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정재근 기자] 지난 1편에서는 개개인의 대답을 많이 들었다면 2편에서는 개개인의 이야기에 더해 팀의 목소리가 하나로 나올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들이 이어질 것이다.
이어지는 질문은 ‘닮고 싶은 스포츠인’이었다. 이 질문에 김진훈(핍스), 표정민(세컨드), 이재범(스킵)이 답했다. 세 명 모두 서로 다른 종목의 선수를 말했지만 그래도 선정 이유는 컬링에서 시작하여 컬링으로 끝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먼저 김진훈은 스켈레톤 선수 윤성빈을 뽑았다. “그냥 아우라가 있잖아요. 그 아우라를 닮고 싶어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윤성빈을 본 그는 그때 느낀 아우라를 아직도 잊을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를 보며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꾸게 되고 세계 1위라는 목표가 생겼다고 전했다.
표정민의 픽은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착하고 순한 이미지지만 경기장에서는 그 경기를 장악하고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한다. “저도 밖에서는 겸손하며 예의 바르고 경기장 안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마지막 말을 했다.
두 선수 모두 컬링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던 답변이었다. 다른 종목을 바라볼 때도 언제나 컬링으로 시작해서 컬링으로 끝나는 그들의 모습은 어떻게 봐도 국가대표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이재범은 스웨덴 국가대표팀의 스킵인 니클라스 에딘을 꼽았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봤는데 정말 잘하는 선수라서 기억에 남아요. 근데 해가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점점 더 강해지더라고요.”라며 꾸준히 좋아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범도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이다. “이제는 상대로 만나야 해요. 저도 더 강해질 겁니다(웃음).”라며 존경하는 선수이자 경쟁자로 꼽았다.
김은빈, 김효준에게는 조금 다르게 물었다. 닮고 싶은 스포츠인이 아닌 ‘가장 존경하는 사람’에 대한 질문이었다.
리드 김은빈은 손흥민을 언급했다. 그는 손흥민의 꾸준한 노력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노력하여 프리미어리그에 가고 이제는 월드클래스(world-class)잖아요? 저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손흥민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며 깊은 다짐을 보였다. 인터뷰 내내 재치 있는 입담을 보여준 그는 손흥민이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본인도 컬링장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남들 눈에는 쉽게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리드가 10엔드 동안 똑같이 일정한 샷을 보여주는 건 쉽지 않아요. 전 꾸준한 모습으로 팀에 안정감을 줄 것입니다!”라며 씩씩함을 보여줬다.
이어 서드 김효준은 이동건 감독을 언급했다. 이동건은 의성군청의 감독이다. 감독을 언급할 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투가 인상깊기도 했다. “저는 감독님에게서 벽을 느껴요.” 그가 말하는 벽은 남들이 생각하는 벽과는 다르다. 그가 말하는 벽은 ‘본인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이라 말했다. “컬링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가지고 계세요. 그리고 저희 눈만 보시면 뭐가 불안한지 아시고 숨어있는 제 모습도 세세하게 뽑아주십니다.”라며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인 질문이 끝이 나고 팀 질문 코너로 넘어갔다. 첫 번째 질문은 ‘의성군청이 생각하는 의성군청의 컬링 실력은?’이다.
“저희 실력은 ‘센스만점’ 이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스킵 이재범이 말을 하는 순간 모든 선수들의 웃음이 터졌다. 이어 “컬링은 센스가 타고 하는 운동종목이에요. 근데 저희는 너무 잘해내고 있습니다(웃음).”이라며 부끄러워했다. 사실이다. 의성군청보다 더 많은 경력을 가진 팀을 만났을 때도 센스는 뒤쳐지지 않는다. 경쟁하는 대부분의 팀들보다 경력이 적지만 상대팀이 상상하지 못하는 루트로 투구한다. 그런 모습을 본 다른 팀들과 여러 팬들은 매번 깜짝 놀란다.
센스는 타고나야 한다. 하지만 그 센스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의성군청 팀은 끝없는 노력으로 지금 이 자리까지 왔고 앞으로 더 큰 길을 나아갈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시작일 지도 모른다. 국가대표라는 자리에 그치지 않고 세계 최고가 되는 것 말이다.
그 다음 질문은 스스로 이야기하는 ‘5년 후 의성군청의 팀워크 점수는?’이다. 답은 ‘100점’이다. 그리고 덧붙인 말이 있다. “저희는 지금도 100점이에요” 엄청난 자신감과 함께 운을 뗐다.
“저희는 서로 정말 친한 친구예요.” 친구이기에 서로 더 의지하고 더 파이팅 넘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화목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곁에 있던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전해졌다. 친구이기에 더 잘 모일 수 있고 서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의성군청의 컬링 인생 그래프를 그려주세요!” 의성군청이 창단되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작부터 하락세였어요. 그냥 슬럼프 그 자체였죠(웃음)” 하락세라는 단어로 운을 떼는 이재범이다. 작년(2023년) 3월에 창단된 의성군청은 첫 국가대표 선발전 때 플레이오프도 못 갔다. 심지어 첫 경기였던 고등학교 팀에게 패배했다. 이후 부담감이 쌓인 의성군청은 군수배에서도 그리고 일본투어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경기가 패배로 이어졌다.“ 전 너무 힘들어서 경기도 안 갔어요.” 이어지는 캐나다 투어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스킵으로서 경기에 빠져 있는 게 팀원들에게 미안했다고 운을 마무리했다.
“그 다음부터는 두 눈 꼭 감고 즐기자는 생각만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잘되던 데요?” 캐나다 투어에 이어지는 대회는 2023 회장배 대회였다. 그 대회의 결과는 ‘예선 전승’이었다. 준결승에서 아쉽게 패배했지만 2023 회장배 대회는 의성군청이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리고 대회에서는 결승 진출에 성공하는 의성군청이었다. 준우승 팀에 이름을 올린 의성군청은 아픔으로 남았던 의성군수배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점점 순위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번 2024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어 국가대표가 되며 더 자신감이 생기고 컬링이 즐거워졌다고 덧붙였다.
의성군청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이번 기획 인터뷰는 끝일지라도 의성군청의 여정은 아직 한창이다. 그들은 더 높은 곳에서 더 많은 환호를 받을 것이다. 또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팀이다. 그 누구보다 컬링에 진심인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갈 것을 약속했다.
스포츠 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정재근 기자(jjk8869@naver.com)
[2024.10.10, 사진 = 포스톤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