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편에서 이어집니다.

사람들이 프로야구를 안 보는 이유
그러면 사람들이 프로야구를 왜 안 보는 걸까? 일단 근본적으로 야구 종목 자체의 특징부터 생각해보자. 야구는 기본적으로 길고 지루하다. 축구, 농구, 배구 등 다른 주요 프로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경기시간이 길다. 2021년 KBO리그의 평균 경기시간은 9월 23일 기준 3시간 16분(연장 포함)이다. MLB는 3시간 11분, 일본프로야구(NPB)는 2018년 기준 3시간 18분으로 한미일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이중 MLB는 특히 경기시간에 대한 고민이 많다. 1970년대 2시간 30분대에 불과하던 경기시간은 1990년대 2시간 50분대, 그리고 2000년에는 처음으로 3시간대에 진입하게 된다. 이로 인해 몇 년 전부터 경기시간 단축을 목적으로 ‘스피드업 룰(Speed-Up-Rule)’을 도입하고 있다. 공수교대 시간 단축, 20초 이내 투구 규정, 투수 1명당 최소 3타자 상대 규정 등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문제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본격적으로 스피드업 룰을 적용하던 2015년(3시간)과 비교했을 때 현재 오히려 11분이 늘었다. 이렇다 보니 기존 9이닝 룰을 벗어나 파격적으로 7이닝 룰을 도입하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경기 시간이 길고 경기의 속도감이 떨어져 특히 2, 30대 이하 젊은 층에게 선호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글 도입부에 언급했듯이 KBO리그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꾸준히 누적되어 왔다. 우선 팬서비스 문제다. 구단마다, 그리고 선수마다 편차가 크지만 국내 프로야구에서 팬서비스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9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한국프로스포츠협회, 2020)에서 국내 프로스포츠 종목별 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중 팬서비스 만족지수 조사에서 프로야구는 부정적 답변 비율이 10.3%로 국내 프로스포츠 중 최고치였다. 특히, 삼성 라이온즈(19.0%), 롯데 자이언츠(18.6%), KIA 타이거즈(15.5%) 세 구단의 불만족 비율이 높았다. 공교롭게도 프로야구 원년에 창단됐고, 지방 거점 팬들의 굳건한 지지를 받는 세 팀이다. 전통적인 인기 구단으로 꼽히는 팀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팬서비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가장 불만족 비율이 적었던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2.7%)와의 차이가 컸다. 이는 단순히 선수들의 성향 차이로 인한 결과일까? 아니다. 직접 팬들과 만나 팬서비스를 하는 것은 선수들이지만 구단 차원에서의 노력이 분명 필요하다.

위 조사에서 나온 결과처럼 SSG 랜더스는 10개 구단 중 팬서비스 부분에서 가장 모범적인 팀으로 손꼽힌다. SSG는 SK 시절부터 선수들에게 팬서비스의 중요성을 꾸준히 언급해왔던 팀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스포테인먼트(스포츠 + 엔터테인먼트)’를 내세워 팬 친화 정책을 널리 펼쳐왔다. 김성근 감독 재임 시절 팬서비스 거절 벌금을 책정하기도 했고, 이만수 감독과 트레이 힐만 감독은 몸소 팬들 앞에 나서 각종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여기에 2018년부터는 ‘고객 만족(Customer Satisfaction. CS) 챔피언’ 상을 만들어 매달 팬서비스를 가장 잘한 선수에게 수상했다. 이런 노력에 선수들도 동화되어 자연스레 좋은 팬서비스로 이어졌다. 반면, 다른 구단들은 비교적 최근까지 팬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을 놓치고 있다. KIA는 지난해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선수들의 무성의한 팬서비스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맞아 홈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는 자리에서 “팬들을 향해 손 흔들며 인사해달라”는 장내 아나운서에 요청에도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별다른 반응 없이 퇴장했다는 것이다. 며칠 뒤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와 SNS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팬서비스 논란이 나오기 시작한 지 한참 되었지만 이렇게 최근까지도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KIA뿐 아니라 다른 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단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선수들이 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선수들도 이를 인식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너희들이 볼펜 한 자루라도 만들어봤냐? 너희들처럼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 데에도 대접받는 것은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팬들한테 잘해야 한다.” 연세대학교 농구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희암 감독이 남긴 말이다. 팬들이 없으면 선수도, 구단도, 리그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 선수들의 용인할 수 없는 일탈 행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음주운전부터 시작해서 불법도박, 성 추문, 그리고 승부조작까지 매년 좋지 못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이는 신인 선수부터 베테랑 선수까지, 그리고 2군 선수부터 국가대표 스타 선수까지 위치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배출된다. 특히 최근 가장 빈도수가 높은 것은 음주운전이다. 음주운전은 거의 모든 구단이 한 번씩은 겪었을 정도로 빈번한 일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회 전반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관대했다. 농구선수 허재는 현역 시절 5차례 음주운전이 적발되고도 무사히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고, KBO의 음주운전 징계는 2003년에야 처음으로 이뤄졌다. 당시 KIA 서정환 코치는 제재금 300만 원, LG 김재현 선수는 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300만 원의 징계가 내려졌다. 비교적 가벼운 수준의 징계다. 최근에는 음주운전이 훨씬 엄중한 범죄 행위로 여겨져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표3. KBO리그 음주운전 처벌 규정 (출처: 2021 KBO 규약 제151조)

2016년 KBO는 부정행위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해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를 신설했다. 각종 사건·사고와 관련된 징계 관련 규정을 몇 차례에 걸쳐 강화했으며 현재 KBO리그의 음주운전 처벌 수위는 위와 같다. 단순히 적발되기만 해도 50경기 출장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측정 거부, 사고 등으로 이어질 시 처벌은 더 강해진다. 그리고 3회 이상 적발 시에는 3년 이상의 실격 처분으로 사실상 선수 생활이 어렵게 된다. 이건 KBO의 경우일 뿐 요즘에는 구단 자체 징계도 함께 이루어지는 추세다. 오히려 구단의 처벌이 더 강했던 사례도 있다. 적게는 출장 정지부터 심할 경우 방출까지 이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징계 강화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년 전, 삼성의 박한이는 음주운전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삼성에서만 20년 가까이 선수생활을 하며 우승반지 6개를 낀 박한이는 영구결번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음주운전으로 불명예 은퇴를 결정했다. 그리고 이런 팀 선배의 사례를 보고도 몇 개월 뒤 삼성 최충연 역시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최충연은 KBO 징계 50경기 출장정지에 팀 자체 징계 100경기 출장정지가 더해져 한 시즌을 통으로 날리게 됐다. 최근에는 도쿄올림픽에서의 부진으로 야구계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키움 송우현이 음주운전으로 방출됐다. 이런 사례가 이어지면서 팬들의 실망과 분노는 쌓여만 갔다.

선수들의 사생활 및 성 관련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여성 팬들의 이탈을 유발하는 주원인이다. 2019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에 따르면 KBO리그의 여성 관람객 비율은 48%로 절반에 달한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남자배구 다음으로 여성 비율이 높은 종목이다. 남성 팬 비율이 높던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재 야구장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변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여성 팬들이 늘어났다. 특히 경기 관람 및 시청과 지출이 많은 ‘헤비 팬’ 비율이 가장 높은 층은 2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그렇기에 구단에게 이들은 매우 중요한 고객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선수들의 사생활 문제가 속출하면서 이들의 실망감은 커지고 있다. 연인 간의 트러블부터 성 관련 범죄까지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프로야구 선수들은 대중적으로 얼굴이 잘 알려진 유명인인 만큼 개인의 사생활이 큰 파장을 낳는다. SNS 활용이 많아진 최근에는 SNS를 통한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당사자가 SNS의 해시태그 등을 통해 폭로할 내용과 함께 사진을 첨부하고 선수와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형식이다. 이들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인해 과장되거나 왜곡된 정보가 퍼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선수 본인이 인정해 징계로 이어지는 케이스가 적지 않다. 여성 팬들에게 선수들의 성 관련 논란은 더욱 민감한 문제다. 좋아하는 선수가 논란이 생기고 이미지가 실추된다면 자연스레 팬은 떠나갈 수밖에 없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자꾸 이런 문제가 매스컴을 타면 프로야구 전반적인 이미지에 손상이 올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다른 선수들까지 피해를 본다.

이렇다 보니 팬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특히, 젊은 팬들, 그리고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곳이 있다. e스포츠리그, 그중에서도 LCK(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가 매섭게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일명 롤(LOL)이라고 불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는 남녀노소에게 사랑받으며 거의 10년째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 롤 프로리그인 LCK는 초기에 남성 팬 위주의 리그였지만 최근에는 여성 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발표된 조사(LCK, 2021)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LCK 신규 유입 시청자 중 여성 비율이 46%로 거의 남성과 대등한 수치였다. LCK를 대표로 한 e스포츠의 산업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2020 이스포츠 실태조사(한국콘텐츠진흥원, 2020)’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5년 722.9억 원부터 2019년 1,398.3억 원까지 매년 꾸준히 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2019년 9억 5천만 달러(1조 1148억 원)에 달한다. 작년과 올해는 그 규모가 더욱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e스포츠는 경기 템포가 빠르고 공간의 제약이 적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세계 스포츠가 위기에 빠져있을 때 e스포츠는 오히려 성장했다. 그리고 참여자와 관람자 간의 교집합이 크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프로야구 팬 대부분이 실제로 야구를 하진 않지만 e스포츠 팬 대부분은 게이머다. 관람자를 참여하게 만드는 움직임은 전통적인 스포츠 산업의 지향점인데 e스포츠는 이를 이미 선도하고 있다. 단순한 오락 거리로 여겨졌던 e스포츠가 점점 프로야구와 같은 전통적인 프로스포츠를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뒤덮었다. 2020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 자체를 뒤흔들었다. 사람과 사람 간의 대면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전통적인 산업에 위기가 닥쳤고 IT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산업의 발전이 가속화됐다. 프로스포츠 산업은 전자에 해당됐다. 사람들이 모이는 행위 자체가 규제되어 프로스포츠 시장의 기반이 되는 관중 출입 자체에 제한이 생겼다. 초반에는 리그 자체가 중단되기도 했고 이후에는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게 됐다.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관중 입장이 완화된 상황이지만 국내는 여전히 입장이 크게 제한되어 있다.

티켓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구단들의 재정 상태에 빨간불이 켜졌다. 해외의 경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팀 FC 바르셀로나는 파산 위기까지 몰려 있다. 거액을 쓰며 선수들을 영입한 상태에서 수입이 줄어 재정에 위기가 생겼고 구단 핵심 선수들을 헐값에 넘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팀 간판인 리오넬 메시가 팀을 떠나게 된 것도 재정 문제의 여파다. MLB는 2020년 코로나로 개막이 늦춰지고 리그 단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선수노조와 구단&사무국 간의 돈 문제가 불거졌다. 기존 162경기를 치르던 리그에서 경기 수가 단축되면 그에 따라 연봉이 줄어들게 되는 구조였다. 이들 간의 줄다리기가 오랫동안 진행됐으나 결국 예년의 37% 수준인 60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결정됐고 선수들의 연봉 역시 37%만 지급됐다. 선수들의 연봉이 줄었으나 무관중으로 시즌이 진행되면서 구단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2020년 10월,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스포츠 경제 전문 언론사 Spotico와의 인터뷰에서 재정의 심각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코로나19로 인한 2020시즌 30개 구단의 총 손해액은 28억 달러(3조 1556억 원)~30억 달러(3조 381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사정은 그나마 낫다. 한국 프로스포츠 구단 대부분은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상황으로 자생 구단이 적은 것이 오히려 시장 유지에 도움이 됐다. 2020시즌 이후 열린 KBO리그 FA 시장에서도 선수들은 수십억의 거액을 받으며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키움 히어로즈와 같은 자생 구단은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히어로즈는 모기업의 지원이 없어 평소에도 FA 시장에서 거액 지출이 거의 없었다. 외부 영입은 고사하고 팀 소속 선수들을 지키는 것도 어려웠다. 창단 이후로 여러 차례 웃돈을 받고 핵심 선수들을 트레이드하며 구단을 유지해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구단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고 2020년에도 히어로즈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FA 선수 계약이 없었다.

KBO리그는 2시즌 동안 제대로 관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관중 입장이 일부분 허용되고 있지만 육성 응원이 제한되고 자리에서 음식 취식까지 불가하다. 오랫동안 KBO리그는 특유의 응원문화가 직관의 재미로 부각되었고 경기를 보며 치맥을 즐기는 것 또한 매력 포인트로 여겨졌다. 특히, KBO리그의 응원문화는 국내 프로야구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롯데의 홈 구장인 사직야구장은 ‘사직노래방’이라고 불릴 정도로 열정적인 응원이 이어져 왔다. 조우정, 김애랑, 서정은(2012)의 연구에 따르면 “응원가와 응원단장에 대한 만족도가 팀 일체감에, 응원도구와 치어리더에 대한 만족도가 재관람의도에, 팬 일체감은 재관람의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방역수칙에 따라 응원가 제창, 응원단의 원정 동행 등에 제한이 생기며 직관의 묘미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가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세계 여러 국가가 위드코로나(WithCorona)를 선언하고 각종 스포츠 리그에서 관중 100% 수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MLB의 경우 지난 7월부터 30개 구단 전 구장이 이전과 같이 관중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내년에는 관중을 100% 수용하고 육성 응원과 취식이 허용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물론 그렇게 되더라도 예전처럼 많은 관중이 입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야구에 대한 여론이 좋지 못해 제한이 풀려도 그동안 억압된 것들에 대한 보복 소비가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

3편에서 계속…

이영재 기자(youngjae@siri.or.kr)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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