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오랫동안 비판받아오던 유럽축구연맹(이하 UEFA)의 재정적 페어플레이 룰(Financial Fair play Rule, 이하 FFP 룰)이 새로운 규정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지난 22일 뉴욕 타임즈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UEFA는 현재 FFP 룰 폐지와 더불어 새로운 ‘70% 룰’ 도입 발표 막바지에 다다랐다.

FFP 룰은 유럽 축구 클럽들의 전반적인 재정 건전성을 위해 지난 2010년 승인되고, 2011년에 처음 평가 시작된 UEFA 재정 지출 규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구단이 이적료나 선수 임금 등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거두어들인 수익의 일정 비율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쉽게 말해 ‘번 만큼만 쓸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초기 FFP 룰은 목적이 비교적 명확했다. 재정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해 파산하는 구단이 잇따라 등장함에 따라 클럽들이 구단 관리를 충분한 수준으로 갖추고, 무자비한 대규모 지출보다 유소년 육성을 우선시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했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토대로 UEFA 클럽 대항전의 청렴성과 원활한 진행까지 유지하도록 하는 재정, 스포츠, 법률, 관리 모든 측면에서의 장기적 개선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점만 바라보았던 초기 예상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FFP 룰의 과정적, 결과적 맹점이 수없이 드러났다.

FFP 룰은 궁극 목적이었던 구단의 재정 건전성은커녕 자본을 필두로 한 클럽들이 강자로 떠오르도록 하는 명분을 만들어주었으며, 구단주 사재 투입 제약의 결과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구단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고조되도록 했다.

규정 역시 충분할 만큼 자세히 서술돼있지 않아, 구단이 수입을 조작하는 등의 악용 사례도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점은 FFP 룰을 위반한 클럽들에 대해 현실적이고 납득할 만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UEFA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구단은 FFP 룰을 위반할 시 자동으로 대회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UEFA의 CFCB(Club Financial Control Body)에 의해 처벌이 정해진다.

실제 지난 2020년 CFCB는 맨시티가 장부상 스폰서십 계약 및 손익과 관련해 FFP 룰을 위반했다고 발표하며 ‘2년간 UEFA 클럽대항전 참가 불가 + 벌금’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맨시티가 CAS(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하자, 증거의 불충분성 및 시효 만료 등을 근거로 CAS는 최종 판결에서 클럽대항전 참가 불가와 관련된 징계를 철회했다. FFP 룰을 어기고 오직 벌금형에만 그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는 FFP 룰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건이었으며, 돈만 있으면 룰을 어겨도 된다는 잘못된 신념을 구단들에 심어주기 좋은 선례가 됐다. 이를 두고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을 비롯한 저명한 축구계 인사들은 강도 높은 비난의 목소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드디어 FFP 룰이 대체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새로운 규정은 구단이 수입과 인건비(이적료, 급여 등)를 비롯한 총수입의 70%를 초과해서 지출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정의 원활한 교체를 위해 3년 동안은 이 수치를 90%까지 허용하고, 예산이 건전한 팀에 한해 최대 1000만 달러까지 초과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으나, 새로운 규정은 돌아오는 4월 7일 UEFA 집행위원회 투표 후 공식적으로 UEFA 규칙 서적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로운 규정의 이름이 기존의 FFP(Financial Fair Play) 룰에서 FSR(Financial Sustainability Regulations) 룰로 개칭될 것으로 예상된다.

FSR 룰은 기존 FFP 룰보다 처벌 수위, 벌금 등에 있어 더욱 엄격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FSR 룰이 좋고 나쁜지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 역시 탄탄한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구단들에게는 희소식이기 때문이다.

본래 FFP 룰의 궁극 목적이었던 구단의 재정건전성 확보와 이를 통한 클럽 도산 방지를 돕는 실효성 있는 규정이 짧은 기간 내에 마련되기를 바란다.

이수영 기자(dnsall123@gmail.com)

[2022.03.24. 사진=UEFA, 맨시티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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