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장면 #1. 야구장

[SIRI=김민재 기자] 11월 1일,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첫날이자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이 열린 잠실 야구장. KBO는 포스트시즌에 일명 ‘백신 패스’를 도입해 관중을 100% 입장시켰다. 일상회복으로의 전환에 의미 있는 날이었던 만큼 황희 문체부 장관도 경기장을 찾아 방역 상황을 점검했다.

경기장에 관중이 모처럼 가득 참과 동시에 방역 수칙도 잘 지켜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경기가 종반부로 갈수록 치열해지자 방역 수칙은 무용지물이 됐다. 육성 응원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었지만, 점수가 나면 선수 이름을 연호하고 응원가도 들렸다. 이 과정에서 특별한 제지는 없었다.

방역 당국은 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도 함성이나 구호를 외치면 비말 배출이 많아지고 강해져서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 구단, KBO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KBO는 즉각 긴급회의를 개최해 홈런과 적시타 상황에서는 응원가를 틀지 않게 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전북 현대 모터스

장면 #2 축구장

11월 6일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선두 맞대결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 방역 수칙 완화로 원정팬 입장도 허용됐고, 경기에 대한 높은 관심답게 코로나 이후 첫 1만 명대 관중이 들어찼다. 경기가 치열해지자 관중석 분위기도 타올랐고, 울산 원정팬들을 필두로 경기장 곳곳에서 구호와 응원가가 들렸다.

지난 주말 열린 수원 FC와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는 이번엔 전북 원정팬들이 육성 응원을 하여 문제가 되었다. 골이 터지자 응원가를 부르고, 상대 선수에게는 야유도 퍼부었다. 수차례 자제 방송이 나왔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내로남불’ 논란도 빚어졌다.

백신 접종 상관없이 50% 입장, 취식 불가 vs 백신 접종자 100% 입장, 취식 허용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스포츠 경기 관중 입장 제한도 완화되었다. 정부는 크게 2가지 관중 입장 방식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50% 입장시키는 것이고,두 번째는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100% 입장시키는 것이다. KBO는 이번 포스트시즌에 100% 입장안을 선택했다. KFA도 11월에 열린 월드컵 예선에서 백신 패스를 도입했다.

이처럼 많은 곳이 접종 완료자에 한해 100% 관중 입장을 받으면서,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띄어 앉기를 하지 않고, 취식이 허용되면서 ‘치맥’을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경기장이 관중으로 가득 차니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함성도 더욱 크게 들린다.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는 육성 응원 문제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 마스크는 쓰고 있지만, 인원 제한도 완화됐고 취식도 가능해졌다. 사실상 코로나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띄어 앉지 않고 관중을 100% 받은 상태에서 응원가를 틀고 북을 두드리면 자연스럽게 분위기는 뜨거워지고, 육성 응원이 새어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한번 불붙은 분위기를 가라앉히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보건복지부

육성 응원을 부추기는 군중 심리

이는 군중 행동의 심리적 기제와 연관 지을 수 있다. 군중 속에 있는 개인은 자아 정체성을 상실하기도 하는데, 이를 ‘몰개인화’라고 한다. 몰개인화를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은 ‘익명성’이다. 군중 속에서는 개인을 식별하기가 어려우며, 이는 개개인의 행동에 대한 확인 및 처벌 가능성을 낮게 만든다.

몰개인화는 책임감의 분산, 생리적 흥분 상태 등에 의해 강화된다. 사람들은 군중 속에 있으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이 다수에게 분산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옳지 않은 행동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감을 덜 느끼게 된다. 즉, 경기장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남들도 다 안 지키는데’, ‘나 혼자쯤이야’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군중 속에 있으면 개인의 생리적 흥분 수준이 높아져 거칠고 들뜬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억제 신호를 쉽게 놓치는 경향이 있다. 스포츠 경기는 그 특성상 더욱 개인의 흥분 상태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자기통제력을 약화시키고 분위기에 휩쓸릴 수 있게 한다. 초반에는 차분하더라도 분위기가 고조될수록 소리도 지르고, 자제하라는 요청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이런 특성은 당연히 군중의 숫자가 더 많을수록 더 강해진다. 띄어 앉기를 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경기장 분위기 차이를 여기서 유추해볼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철저하게 막거나, 과감하게 허용하거나

이처럼 스포츠 경기장은 식당, 카페 등 다른 시설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따라서 천편일률적인 방역 수칙보다는 현실성 있고 차별화된 수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며 본능적으로 나오는 육성을 통제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최소화할 수 있을 뿐이다. 현행처럼 육성 응원을 통제하겠다면 더욱더 철저하게 막을 필요가 있다. 육성 응원이 나올만한 분위기조차 조성되지 않게 해야 한다.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인원 제한을 두어 띄어 앉기를 유지하고, 응원단을 운영하지 않는 것 등이 해답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과감하게 육성 응원을 허용할 필요도 있다. 어찌 됐든 현행 방역 수칙은 현장 특성과는 괴리가 있을뿐더러 혼란과 논란만 야기할 뿐이다.

Reference

최훈석 (2005). [특집 : 집단열광을 해부한다] 군중 행동의 주요 형태와 심리적 기제. 철학과 현실, 6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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