시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왜 나일스가 그러한 행위를 하게 됐을까를 돌이켜보면 OCB의 관점에서 나일스가 OCB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도록 주변 환경과 성격 요인이 작용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OCB는 긍정적, 부정적 효과 모두 존재한다고 오늘날 연구자들을 말하지만,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고 주장한다. OCB는 조직 내 다양한 생산성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조직 내 갈등 및 단합에 소모되는 시간을 단축한다.

이제 스포츠에서 구단의 과제가 늘어난 것 같다. 선수들의 OCB 발휘 유도. 어쩌면 OCB의 증가가 구단의 성적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수영 기자(dnsall123@gmail.com)

[2021.10.02. 사진=나일스 개인 SNS, 아스날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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