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 2주 전 전격 사퇴 선언 — 누적된 논란과 법원 패소가 만든 탈출구
[SIRI = 김주성] 2013년부터 2026년까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한국 축구를 손에 쥔 시간이다. 4연임, 13년. 어지간한 비판에는 꿈쩍도 하지 않던 그가 29일 성명서를 냈다.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월드컵 개막까지 2주가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모든 것은 제 부덕의 소치”
성명서는 짧았다. 대표팀을 향한 응원 당부,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는 다짐, 그리고 퇴진 선언. 13년의 재임 기간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여러 논란과 비판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전부였다.
협회 관계자는 “본인의 의지가 강력했다”며 “예년 같지 않은 대표팀 인기와 팬들의 차가운 시선에 부담과 책임을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쌓이고 쌓인 것들
비판은 어제오늘이 아니었다. 경기장마다 “정몽규 나가!”가 울려 퍼진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해 2월 4연임에 성공했다. 156표 대 26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누적된 논란의 무게는 달랐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이 대표적이다. 서류 제출도, 정식 면접도 없이 사실상 내정 통보 방식으로 선임이 이뤄졌고,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의 절차적 적법성까지 국회 청문회장에서 도마에 올랐다. 승부조작 가담 축구인들에 대한 기습 사면 시도도 팬들의 공분을 샀다.
결정적 타격은 법원에서 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년 감사를 실시한 뒤 정 회장 등 주요 인사에 대해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고, 협회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그런데 올해 4월, 1심 법원은 협회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이 정몽규 회장에 대한 징계 요구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축구협회를 공식적으로 혁신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그의 입지는 사실상 바닥을 쳤다.
타이밍이 묘하다
사퇴 발표 시점을 두고 시각이 엇갈린다. 퇴진 압박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명예로운 퇴장’의 서사를 만들었다는 해석이 있다. 동시에 월드컵 직전 협회장 발표로 대표팀과 홍명보 감독을 향했던 비판 시선을 일정 부분 분산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실제로 그는 즉시 물러나지 않는다. 7월 19일 북중미 월드컵 폐막까지 협회장직을 유지한다. 선수단 지원이 마지막 소임이라는 명분이지만, 그 기간 동안 협회의 행정권은 여전히 그의 손에 있다.
한국 축구의 다음 챕터
정몽규 시대의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U-20 월드컵 준우승, 골든에이지 유소년 육성 시스템, 코리아 풋볼파크 건립. 숫자와 인프라로 기록된 성과들이다.
그러나 축구팬들이 기억하는 건 다른 장면들이다. 청문회장에서의 애매한 화법, 팬들의 야유, 법원의 패소 판결. 13년의 재임이 남긴 이미지다.
월드컵이 끝나면 대한축구협회장 자리가 비고, 한국 축구는 새 판을 짜야 한다. 누가 그 자리에 앉을지, 홍명보 감독 체제가 월드컵 이후에도 유지될지 — 정몽규의 퇴장이 시작점이 된 질문들이 이제 수면 위로 올라온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김주성 기자(kmjsng57@gmail.com)
[26.05.31. 사진 = 정몽규 공식 인스타그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