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경기장에 대한 새로운 방안 #2에 이어서

2) 페르소나 마케팅 활용

올해 급성장한 유튜브 채널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피식대학 일 것이다. KBS와 SBS 공채 개그맨들이 만든 이 채널은 2005년 당시를 회상하는 ‘05학번이즈백’, 중년 등산 동호회의 특징을 담은 ‘한사랑 산악회’, 소개팅을 테마로 한 ‘B대면 데이트’ 등 각각의 상황에 맞는 상황극으로 큰 인기몰이 중이다. 그리고 이 채널에서 연기하는 출연진들은 상황에 맞게 각각 나름의 컨셉을 가지고 콘텐츠에 접근한다. 이는 최근 마케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멀티 페르소나’와 비슷한 현상이다. 멀티 페르소나란 각자 상황에 맞게 여러 개의 가면을 바꿔 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뜻하며, 가면마다 개별적인 컨셉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표현방식의 다양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백지우, 2020). 개그맨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등장해 인기를 끈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이러한 멀티 페르소나가 갖는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컨셉이다. 컨셉이라는 요소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상품의 매력도가 결정된다. 그리고 그 컨셉은 사람이 아닌 시설까지 침범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성수동에 위치한 아케인 카페다. 아케인은 e스포츠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를 컨셉화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최근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오징어 게임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몰이 중인 애니메이션이다(강민구, 2021). 그리고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성수동에 있는 기존 카페인 쎈느에 아케인을 컨셉화 하여 체험 전시장을 운영했다. 전시장에서는 여러 상품 전시와 함께 랜덤 굿즈를 증정하는 캡슐 머신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팬들이 긴 줄의 행렬을 서기도 했다(최명진, 2021). 라이엇 게임즈는 이전에도 리그오브레전드 전용 경기장인 롤파크를 지으며 컨셉화를 통한 상품 포장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롤파크 사례에서 특히 눈여겨볼 점은 게임을 하거나 보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리그오브레전드 컨셉화를 통한 다양한 콘텐츠의 활용에 있다. 빌지워터라는 게임 세계관 속 도시를 형상화한 카페부터 시작해서 선수들의 유니폼이나 게임 속 캐릭터의 피규어 등을 전시한 것이 그 예이다. 이를 통해서 단지 게임을 하거나 관람하는 곳을 넘어서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의 세계관 속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줬다.

현재 월드컵경기장에도 필요한 것이 바로 페르소나 마케팅을 활용한 컨셉화다. 월드컵경기장 자체가 처음 준공 계획 때부터 한 클럽의 경기장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닌, 월드컵의 성공적인 유치를 위해 주어진 경기장이다. 이에 따라 뒤늦게 연고지에 맞게 해당 경기장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구단만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힘들다. 실제 2002년을 앞두고 완공된 10개의 경기장은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가령 대구월드컵경기장은 한국의 전통 민가 지붕의 곡선미를 살린 경기장으로 표현했고, 울산문수경기장은 신라의 왕관과 산업도시를 형상화하여 디자인했다고 한다(김용삼, 2002). 이렇듯 구단의 색깔은 드러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롤파크나 성수도 아케인 카페처럼 표현하고 싶은 컨셉의 100%를 담아내기 힘들다. 응당 K리그가 한국에서 최고의 축구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 리그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를 어필하기 위한 브랜드화는 필연적이다.

그리고 정체성을 여러 요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결정체라고 볼 때 이러한 요소 중 하나가 시설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하기 힘든 요소가 존재한다. K리그 전체 22개의 경기장 중 지자체가 소유하고 있는 경기장이 무려 19개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구단이 홈 경기장에 대해 여러 요소를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면서 구단과 공단이나 지자체 사이에 갈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적으로 구장의 소유는 재단이고, 홈 경기 시에만 임대료를 내는 대가로 그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2015년 수원 삼성이 홈 경기시에 설치하던 광고 현수막이 철거되는 대신 재단이 임의로 설치한 광고물로 대체된 것이 그 예이다(한준, 2015). 이렇듯 100%의 독점적인 권리를 평소에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홈 경기장의 컨셉화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시가 일본 J리그의 가시마 앤틀러스다. 가시마는 현재 이바라키현립 가시마 사커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지정관리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지자체 소유의 경기장을 임차해 권한을 행사한다(김창금, 2017). 이렇게 되면 위탁받은 클럽이 직접 자체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과 더불어 지역과의 상생이라는 핵심 허브 역할을 홈구장을 통해 할 수 있게 된다. 스포츠산업진흥법 제 17조 제 3항에도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체육시설의 효율적 활용과 프로스포츠의 활성화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21조제1항 및 제27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공유재산을 25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목적 또는 용도에 장애가 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용ㆍ수익을 허가하거나 관리를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스포츠산업진흥법, 2021). 이러한 것들을 활용해 구단이 홈 경기장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는다면 컨셉화 과정은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컨셉화 자체도 여러 방면에서 할 수 있다. 해외 구단처럼 라커룸 및 구장 투어를 통해서도 가능하고, 경기장 전체 분위기를 바꿀 만한 조금의 변화도 이뤄질 수 있다. 가령 현재 월드컵 경기장의 대부분의 좌석은 그 구단의 상징 색깔이 아닌 초기 월드컵 경기장이 만들어졌을 때의 색감으로 페인트칠 되어있다. 대구FC가 전용구장을 지으면서 좌석을 팀의 상징인 하늘색 중심으로 꾸민 것과 비교하면 꽤나 큰 차이다.

이것 외에도 새로운 기술적인 요소를 통한 체험형 테마파크로서의 변모도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5개의 프로 스포츠가(NHL, NFL, MLB, NBA, MLS) 모여서 각자의 기술이나 경험 등을 제공하는 자리인 Sports & Entertainment Alliance in Technology(SEAT)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스포츠가 결합하면 어떤 모습을 가질지에 대한 연구나 효과를 예측하는 등 서로 간 협력을 통해 산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메타버스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K리그에서도 이를 통한 체험형 테마파크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는 충분하다. 특히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마련된 축구 체험형 테마파크인 풋볼 팬타지움은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 VR과 AR 등을 활용한 승부차기 게임이나 포메이션 분석 등 신기술과 축구를 결합하여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체험 이후에는 축구를 컨셉화한 카페와 함께 국가대표 지급용 의류를 구매할 수 있는 스토어까지 마련되어 있다. 특히 프로스포츠에서 팬의 경험적인 요소는 재구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기술과의 결합을 통한 구단의 홈구장 컨셉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된다.

Ⅲ. 결론

한일 월드컵을 떠올려보면 달콤한 기억만이 남을 정도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벤트 중 하나였다. 전 국민이 염원했던 16강 진출을 넘어 4강 신화를 이뤄낸 장면은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여전히 회자된다. 달콤했던 기억만큼 쓰디쓴 유산이 남겨졌다. 월드컵을 앞두고 국가적 차원에서 지은 10개의 월드컵 경기장 중 대부분은 이후에 여러 분야에서 골칫덩어리로 남게 되었다. K리그 클럽의 경우 대다수의 클럽이 리그 규모에 맞지 않은 거대한 경기장을 지닌 탓에 리그 전체의 이미지 하락을 불러일으켰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거대한 경기장을 유지 및 보수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며 대부분의 경기장은 근 10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결국 주인 없는 월드컵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클럽은 현 K리그 실정에 맞는 전용구장의 건립과 함께 이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결국 주인 없는 경기장, 그리고 현재 규모에 맞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월드컵경기장의 효율적인 활용이 중요시되고 있다. 그러면서 제시한 것이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월드컵경기장 안에 경기장 외 남은 부지를 활용한 임대업이었다. 현재 일부 구장들이 적자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수단으로서 임대업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때 시설은 단순히 사업적 목적에만 치중하지 않고 구단이나 해당 지역의 문화적인 요소를 고려하며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이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사후 활용으로 페르소나 마케팅과 월드컵경기장의 결합을 통한 홈구장의 컨셉화다. 특히 월드컵경기장의 목적 자체가 한 구단보다는 국가적인 이벤트에 치중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에 홈구장의 색깔을 드러내기 어려웠다. 따라서 e스포츠의 문화 시설처럼 각 구단의 스토리와 얽힌 컨셉을 활용하여 시설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최신기술을 활용해 팬들의 경험적인 요소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방안을 통해 월드컵경기장이 팬들이나 시민들의 긍정적인 요소로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레퍼런스

강민구(2021). 오징어게임’ 독주 막은 LOL 애니 ‘아케인’ 흥행비결은?. 이데일리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640006629245720&mediaCodeNo=257&OutLnkChk=Y

강유원(1998). 고대 그리스 경기의 기원. 한국체육과학회, 39-46

고휘훈(2017). [기획] 경남FC, K리그 클래식 안착하려면 (상) 재정적 뒷받침 선행돼야. 경남신문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232476

권혁진(2020). 세계 최대 경기장이 북한에 있다고?. 뉴시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06/2020010601425.html

권혁준(2019). 관중 300% 늘어난 대구, 올 K리그 ‘흥행 치트키’. 영남일보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91211.010240818040001

김나혜(2021). [세계의 랜드마크]웅장하고 과학적인 고대 건축물, 로마’콜로세움’. 월드투데이

https://www.iworld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406065

김성규(2017). 공공체육시설로서 월드컵경기장의 활성화 요인 연구. 대한건축학회 논문집 – 계획계, 33(4), 31-38

김용삼(2002). 월드컵경기장에 담긴 가지 색깔. 마루(3), 27-27

김창금(2017). 적자는 쌓이고경기장 수익사업은 못하고.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798672.html

김형준(2021). 지붕 뜯긴 채 20주년 맞이…쓸모 잃은 날 돌봐주세요. 한국일보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1010309530002533

김환(2017). [김환의 A-르포] 이런 축구 경기장은 어떤가요?. 김환의 저스트풋볼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9309990&memberNo=29184633

류청(2016). [히든트랙] 구조 개혁 없는 시도민구단, 재앙을 예약하다?. 풋볼리스트

https://sports.news.naver.com/news?oid=436&aid=0000021170

문화체육관광부(2021). 프로스포츠 운영 현황-국내 프로스포츠 좌석점유율. e-나라지표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662

문화체육관광부(2021). 프로스포츠 운영 현황-주요 프로스포츠 경기당 평균 관중 추이. e-나라지표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662

박성제(2002). [프로축구] K-리그, 상금 대폭 늘리기로.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624398#home

백지우, 정서현, 채은주(2020). 2020 마케팅 트렌드 : 멀티 페르소나. 마케팅, 54(4), 56-63

스포츠산업 진흥법. 스포츠산업 진흥법 제 17조 제 3항.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EB%B2%95%EB%A0%B9/%EC%8A%A4%ED%8F%AC%EC%B8%A0%EC%82%B0%EC%97%85%EC%A7%84%ED%9D%A5%EB%B2%95

이균재(2017). 수원, 슈퍼매치 최초로 2층 통천광고 선보인다. OSEN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17/2015041702374.html

이동천(2019). 싱가포르 ‘OUR TAMPINES HUB’, 쇼핑 센터를 넘어 커뮤니티센터로 전환 화제. TENANT NEWS

http://tnnews.co.kr/archives/36474

이현종(2002). 월드컵 경기장 조건.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2031901032433307002

임기환(2020). [K리그 타임머신 19 2001년] ‘성남 V4 이끈’ 신태용, 최고 중 최고 등극. 베스트일레븐

https://news.v.daum.net/v/20200329124225650?s=print_news

유다솔, 유영수(2020). 국내 월드컵경기장 부지 내 외부공간 현황조사 및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공간디자인학회, 343 – 354

윤두열(2017). 일거리 찾기’ 나선 월드컵경기장들…’특진’까지 내걸어. JTBC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489450

전자공시시스템. 연도별 각 클럽 운영비 현황. 전자공시시스템

http://dart.fss.or.kr/

정교진(2009). 지방자치단체 공공체육시설 관리실태에 관한 분석 – 서울월드컵 경기장, 잠실올림픽경기장, 수원월드컵 경기장, 인천 문학경기장등의 축구경기장을 중심으로 -. 한양대학교 행정 자치대학원

조남기(2020). [K리그 타임머신 21 2003년] 리그 3연패 ‘레알 성남’, 그러나…. 베스트일레븐

https://www.besteleven.com/news/articleView.html?idxno=115240

최명진(2021). [르포]”게임이랑 똑같네”…LOL 캐릭터 총출동한 ‘아케인’ 전시장. FETV

https://www.fetv.co.kr/news/article.html?no=99730

표주연(2014). 전국 종합경기장 93개, 5년 동안 3761억 적자. 뉴시스

https://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41007_0013216209&cID=10314&pID=10300

한준(2015). [인:팩트] 수원삼성은 ‘홈 경기장’이 없다. 풋볼리스트

 

김귀혁 기자(rlarnlgur1997@siri.or.kr)

[21.10.31, 사진=pixabay]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