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권소현 기자] 충청도를 연고로 하는 한화 이글스가 올해 청주에서의 경기 배정을 사실상 보류하면서 ‘충북 패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청주시가 요청한 6경기 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역 사회에서는 아쉬움과 불만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청주시 이범석 시장은 오래전부터 청주야구장을 찾아 열정적으로 응원해 온 지역 팬들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시는 2010년대부터 꾸준히 청주야구장의 시설 개선에 투자해왔으며, 최근에는 15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구장 리모델링을 마쳤다. 청주시 측은 이러한 노력과 지원에 상응하는 경기 배정을 한화이글스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충북도지사 김영환 역시 청주 경기는 실리보다는 사회공헌의 관점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북도 전체의 야구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화이글스 측은 다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단은 현재 대전 신축구장의 개장을 앞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청주시와 논의할 여유조차 없었다는 설명이다. 청주 경기 개최 여부 자체가 아직 논의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구단 관계자는 청주야구장이 팬들과 선수단 모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환경이며, 스카이박스 및 시즌권 좌석 제공에도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대전 신축 구장에 입점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과의 계약상, 대전 경기 수를 줄이기 어렵다는 점도 청주 개최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들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청주에서의 홈 경기는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1979년에 지어진 청주야구장은 12만㎡ 규모에 관람석 1만500석을 갖췄지만, 여전히 시설 전반이 노후화돼 있다. 최근 스포츠 경기장에서의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관람객의 안전을 고려한 신중한 판단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갈등 속에서도 한화 이글스가 오랜 기간 충청 지역에서 쌓아온 팬덤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만약 청주에 새로운 구단이 창단된다 해도, 기존의 충성도 높은 한화 팬층은 여전히 견고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단의 현실적인 판단과 지자체의 지역 사랑 사이에서, 팬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결국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좋아하는 팀을 응원할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단순한 경기 배정이 아닌, 지속가능한 지역 스포츠 문화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권소현 기자 (so_hyu@naver.com)
[25.04.10,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공식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