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편에서 이어집니다.
III. 결론
앞서 언급했듯이 신인 드래프트는 구단과 선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연례행사이며 팬들의 주목도 역시 높다. KBO리그는 드래프트가 가지고 있는 큰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신인 드래프트를 여느 별다른 행사와 다를 바 없이 취급하고 있다. 또한 팬들에게 불친절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며 재미가 없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예전과 다를 바 없이 방치되어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필자는 신인 드래프트가 가진 중요성과 엔터테인먼트적인 잠재성을 터트려 가치를 높인다면 팬들이 더 열광할 수 있는 이벤트가 될 거라 믿는다. 그리하여 NFL이나 NBA의 사례처럼 대규모 이벤트로 성장시킬 필요성을 느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위에서 제시한 내용을 정리해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3.1 2028 KBO 신인 드래프트 시뮬레이션
“2028년 7월 24일 월요일, 드래프트 지명 대상 선수들의 신체 능력과 야구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쇼케이스 날이다. 이번 쇼케이스에도 3년째 스폰서십을 유지 중인 에너지 음료수 몬스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선수의 능력을 측정하는 시설 곳곳에 해당 브랜드 이미지가 배치되어 있다. 전국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비롯해 독립리그 출신까지 200여 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쇼케이스에 참석했다. 전국 최대어 중 하나로 평가받는 투수 A는 이날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하나다. 비공식 최고 구속 155(km/h)를 찍었다고 소문이 무성한 그는 테스트에서 150이 넘는 공을 찾아보기 어렵다. 공의 회전수도 전체 선수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아 스카우트들은 갸우뚱한 모습이다. 반면, 이름이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던 타자 B는 이날 최고의 스타라고 볼 수 있다. 그는 고등학교 3년 타율이 3할에 미치지 못해 상위 라운드 지명이 어렵다고 평가받은 그는 주루와 수비 방면에서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B는 홈에서 1루까지의 거리 30피트를 3.6초 대로 돌파하며 본인이 가진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했다. MLB에서 가장 빠른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빌리 해밀턴(3.61초)의 기록에 버금갈 정도다(하남직, 2016). B가 기록한 수치는 역대 쇼케이스 최고 기록이다. 그는 수비에서도 다양한 포지션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차세대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구단 성향에 따라 중상위권 지명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음날, 연습경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투수 A가 상대 타선에 난타당하며 조기 강판당했다. 몇몇 구단 스카우트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 타자 B는 이날 A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낸 유일한 선수다. 스카우트들은 다시 한번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2028년 9월 18일 월요일, 드래프트의 날이 밝았다. 올해는 사직 신구장 완공을 기념하며 부산에서 드래프트가 열렸다. 1,000여 명의 야구팬들이 이날 드래프트 현장을 찾았고 시작 전부터 사람들은 MD샵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Monday Night Draft’ 로고와 함께 방송 중계가 시작된다. 진행자의 간단한 드래프트 소개가 끝나고 익숙한 체형의 인물이 무대 위로 오른다. 롯데 자이언츠 출신의 이대호 선수가 올해 1라운드 지명 발표를 맡았다. 부산에서 이벤트가 열린다는 점이 이러한 결정에 한몫했을 거라 보인다.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되고 1라운드 첫 번째 픽이 공개되는 순간이다. 전년도 최하위 키움이 지명 선수를 결정했고 이는 이대호에게 전달되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객석은 고요해지고 이대호는 힘 있는 목소리로 선수 C의 이름을 불렀다. C는 부모님과 서로 뛸 듯이 기뻐하며 그 순간을 함께 한다. C가 무대로 오르자 키움 고형욱 단장이 이미 유니폼을 들고 대기하고 있다. 패널로 나온 박재홍 해설이 선수 C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C는 울먹이며 인터뷰를 이어가고 뒤이어 남은 9개 구단의 1라운드 지명이 이뤄진다. 투수 A는 1라운드에서 지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상외로 지명이 밀리면서 선수는 초조해 보인다. 2라운드엣어 오히려 타자 B가 A보다 먼저 지명이 이루어졌다. 몇 달 전까진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지만 쇼케이스와 8월에 치러진 대통령배 고교야구 대회에서의 활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4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는 NC 다이노스 출신 양의지가 지명을 발표하게 됐다. 양의지는 하위 라운드 출신에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만큼 여러 선수들에게 희망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밤 10시가 가까워져서야 모든 지명이 완료됐다. 11라운드에 걸쳐 10개 팀이 총 110명의 선수를 뽑는 대장정이었다.”
3.2 마치며
신인 드래프트는 지금보다 더 커질 가치가 충분하다. 당장 많은 변화를 주지 못하더라도 방치되어 있던 드래프트를 차근차근 개선시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껍데기가 알맹이를 좌우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고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가 재미있고 웅장한 쇼처럼 변하더라도 당장 지명되는 선수의 실력이 변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드래프트가 하나의 대규모 이벤트로 성장한다면 이는 리그 자체의 인기를 높이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리그의 인기는 유입 인원의 증대를 일으킨다. 유입 인원의 증가는 곧 질적인 수준의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 KBO리그는 현재 모든 야구팬, 야구인, 그리고 미디어에서 모두 인정하는 위기에 빠져 있다. 인기의 재부흥을 위해 지금은 많은 시도를 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이 든다. 신인 드래프트의 개선이 그 방안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영재 기자(youngjae@siri.or.kr)
[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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