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경기장에 대한 새로운 방안 #1에 이어서
이런 지적이 계속 이어지자 축구 전용구장에 대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왔다. K리그 실정에 맞는 규모의 경기장을 짓는 것이 핵심 골자였다. 동시에 일부 경기장에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경기장과 관중석 사이에 트랙을 깔면서 발생한 관중석의 시야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2002년 월드컵 이후 빈 월드컵 경기장에 들어가고자 창단했던 인천 유나이티드, 대구FC, 광주FC(당시 광주 상무)가 차례로 축구 전용구장 시대를 열었다.
먼저 인천의 경우 2012년 인천 문학주경기장에서 인천축구전용구장으로 이전하며 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 전용구장으로 옮긴 첫 사례가 되었다. 이후 7년 뒤인 2019년에는 대구FC가 기존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전용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로 자리를 옮겼다. 기존 66,000여석 규모의 경기장이 지나치게 크다는 피드백에 12,000여 명만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으로 탈바꿈했으며 위치 또한 접근성이 좋은 대구 시내 중심부로 자리 잡았다. 시야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치러낼 만큼 종합운동장의 특성이 강했던 월드컵경기장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관중석과의 거리를 대폭 줄였다. 위와 같은 특징들이 어우러지며 DGP대구은행 파크는 하나의 흥행 수표로서 자리 잡았다. 실제 경기장을 처음 사용한 2019시즌에 K리그에서는 보기 흔치 않은 매진을 8경기나 기록했다. 또한 2018년 경기당 평균관중 3,518명 선에서 무려 3배 가까이 증가한 10,734명을 끌어모으며 K리그의 하나의 흥행 카드로서 자리 잡았다(권혁준, 2019). 광주도 다음 해 약 10,000석 규모의 축구 전용구장을 개장하며 이러한 흐름에 편승했다.
결과적으로 한일월드컵 이후 시민구단으로 창단한 세 팀이 월드컵 경기장에서 축구 전용구장으로 이전한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대로 자본주의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기인한 결과물이다. 기존 상대적으로 낮은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공급으로 리그의 브래드 가치를 저해했다면, 전용구장 설립을 통해서는 공급을 리그 수준에 맞게 낮춤으로써 결과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그 예시가 전술했던 대구의 전용구장 건설에 따른 평균관중 상승으로 K리그의 대표적 흥행 카드로 자리 잡은 점이다. 이렇게 리그 실정에 맞는 전용구장 건설로 새로운 해결책을 내고 있지만 문제는 남은 월드컵 경기장의 활용 여부다. 이는 현재 주인 없는 구장들과 프로팀이 사용하고 있는 경우 모두를 포함한다. 전용구장은 건립할 때 계획 자체를 특정 구단에 맞춰서 하기 때문에 그 구장에 구단의 색깔을 담아낼 수 있다. 가령 인천이나 대구, 광주에 있는 축구 전용구장은 멀리서 봤을 때도 해당 구단의 홈구장임을 명확히 드러낸다. 반면 다른 월드컵 경기장의 경우에는 목적 자체를 공공성에 맞게 짓다 보니 특별히 해당 구단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색깔이나 특징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를 위한 새로운 방향으로의 월드컵 경기장 활용 방안이 필요한 것이 현시점이다.
Ⅱ. 본론
– 월드컵 경기장의 비효율적 운영
월드컵 경기장에 대한 화두를 던졌을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비효율일 것이다. 앞서 서론에서 말했듯이 K리그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관람석을 보유하고 있어 객석 점유율이 그리 높지 않다. 이에 따라 리그의 브랜드 가치는 내려갈 수밖에 없었고 큰 경기장은 그 규모에 비례한 유지비를 떠안는 실정이다. 객석 점유율을 높이고자 수원 삼성은 2층 좌석에 구단을 상징하는 청백적 통천 혹은 광고로 도배하기도 했다(이균재, 2015). 이러한 월드컵 경기장의 비효율에 일부 시민 구단은 전용구장 준공을 통해 이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여기서 문제는 남은 월드컵경기장들의 사후 활용 여부다. 기본적으로 시민에게 개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나 몇 만명 규모의 경기장을 단순히 운동 시설로만 사용하기에도 비효율은 여전하다. 또한 이것이 직접적인 수익 창출을 도모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는 사이 해마다 유지 관리비는 수십 억 원씩 들어간다. 점점 애물단지 취급을 받자 대구시는 대구FC가 전용구장을 비우기 2년 전인 2017년부터 경기장 활용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당시 대구시장은 좋은 방안을 가져오는 직원에겐 특진까지 내걸 정도였다(윤두열, 2017). 이외에도 꽤 많은 월드컵 경기장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흑자 운영을 하는 팀들의 경우 운동장 자체의 목적을 활용하기보다 임대업을 통한 수익창출이 대부분이다(김성규, 2017).
물론 흑자를 추구하기 위해 임대업을 활용하는 것이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서울 월드컵경기장은 단순히 월드컵을 위한 사용뿐만 아니라 이후 활용에 대한 논의가 처음부터 이뤄졌다. 이에 따라 부대 시설인 대형마트와 영화관, 사우나, 웨딩홀 등이 경기장 안에 안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이것들이 핵심수익구조로서 역할을 한다(정교진, 2009). 이에 발맞춰 다른 경기장들도 임대업을 중심으로 적자 중심의 구조로부터 탈피하기도 했다. 문제는 경기장이라는 성격이다. 축구를 하기 위해 지은 경기장에서 이와 관련된 활동이 적어진다면 그것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전국의 월드컵 경기장과 종합 운동장 93개에서 연간 사용 일수가 30%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표주연, 2014). 결국 이러한 비효율성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월드컵 경기장 활용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해결방안
1) 월드컵경기장의 넓은 부지
아래 표는 2010년~2019년까지의 월드컵경기장 손익현황 자료다. 최근 임대업을 중심으로 흑자 구조를 마련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10년 단위로 놓고 봤을 때 여전히 적자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특히 현재 프로축구를 개최하지 않는 경기장은 모두 경기장 손익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오랜 기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경기장뿐만 아니라 월드컵경기장 부지 전체를 놓고 이야기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기장만 고려할 시에 흑자를 기록한 팀이 두팀 밖에 되지 않았지만, 부지 전체로 놓고 따지면 4팀이 이익을 챙겼음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곧 월드컵경기장 부지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 국내 10개의 월드컵경기장 부지는 최소 125,000㎡에서 최대 912,000㎡로 나타난다. 이를 평균으로 계산하면 381,000㎡로 FIFA가 제시하는 월드컵경기장 대지의 적정면적인 180,000 ㎡~240,000㎡를 초과하는 규모이다(유다솔, 2020).
경기장명 | 경기장 손익 | 경기장 부지 전체 손익 | 프로축구 개최 여부 |
상암월드컵경기장 | 791억 1100만원 | 흑자 | FC서울 |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 -36억 9200만원 | 적자 | X |
문학주경기장 | 적자(별도산정 X) | 흑자 | X |
대구스타디움 | -201억 3000만원 | 적자 | X |
광주월드컵경기장 | -233억 8015만원 | 적자 | X |
대전월드컵경기장 | -141억 9800만원 | 적자 | 대전하나시티즌 |
문수축구경기장 | -66억 9600만원 | 적자 | 울산현대 |
수원월드컵경기장 | 227억 4600만원 | 흑자 | 수원삼성 |
전주월드컵경기장 | 적자(별도산정 X) | 흑자 | 전북현대 |
제주월드컵경기장 | -79억 4700만원 | 적자 | 제주 유나이티드 |
출처: 한국일보 최근 10년 월드컵경기장 손익현황(2010~19년 총액)(김형준, 2021)
그러나 경기장 관련 시설 외 현황을 살펴보면 7곳이 경기장 하부를 활용한 시설업에 집중해 있다. 부산, 수원, 제주만이 경기장 외 부지에 별도로 시설을 마련할 뿐이었다.
출처: 국내 월드컵경기장 부지 내 외부공간 현황조사 및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경기장 관련 시설 외 시설의 현황(유다솔, 2021)
현재 월드컵경기장의 수익구조가 임대업에 치중해 있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장 외의 부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때 단순히 사업적 목적에 적합한 시설을 위주로 찾기보다는, 해당 지역이나 구단의 사회ㆍ문화적 유사성에 기인하거나 시민들과의 밀착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싱가포르 축구 리그의 템피니스 로버스FC의 홈구장인 아우어 템피니스 허브가 대표적인 예시다. 템피니스의 홈구장은 총 5,000석 규모에 경기장 서 측의 한쪽 면만을 관중석으로 활용했다. 이외에 3개면 중 정면과 우측에는 싱가포르 거주자들이라면 무료로 이용 가능한 도서관이 자리해있다. 그 외 좌측에는 여러 식당이 포진해있고 그 뒤쪽으로는 쇼핑 시설이 위치한다. 특히 지하 3층부터 지상 6층으로 구성된 쇼핑몰에는 마트, 식당가, 오락 및 스포츠시설이 빼곡하게 자리해 있어 시민들의 문화 허브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김환, 2017). 단순 쇼핑몰뿐만 아니라 병원에 가거나 공공 서류를 발급하는 등 다양한 목적을 바탕으로 많은 시민이 생활 편의시설로서도 방문한다. 실제 오픈 당일 10만 명이 찾아온 것을 포함, 일 평균 5만 명의 시민이 아우어 템파니스 허브를 찾는다(이동천, 2019). 특히 국내 월드컵경기장 중 상암을 제외한 대다수의 구장은 축구를 보는 목적 외에 큰 매리트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 월드컵경기장의 강점 중 하나인 넒은 부지를 활용해 위와 같은 지역 밀착형 문화시설을 임대 수단으로써 활용하면 구단 혹은 경기장을 소유하고 있는 지자체, 그리고 시민 간 서로 WIN-WIN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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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31, 사진=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