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FIFA가 매달 발표하는 FIFA 랭킹이 어떤 역사를 거쳐 개정돼왔는지 그 변천기를 소개한 바 있다.

이번 글에서는 현행 FIFA 랭킹 산정의 근간이 되는 ‘엘로 레이팅 시스템(Elo Rating System)’ 분석을 통해 지금의 랭킹 산정이 어떤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엘로 레이팅 시스템은 미국의 물리학자 아르파드 엘로(Arpad Elo)가 만들어낸 시스템으로 비교적 합리적인 실력 평가를 기반으로 한 랭킹 산출이 가능하다.

이 시스템은 ‘강팀을 이기면 그만큼 더 많은 점수를 얻고 약팀을 이기면 비교적 적은 점수를 얻으며, 반대로 약팀에 지면 그만큼 더 많은 점수를 잃고 강팀에 지면 비교적 적은 점수를 잃는’ 비교적 상식적인 논리적 기대를 기반으로 한다.

더불어 친선 전보다는 FIFA 월드컵 결승과 같은 파이널 경기에, 조별 예선 경기보다는 토너먼트 경기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하는 등 경기 자체의 중요도 역시 세분해서 고려한다. 특히 토너먼트 경기에서의 패배를 아예 점수 산출에서 배제한다는 규정을 통해 토너먼트 경기에서의 중요도를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FIFA가 사용하는 옐로 레이팅 시스템의 기본 공식은 다음과 같다.

  • 여기서 Pbefore, I, W, We는 각각 기존 점수, 경기 중요도, 경기 결과, 경기 기대 결과를 의미함

각 변수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I(경기 중요도)는 (비 정기 A매치 5점, 정기 A매치 10점, 네이션스리그 조별예선 15점, 네이션스리그 토너먼트 or FIFA 월드컵 지역예선 or 대륙컵 예선 25점, 대륙컵 조별예선~16강 35점, 대륙컵 8강~결승 or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전 경기 40점, FIFA 월드컵 조별예선~16강 50점, FIFA 월드컵 8강~결승 60점)을 부여한다.

# W(경기 결과)의 경우 (승리 1점, 승부차기 승 0.75점, 무 or 승부차기 패 0.5점, 패 0점)을 부여한다.

# 마지막 We(경기 기대 결과)의 경우에는 위 수식을 통해 값이 책정된다.

여기서 dr은 두 팀의 기존 점수 차이로 이해하면 된다. 언뜻 보기에도 굉장히 복잡해 보이는 식으로 최종 점수가 산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수식의 이해를 돕기 위해 FIFA는 공식 자료에서 한 가지 예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Q. 만약 1300 포인트를 현재 기록하고 있는 A팀이 1500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 B팀과 대륙컵 예선에서 맞붙어 승리한다면, 양팀의 점수 변동은 어떻게 될까?

경기가 대륙컵 예선에 해당하기에 경기 중요도 25점, 승리와 패배 각각 3점과 0점, 양팀의 기존 점수 차이를 대입해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즉, A팀은 17점의 추가 점수를 얻고, B팀 역시 같은 점수를 잃어 각각 1317점, 1483점에 해당하는 점수가 최종적으로 기록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이번 이란전 승리를 통해 얼만큼의 점수를 추가 획득했을까? 한국의 2월 FIFA 랭킹은 29위(1522.85점)이었으며, 이란은 21위(1572.89점)이었다. 그리고 이번 경기는 FIFA 월드컵 지역 예선이었으므로 경기 중요도(I) 25점이 부여된다.

따라서 한국은 P=1522.85 + 25 * (1–(1/(10 exp (-(1522.85-1572.89)/600) + 1))), 이란은 P=1522.85 + 25 * (0–(1/(10 exp (-(1572.89-1522.85)/600) + 1)))이 올바른 수식이 될 것이다. 계산하면 한국은 1536.55점(+13.70), 이란은 1559.19점(-13.70점)이 된다.

더 나아가 다음주 펼쳐질 UAE전 승리 시 이 점수는 1544.55점까지 올라가게 된다. (참고로 UAE는 이라크와의 맞대결에서 패하며 현재 1339.94점 기록 중)

그렇다면 본론으로 돌아가 ‘엘로 레이팅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랭킹 산정 방식을 사용할 경우 얻게 되는 이점은 무엇일까? FIFA는 공식 자료집을 통해 총 5개의 장점을 제시하고 있다.

  1. 기존 점수 산정 방식으로부터 부드러운 전환 가능
  2. 시간 경과에 따른 점수 평가 절하, 일별 포인트 변동 등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여타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기존 계산법 문제 완화
  3. 지역 영향과 무관한 동등한 위치에서의 점수 계산 가능
  4. 대회 및 경기 경중에 따른 가중치 부여로 합리적인 점수 가감 가능
  5. 이전 방식과 달리 대회 예선을 치르지 않는 개최국에 불리한 요소 배제

이렇듯 ‘엘로 레이팅 시스템’은 지금까지 FIFA가 랭킹을 매기는데 사용했던 그 어느 방법들보다도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축구에서 FIFA 랭킹은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에 해당하며 FIFA 랭킹만을 맹신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이처럼 합리적인 지표로 대표팀의 순위를 책정할 수 있다면 FIFA 랭킹의 위상 역시 앞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대표팀이 남은 UAE와의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까지 승리로 마무리하며 기분 좋게 카타르월드컵으로 향하길 바란다.

이수영 기자(dnsall123@gmail.com)

[2022.03.26. 사진=FIFA, KFA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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