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2020년 12 구단 양대리그 체제’ 지난 2011년,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가 프로야구 30주년 기념리셉션에서 발표한 5대 비전 중 하나였다. 이와 함께 KBO는 연 1,000만 관중 개척, 통합 손익분기점 흑자 전환, 하위리그 체제 개편, 명예의 전당 개관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장현구, 2011).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어느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기존 8개 구단에서 2개가 늘어 10개 구단 체제로 개편됐을 뿐이다. 양대리그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중 현황은 어떨까? 천만 관중을 꿈꾸던 KBO는 2017년 840만을 정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인기의 최절정을 누리던 프로야구는 몇 년 전부터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유행으로 리그 진행과 관중 수용에 차질이 생겼고, 올해 내외적으로 좋지 않은 여론으로 내리막이 더 가팔라지고 있다. 구단들은 흑자는커녕 매년 적자 폭이 커지고 있으며 명예의 전당은 몇 년째 지연돼 삽 한 번 푸지 못했다. 10년 전 KBO가 그렸던 목표는 여러 방면에서 지지부진하다.

특히, 양대리그는 KBO의 숙원 사업이다. 1999~2000년에 2년 동안 실제로 양대리그가 가동되기도 했으며 그 이후로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양대리그를 준비했다. KBO는 이를 목표로 기존 8개 구단 체제에서 10개 구단으로 리그를 확장했다. 2011년 제9 구단 NC 다이노스가 창원을 연고지로 창단됐고, 2013년 제10 구단 KT 위즈가 수원을 연고지로 창단됐다. 2015년부터 10개 구단 체제로 1군 리그가 가동되고 있지만 그 이후의 신생구단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재 10개 구단이 많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구단이 늘어나면서 더 많은 선수들이 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지만 질적인 방면에서 그만큼 발전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렇게 되면서 자연스레 양대리그 소식은 수그러들었다. 프로야구 30주년 기념 5대 비전 발표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KBO리그는 40주년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10년의 비전을 다시 세울 시점이다. 현 상황에서 양대리그는 다시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현재 한국 야구는 선수들의 일탈 문제, 도쿄올림픽 부진 등을 이유로 위기에 놓여 있다. 어쩌면 2000년대 초반 겪었던 암흑기가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KBO리그가 다시 부흥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그리고 양대리그가 그 방안 중 하나로 꼽혀 언급되기도 한다. 과연 양대리그는 위기를 탈피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양대리그 실패의 역사
1999년부터 2000년까지 KBO리그도 2시즌 간 양대리그를 도입한 바 있다. 매직리그와 드림리그 둘로 나눠 리그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이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사람들이 양대리그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이때의 실패를 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당시 KBO리그는 이름만 양대리그일 뿐 이해되지 않는 방식이었다. 우선 매년 리그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보통 양대리그는 고정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 기본으로 생각된다. 어떤 변화를 꾀하기 위해 몇 년마다 일부분 변경하는 경우는 있다. 단순히 성적으로 분류해 매년 리그를 다르게 운영하는 것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었다.

 

[표1: 1999-2000시즌 프로야구 양대리그 분배]

이때 프로야구의 리그 분배는 성적에 따라 매년 달라졌다. 첫해에는 전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1, 4, 5, 8위를 드림리그에, 2, 3, 6, 7위를 매직리그에 배치했다(KBO, 2021). 이듬해에는 1, 3, 5, 7위(드림), 2, 4, 6위와 신생팀(드림)으로 다르게 분류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리그 간 불균형을 막기 위한 조치였는데 이렇게 하고도 두 리그의 성적은 크게 차이가 났다. 2000시즌 드림리그 3위 삼성(0.539)이 매직리그 1위 LG(0.515)보다 승률이 앞섰다. 이렇게 되면서 8팀 중 5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또한, 타 리그와의 경기 수가 너무 많았다는 점도 문제였다. 1999년에는 같은 리그 3팀과 20경기, 타 리그 4팀과 18경기씩 총 132경기를 치렀고, 2000년에는 리그 상관없이 7팀과 19경기씩 총 133경기를 치렀다. 리그 간 경기 수 차이가 거의 없어 사실상 단일리그를 치르는 것처럼 보였다. KBO는 2년 만에 양대리그 제도를 폐지한다.

 

 

[표2: 1996-2004 프로야구 연간 관중 수 (출처: KBO 홈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대리그가 관중 유입에 악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1999-2000년 관중 수는 양대리그 도입 전후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다르지 않다. 90년대 중반 500만 이상 관중으로 호황을 누리던 프로야구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위기를 맞았다. 쌍방울, 해태 등이 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관중 수는 급감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까지 프로야구는 암흑기를 보냈다. 양대리그를 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해외 사례
이미 양대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해외 사례는 어떨까?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는 오래전부터 양대리그 체제로 리그를 운영해 왔다. MLB의 내셔널 리그(NL)와 아메리칸 리그(AL)는 태생부터 다른 단체다. 내셔널 리그는 1876년 8팀이 승부를 겨루는 독립적인 리그로 시작됐다(Britannica, 2013). 이후 1901년 아메리칸 리그가 출범하고 두 리그의 공생 관계가 시작됐다(Britannica, 2013). 1903년에는 양 리그의 우승자끼리 맞대결을 가져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월드시리즈가 시작됐다(Augustyn, 2020).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내셔널 리그와 아메리칸 리그는 100년이 가까운 기간 동안 독립적으로 운영됐다. 리그 간 교류전은 1997년에야 이뤄졌고 1999년까지 두 리그의 회장이 각각 존재했다. 각 리그의 비전과 정책에 따라 운영이 달라졌다. 심지어 서로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 같은 상황이라도 심판 판정이 다르게 나오기도 했다. 그 시기에 미국 프로야구에는 내셔널 리그, 아메리칸 리그, 그리고 메이저리그 사무국까지 3개의 독립체가 존재했다(Bill Nowlin, 2019). 2000년이 되어서야 내셔널 리그와 아메리칸 리그는 하나의 메이저리그로 합병되었다. 합병 이후에도 독립적인 모습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리그 간 차이는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지명타자 제도다. 1972년까지 두 리그는 모든 투수가 타격을 병행했다. 하지만 이듬해 아메리칸 리그가 투고타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했고 지금까지 그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내셔널 리그도 도입을 몇 차례 논의했지만 구단끼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2020년, 선수 보호를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 현재 리그당 15팀씩, 총 30개 팀이 메이저리그를 이루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1936년 단일 리그 체제로 출범한 이후 1949년까지 그 모습을 유지했다. 그러나 1950년 마이니치 오리온즈(현 지바 롯데 마린스)의 창단 문제로 구단 간 분열이 시작됐다. 당시 오리온즈의 모기업인 마이니치 신문과 경쟁 관계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요미우리 신문)를 필두로 창단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찬성파와 반대파로 구단이 나뉘었고 결국 리그가 분열되는 상황에 이른다. 그렇게 일본 프로야구는 센트럴 리그와 퍼시픽 리그로 나뉘어 지금의 형태가 됐다. 메이저리그의 상황과 비슷하게 퍼시픽 리그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지만 센트럴 리그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선다는 차이점이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리그당 6팀씩, 총 12개 팀이 리그를 이룬다. 이렇게 양대리그로 운영되는 미국과 일본은 비슷한 포스트시즌 형식을 가지고 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크게 봤을 때 양대리그 우승팀끼리 붙어 월드시리즈/일본시리즈에서 최종 우승자를 결정하는 형태다.

2편에서 계속…

이영재 기자(youngjae@siri.or.kr)

[21.10.29]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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