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장준영 기자]누구나 한 번쯤은 스포츠 경기를 직접 관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최근 프로야구가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달성하고, 프로축구가 역대 최소 경기 수로 2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한국 스포츠 흥행은 이어지고 있다.
경기장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하는 것은 관중들의 환호성뿐만이 아니다. 팀의 공식 응원가, 선수 개인의 등장곡, 경기 전후에 흐르는 최신 가요까지, 음악은 스포츠 현장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왜 스포츠는 늘 음악을 곁에 두는 것일까?

광고와 음악의 오랜 동맹
답을 찾기 위해서는 라디오가 주요 매체였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에는 TV처럼 시각적인 이미지로 정보를 전달할 수도 없었고, SNS처럼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지 없었다. 결국 소비자의 기억을 붙잡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소리, 곧 음악이었다.
이때 탄생한 것이 바로 ‘징글(Jingle)’이다. 1926년 미국 시리얼 브랜드 위티스(Wheaties)가 라디오 광고에 처음으로 징글을 사용했는데, 짧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가사가 소비자에게 쉽게 각인되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이후 코카콜라, 펩시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징글을 제작하며 광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음악의 시대가 열렸다.
이 전통은 오늘날 스포츠 브랜드에도 이어지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광고 캠페인에서 단순히 스타 선수의 얼굴을 내세우는 것을 넘어, 음악을 활용해 “브랜드=에너지와 도전”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했다. 예를 들어 나이키의 ‘Write the Future’ 캠페인에서는 강렬한 영상과 함께 음악이 소비자의 몰입도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며 브랜드를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음악이 소비자를 움직인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연구들은 일관되게 음악이 소비자 행동과 브랜드 이미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빠른 템포의 음악은 에너지와 스포티한 이미지를 부여해 소비자를 적극적이고 역동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반대로 느린 템포는 고급스러움과 안정감을 강조해 브랜드를 한층 성숙하게 포지셔닝한다.
또한 소비자가 친숙하게 아는 아티스트의 목소리나 곡은 브랜드 선호도를 크게 끌어올린다. 예를 들어 유명 가수의 히트곡이 광고 배경음악으로 쓰이면 소비자는 해당 브랜드를 더 긍정적으로 인식한다. 반대로 신인 아티스트와 협업하면 브랜드가 보다 새롭고 혁신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는 Z세대 소비자들에게 특히 강하게 작용한다.
제임스 디 미셸레의 논문 「The Role of Music in Sports-Related Branding」은 이러한 현상을 실험적으로 뒷받침한다. 연구에 따르면 빠른 템포와 가사가 있는 음악이 스포츠 광고에서 특히 효과적이었다. ‘자유’나 ‘성취’ 같은 메시지를 담은 음악은 소비자에게 강한 감정적 연결을 제공했고,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태도까지 이끌어냈다. 광고 음악의 선택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곧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규정하는 중요한 결정인 것이다.

경기장의 앤썸과 선수의 노래
이 힘은 경기장 안에서도 생생히 드러난다. UEFA 챔피언스리그의 공식 주제가는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관중들에게 전율을 안겨주며, ‘이 무대는 특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KBO 각 구단의 응원가는 팬들을 하나로 묶어내고, 경기장 전체를 하나의 합창 무대로 바꿔버린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팬 문화와 정체성의 핵심으로 작동한다.
선수 개인을 상징하는 음악도 흥미롭다. 뉴욕 메츠의 마무리 투수 에드윈 디아즈는 Blasterjaxx & Timmy Trumpet의 〈Narco〉를 등장곡으로 사용해 ‘불펜에서 걸어나오는 순간이 곧 게임 종료’라는 본인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한국 팬들에게는 전 기아 타이거즈 소크라테스의 응원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미국 MLB에서는 치어리더나 마스코트보다도 선수의 워크업송이 팬들의 기억 속에 더 강렬하게 남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음악은 팬 경험을 증폭시키고, 브랜드와의 감정적 연결고리로 작동한다.

선수의 숨은 무기, 음악
음악은 팬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중요한 무기다. 연구에 따르면 음악은 심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심박수와 속도를 조절하며, 몰입감을 높여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기 전 음악을 듣는 행위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일종의 퍼포먼스 루틴인 셈이다.
우사인 볼트는 경기 전후 늘 레게 음악을 들으며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었고, 마이클 펠프스는 힙합, EDM 그리고 컨트리 음악으로 마무리하는 루틴이 워밍업 루틴이 유명하다. 이들의 재능과 노력은 물론 빼놓을 수 없지만, 음악이 이들의 퍼포먼스와 멘탈 관리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음악은 선수에게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코치인 것이다.

스포츠와 음악 산업의 교차점
스포츠와 음악은 산업적으로도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FIFA 월드컵은 대회마다 공식 주제가를 발표하며 전 세계 팬들의 감정을 하나로 묶는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의 BTS 정국 〈Dreamers〉는 음악이 큰 화제를 모으며 대회의 상징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LoL 월드 챔피언십 역시 뉴진스의 〈Gods〉 같은 공식 주제가를 발표하며 e스포츠 팬덤을 넘어 대중 음악 팬들까지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협업은 아티스트에게는 글로벌 무대에서 자신을 알릴 기회가 되고, 브랜드와 리그에는 팬덤을 확산시키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또, 신인 아티스트와의 협업은 브랜드가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한다. 최근 스폰서십 트렌드에서도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공동 브랜딩은 점점 더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스포츠와 음악은 단순한 조연 관계가 아니다. 두 산업은 브랜드 가치와 팬 경험을 함께 키우는 전략적 동반자다. 음악은 관중의 환호와 함께 경기를 빛내고, 선수의 마음을 다잡게 하며, 브랜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종합적 역할을 한다.
앞으로도 스포츠 브랜드는 음악을 통해 더 큰 팬덤과 산업적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각자에게도 음악은 경기장의 기억을 되살리는 열쇠다.
당신에게 스포츠를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게 만든 음악은 무엇인가?
스포츠 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장준영 기자(aay0909@naver.com)
[25.09.24, 사진 출처 별도 표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