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권소현 기자] 한국 프로야구가 사상 유례없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연일 관중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야구 르네상스’를 맞이한 형국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KBO의 수뇌부와 각 구단 단장들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겉으로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리그의 질적 저하와 국제 무대에서의 잇따른 고전을 우려하는 깊은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KBO는 최근 실행위원회를 통해 이르면 2027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도마 위에 올렸습니다. 올해 아시아 쿼터 도입으로 한 차례 문턱을 낮춘 데 이어, 아예 리그의 판도를 바꿀 만한 ‘빅 게임 체인저’를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핵심은 ‘6인 보유·4인 출전’… 이른바 ‘외인 보험 제도’
KBO가 검토 중인 안건의 골자는 ‘보유는 늘리되, 출전은 제한한다’로 요약됩니다.
현재 대부분의 구단은 투수 2명, 타자 1명으로 3명의 외국인 선수를 운용하고 있으며, 여기에 아시아 쿼터 1명이 더해진 상태입니다. 새롭게 논의되는 안은 여기서 더 나아가 보유 한도를 총 6명까지 늘리는 것입니다. 다만 경기력의 독점을 막기 위해 1군 엔트리 등록과 실제 경기 출전은 지금의 ‘4명(3+아시아 쿼터 1)’ 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2명의 외국인 선수를 2군에 상시 대기시키는 일종의 ‘보험’을 들겠다는 심산입니다.
구단들이 외인 확대에 목매는 두 가지 실리
먼저 ‘3주의 공백’을 지우는 부상 리스크 방지입니다. 현재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하면 대체 선수를 찾고 비자를 발급받아 실전에 투입하기까지 최소 3주일이 소요됩니다. 순위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 3주는 한 시즌 농사를 망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2군에 예비 전력이 있다면 부상 즉시 1군으로 콜업해 전력 손실을 ‘제로(0)’에 가깝게 줄일 수 있습니다.
다음 이유는 퓨처스리그의 질적 향상입니다. “2군에서 3할을 치던 타자가 1군만 오면 1할대로 추락한다.” 야구계의 오래된 딜레마입니다. 1군과 2군의 실력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수준 높은 외국인 투·타자가 2군 경기에서 뛰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국내 유망주들이 고품질의 공과 타구를 경험하며 성장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국제 대회 잔혹사’가 남긴 숙제… 토종 에이스의 고갈
KBO가 이 같은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국제 경쟁력 약화’라는 뼈아픈 현실이 있습니다. 최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세계 무대에서 한국 야구는 연이어 고개를 숙였습니다. 리그 내에 쓸만한 토종 선발 투수와 대형 거포가 씨가 말랐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외국인 선수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 당장 리그의 경기력은 올라갑니다. 팬들은 더 수준 높은 야구를 즐길 수 있고, 이는 장기적인 흥행으로 이어집니다. 일본이나 대만처럼 외국인 보유 제한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글로벌 트렌드를 우리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육성 위축’이라는 부메랑… 선수협과의 타협이 관건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명확한 그늘도 존재합니다.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곳은 역시 선수 노동조합 격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입니다.
가장 큰 우려는 ‘국내 선수들의 일자리 감소’입니다. 2군에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는 순간, 20대 중후반의 백업 선수나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와야 할 유망주들의 출전 기회는 원천 차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의 성적이 급한 감독들이 육성 대신 검증된 외인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한국 야구의 뿌리인 아마추어 인프라와 신인 드래프트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국대 경쟁력을 더 약화시키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만만치 않습니다.
단순한 숫자 늘리기가 아닌 ‘정교한 가이드라인’ 필요
결국 이번 정책의 성패는 ‘경기력 향상’이라는 명분과 ‘토종 선수 보호’라는 실리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느냐에 달렸습니다. KBO 역시 무작정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선수협을 비롯한 야구계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예컨대 2군 외인의 연봉 상한선을 대폭 낮춰 무분별한 고액 선수의 사재기를 막거나, 출전 가능한 이닝 및 타석수를 제한하는 등의 섬세한 제도적 보완책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2026시즌 아시아 쿼터로 첫 발을 뗀 KBO리그가 2027년 ‘외인 6인 시대’라는 또 다른 혁신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지, 한국 야구의 미래를 바꿀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습니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권소현 기자 (so_hyu@naver.com)
[26.06.05, 사진제공 = KBO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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