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손재윤 기자] 4대 그랜드슬램부터 생활 스포츠까지, 기술·체력·심리전의 삼박자 갖춘 ‘지구촌 경기’
한 손엔 라켓, 다른 손엔 온 세계의 이목이 쏠린 공 하나. 테니스는 단순한 공놀이라는 인식을 넘어, 기술과 체력, 심리전이 정교하게 얽힌 고난도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19세기 영국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이 종목은, 21세기 들어 대중성과 흥행성을 모두 확보하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글로벌 스포츠로 도약했다.
현재 테니스는 올림픽 정식 종목은 물론, 매년 수십 개의 국제 대회를 통해 수백 명의 선수가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으로 이어지는 4대 ‘그랜드슬램’ 대회는 스포츠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로 꼽힌다.
[단순한 ‘라켓 스포츠’ 넘어선 경기]
테니스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을 주고받는 방식의 라켓 스포츠다. 경기는 단식(1대1) 또는 복식(2대2)으로 진행되며, 포인트는 ‘15-30-40-게임’의 순서로 집계된다. 게임을 6개 이상 먼저 따내면 한 세트를 가져가고, 일반적으로 남자 단식은 최대 5세트, 여자 단식은 3세트까지 치른다.
공은 네트를 넘어 상대방 코트 안에 1회 바운드 이하로 떨어져야 하며, 서브 또한 대각선 방향으로 정확히 들어가야 유효하다. 경기 도중 라인을 넘기거나 더블 폴트를 범하면 자동으로 상대에게 포인트가 넘어간다. 이처럼 정교한 규칙 속에서 빠른 판단력과 기술적 완성도가 요구된다.
[경기장을 바꾸면 스타일도 바뀐다, 표면에 따라 달라지는 전술]
테니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코트 표면에 따라 경기 양상이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하드코트(호주오픈·US오픈), 클레이코트(프랑스오픈), 잔디코트(윔블던)로 나뉘며, 표면의 특성은 선수들의 전술과 체력 소모, 경기 시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드코트는 속도와 바운스가 중간 정도로 균형 잡힌 플레이가 가능하며, 클레이코트는 공의 바운스가 높고 느려 긴 랠리와 체력 싸움이 강조된다. 반면, 잔디코트는 공의 스피드가 빨라 서브 앤 발리 전술이 강세를 보인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대회 시즌에 맞춰 훈련 전략을 달리 가져가며, 표면 적응이 성적의 큰 변수로 작용한다.
[그랜드슬램, 최고의 무대]
매년 열리는 4대 그랜드슬램 대회는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최대 이벤트다.
– 1월 호주오픈(멜버른)
– 5~6월 프랑스오픈(파리)
– 6~7월 윔블던(런던)
– 8~9월 US오픈(뉴욕)
이 대회들은 모두 다른 코트 표면에서 열리며, 포인트 배점과 상금 규모, 미디어 노출 모두에서 테니스 최고의 무대라 불린다. 남자 단식에서는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노박 조코비치의 ‘빅3’가 20년간 세계 정상권을 지켜왔고, 여자 단식에서는 세레나 윌리엄스, 슈테피 그라프, 최근의 이가 시비옹테크 등이 테니스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꼽힌다. 특히 2023년 US오픈을 제패한 스페인의 카를로스 알카라스(2003년생)는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테니스계의 ‘포스트 빅3’ 시대를 이끌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체력과 멘탈의 끝장 대결]
테니스는 육체적 소모가 매우 큰 스포츠다. 한 경기가 길게는 4~5시간 이상 지속될 수 있으며, 포인트마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움직임이 요구된다. 하지만 단순한 체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멘탈’이다. 경기 중 한두 포인트의 흐름에 따라 승부가 기울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고도의 집중력과 감정 제어 능력을 요구받는다. ‘듀스’ 이후의 긴장된 상황이나, 서브 브레이크 직후의 포인트처럼 심리적 압박이 클 때마다 강한 멘탈을 유지하는 것이 승부의 핵심이다.
[대중화된 엘리트 스포츠]
과거 ‘귀족 스포츠’ 이미지가 강했던 테니스는 최근 들어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스포츠로 탈바꿈하고 있다. 각국에서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 체계화되어 있으며, 학교 스포츠클럽, 지역 테니스장, 생활체육 대회 등을 통해 다양한 연령층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
한국에서도 정현, 권순우, 한나래, 장수정 등 국내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내며 관심이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국 단위의 유소년 리그 및 생활 체육 활성화를 통해 저변 확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작은 공 하나에 담긴 모든 것]
전문가들은 테니스가 스포츠의 기본 요소를 모두 갖춘 경기라고 말한다.
“단순히 공을 넘기는 운동이 아니라, 신체 능력과 기술, 심리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고급 스포츠입니다. 단 한 포인트, 한 샷의 판단 미스로 경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죠.” -국가대표 출신 해설위원
코트 위에서 펼쳐지는 고도의 심리전과 기술 싸움,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관중들의 숨죽인 응원까지. 작은 공 하나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드라마는 오늘도 수많은 이들의 심장을 뛰게 하고 있다.
스포츠미디어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손재윤 기자 (christine.jy.3737@gmail.com)
[25.04.05.사진= FILA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