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임민정 기자] ‘3년 연속 디펜딩 챔피언’, ‘떠오르는 신예 왕조’. 이는 불과 얼마 전까지 울산 HD를 떠올리면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 수식어였다. 하지만 영광만이 휘몰아쳤던 탓일까. 올해의 울산은 낯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울산 HD는 지난 3년(2022-2024)간 우승을 차지하며 ‘신예 왕조’로 평가받았다. 전체 리그 우승 횟수는 5회에 불과하지만, 최근 기세로는 앞으로도 울산의 영광이 지속될 듯 보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강팀이라는 명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울산은 어제(21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FC안양과의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점 1점을 챙겼지만 순위 상승까지는 어려웠다. 현재 울산은 승점 36점으로 9위에 머물며, 강등권인 10위 수원FC와의 승점 차이가 2점으로 좁혀졌다. 다음 경기에서 수원이 승리하고 울산이 패배한다면, 울산은 즉시 강등권에 들어서게 된다.
울산은 지난 1년간 세 명의 감독을 거쳤다. 홍명보의 국대 감독 선임 후 자진 사퇴로 김판곤 전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임됐지만, 그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팬들의 쓴소리와 응원 보이콧은 지속됐고, 결국 구단은 또 한 번의 변화를 감수했다. 신태용 감독이 새롭게 부임했으나, 팀의 분위기와 성적은 여전히 암울하다.
그렇다면 울산을 ‘강등 위기’까지 만든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1. 홍명보가 쏘아올린 파장

2024 시즌 도중, 축구계 전반을 뒤흔드는 소식이 들렸다. 바로 당시 울산의 감독이던 홍명보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다는 것이었다.
보통 팀을 지휘하던 지도자가 더 좋은 곳으로 가면 팬이든 선수든 너나할 것 없이 응원을 보내곤 한다. 하지만 홍명보에게는 ‘배신자’라는 낙인만이 찍혔다. 한창 우승 경쟁을 이어가던 시즌 중반, 팀 전체에 배신감을 안겨줬을 것이다. 그의 지도력과 전술적 안정감은 팀의 핵심이었다. 그래서 타격은 더 컸다.
2.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니… 난처한 김판곤과 구단 경영진

김판곤 감독이 선임돼 2024 남은 시즌을 책임졌지만, 팀에게는 적응할 시간조차 없었다. 감독의 지휘와 전술 하에 움직이는 선수단은 ‘혼란 그 자체’였고, 심리적 불안정을 겪었을 것이다.
이후 김판곤 감독이 우승이라는 목적지에는 도착했지만, 아쉬움도 분명했다. 전술적 한계와 스쿼드의 노쇠화가 대표적 예다. 이로 인해 코리아컵 우승도 놓치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5연패를 기록하는 등 찝찝한 챔피언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2025년에도 아슬아슬한 모습을 지속하다 울산 최초 10연무승을 기록하며 팬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경기 후에는 늘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을 뿐, 달라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벼랑 끝에 몰린 김판곤은 팬들의 “나가” 구호에 못 견디고 울산과의 작별을 선택했다.
잦은 지도자 교체는 구단 운영진이 단기 성과에만 집중했다는 한계를 보인다. 홍명보의 경우는 구단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지만 이에 대비책이 갖춰진 상황도 아니었기에 선수단 균형과 구단 전술 철학을 잃은 건 사실이다.
울산의 위기는 연패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거버넌스 실패라는 더 깊은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3. “맛집인데 재료가 없어요”… 선수층 양극화

맛있는 음식이 되려면 셰프의 훌륭한 요리 실력뿐만 아니라 신선하고 다양한 재료도 필수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감독의 지휘력도 중요하지만, 다양하고 재능 있는 선수층도 무시할 수 없다.
울산은 지난 이적시장에서 팀의 정체성과도 같은 이들을 떠나보냈다. 결과는 당연히 빈자리뿐이었다. 주민규, 이명재, 아타루 등 핵심 선수들의 이탈은 팀 전력에 큰 공백을 남겼다. 이들의 유출을 메우기 위한 영입이 있었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울산의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너무 젊거나 나이가 많아 ‘적당한 균형감’이 부재했다.
김영권, 김기희, 이청용 등은 여전히 노련한 베테랑이지만, 기동력이 떨어지고 경기 중 압박을 이겨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는 당연히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최석현, 윤재석, 백인우 등 젊은 선수들은 심리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지난 전북과의 경기에서는 실점 후 일부 선배 선수들이 한 후배 선수를 노려보는 장면이 포착돼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구단 경영진은 울산이 정규리그 우승에 안도했지만, 동시에 팀의 노후화와 세대교체 지연을 방치했다. 이는 전략적 로드맵 부재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감독 개인의 실패라기보다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구단 운영 체계의 실패로 귀결된다.
울산 HD는 현재 10위 수원FC와의 승점 차가 단 2점에 불과하다. 남은 정규시즌 경기 결과가 상위 스플릿 진출과 강등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남은 경기는 대구, 김천, 광주와의 경기다. 대구는 현재 12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지만, 최근 5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시즌 초보다 살아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방심하기 어렵다. 김천과 광주도 승리에 익숙한 팀으로 울산이 쉽게 상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팀의 반등을 위해서는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 우선 신태용 감독의 전술 적응이 시급하다. 선수들의 역할과 임무를 명확히 지정해 더 이상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단순한 라인 올리기나 압박 전술보다는 현재 스쿼드에서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호흡을 맞추며 다시 ‘원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울산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내부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체계적인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1부 잔류의 기회가 남아 있는 만큼, 팀의 단합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과연 울산 HD가 마주한 위기는 왕조의 몰락이 될까, 재기의 서사가 될까.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임민정 기자(frawarenesss@naver.com)
[25.09.23, 출처=울산HD 공식 인스타그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