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지난 17일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경기에서 수비수 오그본나의 헤더 골에 힘입어 1대0 승리했다.

이로써 웨스트햄은 연승 행진이 끊겼던 브랜트포드 전 패배 이후 팀 분위기를 재차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주전 라이트백 쿠팔이 사타구니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벤 존슨이 선발로 나와 무난한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에 기여한 점 역시 고무적이었다.

한편 경기가 끝난 후 골 닷컴(Goal.com) SNS 계정에 흥미로운 포스팅이 올라왔다. 다름 아닌 에버턴의 골키퍼 조던 픽포드의 물병 사진이었다.

픽포드는 경기 전 혹시 모를 페널티킥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본인의 물병에 상대팀 주요 키커들의 페널티킥 패턴을 분석한 사진을 부착했다. 구체적으로는 마크 노블, 마카엘 안토니오, 데클란 라이스가 어느 방향으로 킥을 주로 차는지와 각각의 성공 여부가 표시돼 있었다.

물론 90분 동안 페널티킥은 나오지 않으며 픽포드가 물병을 참고해 페널티킥에 대비하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만약 페널티킥이 나왔다면 픽포드는 과연 선방할 수 있었을까? 꽤 궁금증이 드는 대목이다.

축구에서 페널티킥 상황 시 키커만큼이나 부담감이 떠안게 되는 포지션이 골키퍼다. 물론 절대적으로 페널티킥 상황에서는 실점 확률이 선방 확률보다 높다. 따라서 대부분의 골키퍼들은 적은 선방 확률 안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상대 키커를 분석하거나 본인만의 행동 패턴을 통해 키커의 실수를 유도한다.

그렇다면 페널티킥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수많은 행동 가운데, 과연 어떻게 해야 골키퍼가 본인의 선방 확률을 최대화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필자는 페널티킥과 관련한 흥미로운 심리학 분석을 접했다.

심리학자 미하엘 바-엘리의 분에 따르면 골키퍼와 키커는 모두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 페널티킥 상황에서 특정 행동 패턴을 보인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키커는 페널티킥 시 좌우 측 상단으로 볼을 찰 경우 득점 확률이 100%에 수렴한다. 긴장하지 않고 가볍게 양쪽 상단으로만 볼을 밀어 넣으면 득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선수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능력이 부족해서일까? 결코 아니다.

만약 선수가 양쪽 하단으로 볼을 찼다가 실축할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는 골키퍼의 선방으로 인한 실축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러한 경우 키커에게 실축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골키퍼의 선방에 더 포커스가 맞춰지곤 한다.

그러나 선수가 양쪽 상단으로 볼을 찼다가 실축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는 대게 키커가 실수로 골문 밖으로 볼을 차는, 골키퍼 선방과 관련 없는 실축일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때 포커스는 골키퍼가 아닌 실축 한 키커에게 향할 것이다.

키커들은 이렇듯 실축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을 고려해 더 높은 확률로 득점할 수 있는 코스가 존재함에도 포기한다. 흥미로우면서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골키퍼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심리학자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대게 키커가 찬 공은 좌측, 가운데, 우측으로 정확히 3분의 1씩 향한다. 그러나 골키퍼들은 90% 이상 좌측 혹은 우측으로 다이빙을 뛴다. 가운데를 포기하고 말이다.

바-엘리는 이러한 양상을 보며 골키퍼 역시 대중의 시선을 무시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통계에 따르면 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 골키퍼에게 선방 가능성을 최대화해준다. 가운데에 서 있을 경우 가운데로 향하는 볼은 웬만해서 높이와 관계없이 모두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 쪽으로 다이빙을 할 경우 가운데와 반대쪽 골문으로 향하는 볼은 처리할 확률이 극히 드물며, 방향을 맞춘다고 한들 높이에 따라 실점 확률 역시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골키퍼들은 가운데에 서 있지 않는다. 가운데에 서 있는데 볼이 사이드로 향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실점했을 때의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리스크란 대중 시선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게 대중들은 “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어?”라며 골키퍼를 비난하곤 한다. 골키퍼가 최대 선방 확률 위치에서 페널티킥에 임했음에도 말이다.

이러한 키커와 골키퍼들의 행동을 가리켜 심리학에서는 ‘행동 편향’이라고 부른다. 긴장되는 순간이 찾아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실패하는 것보다는 무엇이든 하고라도 실패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더 낫다는 뜻에서 나온 개념이다. 개인 차원이든 사회 차원이든 행동 편향은 사라지기 어렵다. 인간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취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픽포드 사례와 같이 다른 변수는 제외하고 상대 키커의 이전 페널티킥 사례 분석을 통해 확률적으로 방향을 접근하는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왼쪽으로 100번 찼다고 해서 101번째 킥이 왼쪽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페널티킥은 기계가 처리하는 것이 아니며 킥을 처리하려는 1초 사이에도 생각이 수시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절대적으로 선방 확률이 적은 골키퍼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정답이 없다는 점이 축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이수영 기자(dnsall123@gmail.com)

[2021.10.19. 사진=골닷컴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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