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하승기자] 단 한 시즌만에 샌드박스 게이밍의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2019년 서머, 정규시즌 3위를 차지했고, 포스트시즌과 월드 챔피언십 대표 선발전까지 진출했던 샌드박스가 2020 스프링 시즌에서 9위를 기록, 승강전으로 향한 것이다.

2019시즌 이후, 샌드박스는 기존 멤버들과의 재계약을 진행했다. 팀의 핵심이던 서밋, 온플릭, 도브를 붙잡았지만, 원거리 딜러 고스트와는 재계약하지 않았다. 이어 SKT T1에서 레오,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루트를 영입한 데 이어 베테랑 서포터인 고릴라를 영입하며 약점이었던 바텀을 오히려 강하게 보강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실제로 케스파 컵에서 기존의 강력했던 상체에 노련미 있는 고릴라가 합류하며 다전제에 약하다는 약점을 극복한 것처럼 보였다. 작년 우승팀인 그리핀을 완파하고 4강에서 T1까지 격파하면서 샌드박스 게이밍은 창단 첫 공식 대회 결승전에 오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즌에 들어서자 샌드박스의 선수들은 부진에 빠졌다. 강력했던 상체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으며 휘청거렸고, 보강한 하체도 고전했다.
<TOP>
2019 LCK 서머, 탑 라이너 중 2번째로 높은 딜 비중과 DPM을 보여준 서밋은 기복이 심해진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폭발력은 있었지만 세트당 평균 2.9데스로 30경기 이상 출전한 탑 라이너 중 4위에 해당할 정도로 상대 노림수에 쉽게 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팀을 이끌어야 하는 선수의 데스가 많고, KDA 역시 2.1에 그치자 샌드박스의 파괴력 또한 감소했다.
서밋이 부진하자 샌드박스는 서브 탑 솔러인 론리를 투입했다. 론리는 11경기에서 KDA가 3으로 준수했고, 딜 비중도 27%로 서밋보다 높았다. 하지만 기본적인 라인전 능력이 부족했다. 솔로킬 허용 비율이 45.5%로 가장 높았고, 골드와 cs 수급이 다른 탑 솔러들에 비해 밀리며 만족스러운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JUNGLE>
정글러 온플릭은 육식 챔피언으로 적극적인 갱킹을 선호하던 선수이다. 2019 LCK 서머에서 리신, 카밀 등의 픽을 활용했고, 승률도 각각 71.4%, 83.3%에 해당할 정도로 공격적인 픽의 숙련도가 높았다. 하지만 스프링 시즌 도중에 진행된 10.2 패치가 치명적이었다. 모스트 챔피언 리신은 LCK에서 11연패를 기록하는 등 성적이 좋지 않았고, 대세로 떠오른 트런들과 올라프 등도 활용했지만 파괴력이 떨어졌다. 실제로 지난 시즌 37.8%에 달했던 선취점 기여도가 모든 정글러 중 최하위인 20.7%로 부진했다.
공격적인 픽이 통하지 않자 후보 정글러인 펀치도 기회를 잡았다. 펀치는 자르반과 그라가스를 주로 활용해 50%의 선취점 기여도와 전체 정글러 중 5위에 해당하는 4.6의 KDA를 기록하며 팀이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MID>
2019년 샌드박스 돌풍의 중심에는 미드를 든든히 지켜준 도브가 있었다. 데미지 비중은 24.6%로 팀 내 3위였지만 68.6%라는 높은 킬 관여율과 4.5의 KDA로 허리를 든든히 책임졌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도브마저 흔들렸다. 딜 비중은 이전보다 높아졌지만 킬 관여율이 60.9%로 하락했고, KDA 또한 3.1로 떨어지며 안정감이 약해졌다.
그러자 샌드박스는 페이트를 투입했다. 페이트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KDA 5, 킬 관여율 65.7%, 팀 내 딜 비중 1위 수치인 29.8% 등 좋은 모습을 보이며 샌드박스의 희망으로 발돋움했다.
<BOTTOM>
바텀은 서포터는 고릴라가 주전, 원거리 딜러로 루트와 레오가 경쟁하는 구도로 흘러갔다. 루트가 23경기, 레오가 18경기에 출전했고, KDA는 레오가 3.9로, 3.6을 기록한 루트보다 높았다. 하지만 원거리 딜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딜에서 루트가 레오보다 3% 높은 딜 비중과 36 높은 DPM을 기록했다.
고릴라는 2.4라는 무난한 KDA를 기록했지만, 시야 점수가 서포터 중 최하위에 해당하는 2.18을 기록했다. 팀 게임에서 운영의 핵심이 되는 시야이기에 고릴라의 낮은 시야 점수는 샌드박스의 부진에도 영향을 주었다.
승강전에서 샌드박스는 시즌 중에 드러난 약점을 잘 보강했다.
서밋은 딜 비중을 줄이는 대신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평균 데스를 2로 낮추고, KDA를 3.7까지 끌어올렸다. 온플릭은 트런들, 그라가스와 같은 대세 픽 외에도 공식전에서 연패 중이던 리신까지 꺼내 승리하는 등 자신의 기량을 증명했다.
경쟁 구도였던 미드와 원거리 딜러는 각각 페이트와 루트로 주전이 정해졌다. 페이트는 여전히 공격적인 플레이로 미드 주도권을 잡았고, 루트는 잠재력이 폭발한 모습을 보이며 KDA 12.9, 딜 비중은 33.1%를 기록하며 샌드박스의 새로운 승리 공식을 완성했다. 고릴라 역시 3.21의 시야 점수로 팀의 승리를 단단히 지켰다.
샌드박스가 전성기를 누렸던 2019년과 실패를 맛본 2020년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확실한 주전이 정해져 있는지이다. 2019년, 샌드박스가 치른 모든 경기에서 선수들의 구성은 바뀌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샌드박스는 좋은 호흡을 보였고, 성적까지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부진을 겪었던 올 시즌, 샌드박스는 주전을 정하지 못했다. 일부 선수가 부진하면 바로 교체를 단행했고 결국 최종 성적표도 좋지 못했다. 시즌 말 가장 중요했던 승강전에서야 주전을 확정 지었고, 좋은 경기력으로 LCK에 잔류했다.
이제 비시즌 기간이다. 선수들이 영입될 수도, 떠날 수도 있다. 샌드박스 게이밍은 본격적인 시즌에 앞서 확실한 주전 멤버를 정하는 청사진을 그리는 게 우선시되어야 LCK 서머에서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이하승기자(dlgktmd1224@siri.or.kr)
[20.05.09 사진 = 샌드박스 게이밍 공식 sns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