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장준영 기자] 결과는 완벽했다. 과정은 의문부호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31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상대로 5-0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이 A매치 통산 55·56호골을 기록했고, 조규성도 후반 멀티골로 가세했다. 황희찬까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대표팀은 완벽한 화력을 과시했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의 등 뒤에는 7번이 아닌 13번이 적혀 있었다. FIFA가 월드컵 본선 등번호를 별도로 확정·발표하는 구조 탓에 평가전에서는 임시 번호를 다는 상황이 연출됐다. 에이스의 상징을 지우고 낯선 숫자를 달고 뛰는, 일종의 ‘등번호 페이크’다.

문제는 이 페이크가 2026년에도 여전히 실효성이 있냐는 것이다. 현대 축구에서 상대 팀의 전력 분석은 등번호가 아닌 선수의 얼굴, 체형, 움직임 패턴, 포지셔닝 데이터로 이뤄진다. GPS 추적 기술과 AI 기반 영상 분석이 보편화된 지금, 13번을 달고 뛰는 손흥민을 상대 스카우트가 손흥민으로 인식하지 못할 리 없다. 등번호를 바꿔 달아봤자 데이터는 이미 다 알고 있다.

정작 손해를 보는 건 선수 자신이다. 등번호는 선수마다 몸에 밴 루틴과 심리적 안정감의 일부다. 월드컵 개막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최종 점검 무대에서 낯선 번호를 달고 뛰는 것이 선수 컨디션 관리에 득이 될 리 없다.

손흥민은 이제 상징적인 7번을 되찾아 4번째 월드컵 무대에 오른다. 관례는 관례일 뿐이다. 데이터가 모든 것을 꿰뚫는 시대에, 등번호 페이크가 여전히 의미 있는 전술인지 다시 물어볼 때가 됐다.

스포츠 미디어 시리 (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장준영 기자(aay0909@naver.com)

[26.06.01, 사진 출처=대한축구협회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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