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장준영 기자] 축구는 90분간 펼쳐지는 경기이다. 최소한 축구에 대해서 알고,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90분 경기 동안 실제 인-플레이 경기 시간은 얼마나 될까?

최근 10시즌 간 프리미어리그의 실제 인-플레이 경기 시간. (출처=데일리 메일)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최근 10시즌 간 실제 인-플레이 경기 시간은 54분에서 56분을 맴돌았다. 이는 90분 경기 동안 약 35분을 아웃-플레이(공이 경기장 밖에 있는 상황, 대표적인 예시로 공을 스로인 하기 위해 라인 밖에 나가 있는 경우, 코너킥을 차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 등이 있다.)로 경기가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만 봐도 인-플레이 경기 시간의 극명한 차이를 알 수 있는데, 지난 10월 웨스트 햄과 브렌트포드의 경기는 고작 90분 중 약 41분 만이 인-플레이 상황이었다. 그러나 맨체스터 시티와 번리의 경기는 90분 중 약 65분이 인-플레이 경기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만약 웨스트 햄과 브렌트포드의 경기를 위해 웨스트 햄의 홈구장인 런던 스타디움을 찾은 팬이라면 자신이 지불한 입장료의 반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이 된다.

이런 경기들을 방지하기 위해 FIFA에서 ’60분 보장 룰’을 도입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60분 방지 룰이란, 아웃-플레이 상황에서 시계를 정지하여 실제 인-플레이 타임이 60분을 넘어야만 심판이 경기를 종료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이다. 결국 이 룰의 주된 목적은 실제 공을 가지고 진행되는 ‘60분‘의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다.

EPL 전 심판 마크 클라텐버그는 이 룰에 대해 강한 긍정을 표하며 “농구에서는 이것(아웃-플레이 상황에서 시계를 정지하는 것)이 효과가 있었고, 축구에서도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골이 경기 중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아웃되었을 때, 혹은 부상 상황이 시간을 지연 중일 때, 혹은 심판이 옐로카드를 들거나 이야기를 전할 때는 시계가 멈추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모든 경기는 절대적으로 동일한 길이를 갖게 될 것이며 이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60분 보장 룰로 이를 방지할 수 있고, 이는 관객들에게도 최소 한 시간의 공을 갖고 경기가 제대로 전개되는 모습을 볼 것을 보장할 것이다.” 이처럼 발언하였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변화가 현대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가에는 의문이 있다.

왜냐하면 최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숏-폼(Short-Form) 콘텐츠가 인기 있는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숏-폼 콘텐츠란 1~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서 콘텐츠를 즐기는 대중들의 소비 형태를 반영한 트렌드이다. 영화 산업이나 스포츠 업계 관계자들의 큰 고민이 바로 숏-폼 콘텐츠의 성장에 있다. 코로나19로부터의 일상생활 회복이 아직 완벽히 진행되었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약 2~3시간을 화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결코 요즘의 트렌드가 아니다.

(조회수, 제목 출처=네이버 영화, 유튜브 ‘영화소녀’)

사진을 보면, 영화 ‘다이버전트’의 한국 공식 박스오피스 관객 수는 42만 명이다. 그러나 같은 영화를 15분의 길이로 요약한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약 700만 뷰를 기록하였다. 이는 요즘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아주 좋은 예시이다.

또 다른 예시로는 숏-폼 콘텐츠의 대표적 선두 주자인 틱톡(Tik-Tok)의 성장이 있다. 틱톡은 15초 내외 분량의 글로벌 동영상 SNS 플랫폼이다. 틱톡은 2017년 11월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로, 유튜브가 이미 전 세계 동영상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정식 서비스 2년 만에 한국, 미국, 일본 등 전세계 10~20대 이용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틱톡은 15초의 짧은 ‘숏-폼 영상’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이후 한정적으로 60초까지 영상 업로드가 가능하도록 조금씩 제한을 풀었다. 현재는 영상 길이를 자유롭게 조절하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15초 영상이 주로 유통되는 플랫폼이지만, 무려 10분까지 영상 길이를 확대하여 다양한 이용자층을 흡수한 것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미국의 한 경제 매체에 따르면, 틱톡의 광고 매출이 현재 업계 1위인 유튜브의 광고 매출을 2024년 따돌릴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으며 숏-폼 콘텐츠가 더 이상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를 의미)만의 유행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필자는 축구에 시간 정지를 도입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결국 FIFA가 방지하고자 하는 수비 축구와 경기 극 후반 시간 끌기도 축구의 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절대 다득점을 하는 경기만이 재미있는 축구 경기는 아니다.

그리고 상황마다 시간을 정지하여 플레이 시간을 보장한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선수들에게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과연 경기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힘이 다 빠진 선수들의 경기를 봐야하는 것일까? 경기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경기 자체의 질이 하락하는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

과연 이 ’60분 보장 룰’이 정식으로 축구계에 도입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 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장준영 기자(aay0909@naver.com)

[22.05.08, 표 출처=데일리 메일, 사진 출처=FIFA, 사진 당 출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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