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은메달부터 세계 무대까지, 한국 컬링의 시대를 만든 팀의 작별
[SIRI=정재근 기자] 팀 킴(강릉시청)은 3월 2일 팀 SNS를 통해 팀원들이 모두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고 알렸다. 팀 킴은 2009년 결성돼, 2026년 겨울까지 끝없는 도전을 이어갔다.
이들은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컬링을 대한민국에 각인 시킨 대표적인 팀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연속으로 출전하며, 국민들에게는 위로와 감동을, 서로에게는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 왔다.
올림픽뿐만 아니라 한국 최초 세계선수권 은메달 그리고 그랜드슬램을 포함한 많은 월드 컬링 투어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남겼다. 그리고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기로 했다. 서로를 향한 응원만은 변하지 않을 동료로 남기로 약속하며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 한겨울, 컬링이 국민 스포츠가 되던 순간
2018년 겨울, 낯설었던 스포츠 하나가 대한민국의 일상이 됐다.
“영미!”라는 외침은 경기장을 넘어 거리와 SNS, 일상 대화 속까지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이 있었다.
당시 팀 킴은 단순한 이변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정교한 드로우 샷과 안정적인 테이크아웃, 그리고 스킵 김은정의 침착한 엔드 운영은 세계 최강팀들과 견주어도 전술적으로 완성도 높은 컬링을 보여줬다. 매 샷마다 계산된 선택과 흔들림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컬링이 ‘정적인 스포츠’가 아니라 치열한 전략 스포츠임을 국민들에게 처음으로 체감하게 했다.
리드 김선영은 해당 포디션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가장 먼저 투구하는 포지션임에도 흔들림 없이 팀의 시작을 이끌었다. 세컨 김초희는 팀에의 막내이지만 경기장에서 그 누구보다 날카롭게 경기의 흐름을 계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서드 김경애는 스킵의 부담감을 확 덜어주는 시원한 테이크 아웃 샷으로 전국민의 속을 뚫어주기까지 했다. 마지막 얼터 김영미는 모든 포지션에 다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만능 플레이어의 모습을 증명해 왔다.
그들의 결승 진출은 돌풍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올린 실력이 만든 결과였고, 그 순간 컬링은 설명이 필요한 종목에서 모두가 이해하는 스포츠로 바뀌었다.

■ 승패를 넘어 남은 이름
은메달이라는 결과보다 더 크게 남은 것은 ‘팀 킴’이라는 이름이었다.
팀 킴의 경기에는 항상 팀 스포츠의 본질이 담겨 있었다. 리드부터 스킵까지 이어지는 역할 분담, 스톤 하나에 담긴 신뢰, 그리고 위기의 엔드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집중력은 컬링이 왜 ‘네 명이 함께 완성하는 스포츠’인지 보여줬다.
이들이 남긴 영향은 기록 이상의 것이었다. 컬링장을 찾는 관중이 늘었고, 컬링 체험 클래스와 유소년들의 시작에 큰 힘이 됐다. 빙판 위에서 반복되던 스위핑 소리는 한국 컬링 저변 확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같았다.
팀 킴은 메달을 획득한 팀이 아니라, 한 종목의 시간을 앞당긴 팀이었다.
■ 흔들림 속에서도 이어진 시간
평창 이후의 시간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팀은 여러 변화와 외부의 시선을 동시에 견뎌야 했고, 기대는 때로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팀 킴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국제 대회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하며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섰고, 세계선수권 은메달과 월드 컬링 투어 성과로 자신들이 일시적인 신드롬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컬링은 긴 호흡의 스포츠다. 한 번의 샷보다 흐름을 읽는 시간이 중요하다. 팀 킴 역시 그 시간을 견디며 팀으로 남았다. 좋을 때보다 어려운 순간 속에서 서로를 지켜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 팀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 마지막 엔드 그리고 작별
그리고 이제 팀 킴은 긴 선수 생활의 마지막 엔드를 맞이한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빙판을 떠나는 선택은 조용하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컬링에서 마지막 스톤은 단순한 종료가 아니라 한 경기를 정리하는 과정과도 같다. 팀 킴의 작별 역시 끝이라기보다, 오랜 여정을 정리하는 마지막 샷에 가깝다.
누군가에게는 한 팀의 해체일 수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이는 한 시대의 마침표다. 한국 컬링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기억되는 장면과 이름이 바로 팀 킴이기 때문이다.
■ 끝이 아니라, 남겨진 것들
팀 킴이 떠난 자리에도 빙판은 그대로 남아 있다. 누군가는 다시 스톤을 밀고, 누군가는 새로운 팀을 만들며 또 다른 경기를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 컬링의 어느 순간에도, 그 출발선에는 늘 팀 킴의 시간이 놓여 있다.
처음 컬링을 알게 했던 겨울, TV 앞에서 숨을 죽이며 마지막 스톤을 기다리던 기억, 그리고 “영미”라는 한마디에 모두가 웃고 울었던 장면들은 이제 한 시대의 추억이 됐다.
경기는 끝났고, 팀은 각자의 길로 향하지만, 그들이 함께 보냈던 엔드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빙판 위에 남지 않는 스톤의 궤적처럼 보일지라도, 팀 킴이 지나간 자리만큼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마지막 엔드는 영원한 작별도 아니며, 우리가 오래 기억하게 될 하나의 겨울이었다.

스포츠 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 Information)
정재근 기자(jjk8869@naver.com)
[26.03.03, 사진 제공=Curling Sweep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