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CSL(중국 슈퍼리그)을 아는가? 최근 중국 프로축구 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주석 시진핑의 ‘축구굴기’라는 구호 아래, 중국 프로축구의 각 구단들은 무서운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과, 리그를 빠른 속도로 성장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게 중국 축구는 그저 ‘거칠고, 한국 보다 한 수 아래’인 이미지였다. 하지만, 최소한 프로축구 리그에서는 이러한 공식이 깨지고 있다. K리그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중국 무대로 진출하고, 영입 경쟁에서도 중국에게 밀리고 있다. 이는 곧 ACL(AFC 챔피언스리그)과 같은 국제 대회 성적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 축구, 그리고 CSL을 더욱 잘 알아야 한다.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과 함께 중국 축구 시장은 더욱 커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 축구를 아직도 얕잡아 보고 있다. 바로 옆 나라에 무한한 스포츠 산업 시장이 열리고 있지만, 우리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SIRI는 5편의 기사를 통해 여러분께 CSL을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정보들과 이야기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번 특집을 통해 중국 시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시진핑 주석이 부임한 첫 해인 2013년, 중국 대표팀이 태국에게 1-4로 충격적인 패배를 거두자 시진핑 주석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 모든 것을 동원해 패인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계기로 탄생한 것이 바로 ‘축구굴기’다.

현재 중국 축구의 발전을 분석하는 많은 한국 언론, 그리고 한국 축구팬들 시선의 출발점은 바로 이곳이다. 중국의 최대 권력자인 시진핑 주석이 워낙 축구광이기 때문에 ‘축구굴기’와 함께 중국 축구의 발전이 시작됐다는 것.

하지만, 이는 편견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중국 축구에 대한 일종의 무시인 셈. ‘시진핑 주석이 축구광이기 때문에 중국 축구가 발전하려고 한다, 기업들이 앞다투어 중국 슈퍼리그(CSL)에 투자하는 것은 권력을 향한 일종의 아부다, 결국 시진핑이 권력에서 물러나면 중국 축구는 예전으로 돌아올 것이다’는 전제가 은연 중에 깔려있는 것이다.

이런 축구광 권력자 찾아보기 힘듭니다 ⓒ APEC 2013
이런 축구광 권력자 찾아보기 힘듭니다 ⓒ APEC 2013

그렇다면, 중국 축구의 현 상황과 관련해서 잘못된 우리의 시선은 어떤 것이 있는 지 한 번 알아보자.

1. ‘축구굴기’는 시진핑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축구굴기(축구를 일으켜 세운다)’라는 구호 자체는 시진핑이 제창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축구굴기’는 시진핑 집권 이전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시진핑이 ‘축구굴기’를 말하게 된 계기와 현재 CSL의 ‘축구굴기’는 엄연히 다른 성격이다.

CSL에 기업들의 투자가 시작된 것은 2007년이라고 볼 수 있다. IT계의 부호 주쥔이 축구단을 운영하면서 CSL에 거품이 끼기 시작한 것. 주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CSL 특집③] 중국을 흔든 괴짜 구단주, 주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쥔으로 촉발된 CSL 내 기업 간의 경쟁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주쥔 역시 CSL 상위 구단의 운영비 수준이 400억 원(2012년 기준)을 돌파하자 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고 말았다.

시진핑이 주석에 취임한 것은 2013년 초였다. 한국 언론과 팬들의 주장대로라면 CSL에 엄청난 돈이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이후여야 한다. 하지만, 2012년에 상하이 션화는 이미 천문학적 액수를 들여 아넬카와 드록바를 영입했고, 광저우 헝다의 쉬자인 회장은 2013년 AFC 챔피언스리그(ACL) 시즌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광저우 헝다는 그 해 결국 ACL 우승을 차지했다 ⓒ WKDx417
그리고 광저우 헝다는 그 해 결국 ACL 우승을 차지했다 ⓒ WKDx417

혹자는 “시진핑이 부주석 시절부터 중국의 실세였기 때문에 미리 각 기업에서 준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중국 정치의 시스템을 살펴보면 이것은 도박에 가깝다. 분명, 시진핑은 유력한 주석 후보였다. 하지만, 중국 내 최고 권력자인 주석의 자리를 차지하려면 막후에서 치열한 정치 투쟁과 협상이 동반되어야 한다. 아무리 유력한 주석 후보여도 ‘확실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권력을 잡을 것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기업이 수백억 원을 들이는 사례는 전 세계를 통틀어서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시진핑이 ‘축구굴기’라는 구호를 제창했지만, 이미 CSL의 ‘축구굴기’는 몇 년 전부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2. 기업들의 투자는 시진핑을 향한 ‘연줄 대기’다

아니다.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시진핑 주석, 그리고 중국 정부를 향한 ‘연줄 대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커져 버렸다.

앞서 언급한 시진핑의 발언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2013년, 중국 대표팀이 태국에게 1-4로 충격패를 당한다. 그러자 시진핑 주석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을 동원해 패인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만일, 시진핑의 발언으로 인해 중국 축구의 발전이 시작됐다면, 현재 CSL에게 투자되고 있는 자금의 성격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만일, 정말로 시진핑의 한 마디에 중국의 기업들이 움직였다면 그 자금은 CSL로 들어가지 않았어야 했다. 오히려 천문학적인 돈이 중국 대표팀과 유소년 육성 자금으로 흘러 들어갔어야 했다. 대표팀에 대한 환경 개선과 투자가 이뤄지고, 대표팀의 밑바탕이 될 유소년 육성에 주력한다면 장기적으로 중국 국가대표팀의 수준은 올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자금은 대표팀이 아닌 CSL로 흘러가고 있고, 유소년을 키우는 것보다는(물론 일부 구단은 유소년 육성에 주력하기도 한다) 외국인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는데 구단의 전력을 쏟고 있다.

'드록신'을 중국에서 볼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Ben Sutherland
‘드록신’을 중국에서 볼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Ben Sutherland

게다가 외국인 스타 플레이어의 영입 목적도 뚜렷하고 단순하다.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것이다. 만일, 시진핑의 발언과 연관된 것이라면 단순히 성적을 위해 외국인을 영입하지는 않는다. 최종적인 목표는 바로 귀화가 되야한다. 일본과 중동이 한 때 이러한 정책을 취했다. 하지만, 우리도 아넬카나 드록바가 중국으로 귀화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현재 중국 국가대표팀은 여전히 부진한 성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CSL의 발전이 장기적으로는 중국 국가대표팀의 성장에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는 어렵다. 시진핑의 발언이 CSL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3. CSL에 대한 기업의 투자는 일종의 정경유착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무역을 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이 있다. 중국 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꽌시’가 중요하다는 것. 한국어로 ‘관계’로 번역되는 이 ‘꽌시’는 지역 유력 인사, 업체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의미한다. 그들에게 의지하고, 잘 보이지 않으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기업들이 CSL에 투자하는 이유는 ‘꽌시’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꽌시’라고 보기에는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지나치게 거대하다.

기업이 지역 사회와 ‘꽌시’를 형성하기 위해 축구단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네이밍 스폰서다. 베이징 궈안이 한 때 베이징 셴다이(현대)의 이름을 달았고, 톈진 테다가 과거 톈진 산싱(삼성)의 이름을 달았던 것이 네이밍 스폰서의 사례다. K리그 시민구단들의 스폰서 중 지역 업체나 지역 건설사가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다.

네이밍 스폰서의 장점은 기업의 명칭을 최대한 노출해 지역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얻고, 지역 축구협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도, 축구단을 운영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말 그대로 돈만 지불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셈. 하지만, [CSL 특집④] 중국판 ‘마드리드 더비’, 톈진을 주목하라에서 보듯이 기업들은 단순히 네이밍 스폰서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직접 경영’을 원한다.

이는 각 기업들이 CSL 구단을 운영하는 목적이 정경 유착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정경 유착보다 그 이상의 가치를 축구에서 발견한 것이다.

4. 시진핑의 집권이 끝나면 중국 축구는 예전으로 돌아간다

이제는 입이 아프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다 읽고 왔다면, 이것 또한 말이 안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CSL의 발전은 시진핑과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 차라리 중국 경제의 불황으로 CSL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크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CSL에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다. 경제적인 목적이다.

CSL의 최근 역사를 살펴보면, 시진핑의 ‘축구굴기’와는 다르게 대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확인하면 알 수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CSL의 발전을 ‘축구굴기’와 연관시키려는 한국 미디어와 팬들의 태도는 분명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CSL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왜 구단을 운영할까?

답은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CSL은 리그와 클럽의 투자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구단을 운영하거나 투자한 기업들의 아웃풋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통 큰 투자를 주도했던 세 구단, 베이징 궈안, 상하이 션화, 광저우 헝다의 모기업들은 모두 투자한 만큼의 이익을 얻는데 성공했다. 비록 당시 상하이 션화의 구단주였던 주쥔은 구단 운영에서 손을 뗐지만, 이것은 베이징 궈안, 광저우 헝다의 모기업보다 자금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거나 만족할 만한 이익을 얻지 못해서는 아니었다.

특히, 광저우 헝다의 모기업 헝다 그룹은 부동산 업계의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축구단 운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룩했다. 축구계에 처음 입문했을 때 헝다 그룹은 부동산 업계에서 10위권을 오가는 중위권 기업이었다. 하지만, 2013년 광저우 헝다가 ACL을 우승한 것을 기점으로 부동산 업계 5위로 급상승 하더니, 2015년 다시 ACL 우승을 차지하자 매출 순위 업계 2위까지 올라갔다. 축구단 운영이 가져오는 긍정적 영향이 수치로 그대로 드러난다.

CSL에서 구단을 잘 운영하면 스폰서십으로 벌어들이는 돈 역시 쏠쏠하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2015년 ACL 결승전이다. 당시 알 아흘리(아랍 에미리트)와의 2차전에서 광저우 헝다는 유니폼 가슴에 대회 후원기업이 아닌 모기업 계열 보험사 로고를 달았고, 우승 세리머니에서 자신들의 스폰서 로고를 붙인 2층 버스를 경기장에 들여오는 등 여러 규정을 위반해 2016년 ACL 첫 경기인 포항과의 홈 경기를 무관중으로 개최해야 했다. 징계를 감수하면서도 광저우 헝다가 이러한 행위를 했다는 것은 어떠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게 아니라 ‘돈’이다.

CSL의 평균 관중 수준은 나쁘지 않다. 2015년 CSL의 평균 관중은 22,193명. 중국의 인구를 감안했을 때 많은 관중 수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관중 수 만큼 중요한 것은 구단이 가지고 있는 지역의 대표성이다. ‘우리 동네 팀’, ‘우리 도시 대표팀’이라는 이미지는 기업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

아직도 CSL에 진입하려고 하는 중국 기업들은 엄청나게 많다. 문제는 CSL에 단 16개 팀 밖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CSL에 승격하려는 갑, 을(2, 3부리그)리그 소속 구단들도,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려고 하는 CSL 구단도 외국인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는 등 전력 강화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물론, CSL에 진입하기 위한 기업의 꼼수도 있었다. 시장이 큰 대도시에서 CSL 구단을 운영하고 싶은 기업들은 종종 ‘연고이전’이라는 방법을 썼다. 지방 소도시의 CSL, 또는 갑리그 구단을 인수해 대도시로 연고이전을 시키는 것. 그래서 2015년 11월 중국 축구협회는 “1월 10일까지 클럽 양도 및 연고이전을 완료하고 그 이후로 성과 시를 뛰어넘는 연고이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연고이전 금지 규정’을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CSL과 중국 프로축구의 발전은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 순수히 경제적 논리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중국 축구 산업 시장이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고, 이는 인위적인 성장이 아닌, 자연스러운 성장이라는 것. 중국 프로축구는 이제 자국 기업들의 투자를 받아 전 세계 유명 리그와도 견줄 만한 위상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만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니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중국 축구에게 밀린다는 것이 민족적 감정에 의해 거부감이 드는 것일까, 아니면 ‘공한증’을 중국에게 선사했던 당사자의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하는 것일까? 유독 우리나라는 중국 프로축구의 발전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상대를 바라봐야 훗날 그 상대를 다시 이길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 프로축구는 이미 한국을 넘어섰고, 이제는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 역시 그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워야 K리그, 더 나아가서 한국 축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글 = 김덕용

편집 = 조성룡

[SIRI CSL 특집 시리즈]

[CSL 특집①] ‘축구굴기’, 중국 축구가 일어나고 있다
[CSL 특집②] 대륙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16龍
[CSL 특집③] 중국을 뒤흔든 괴짜 구단주, 주쥔
[CSL 특집④] 중국판 ‘마드리드 더비’, 톈진을 주목하라
[CSL 특집⑤] 한국 미디어-팬의 CSL 향한 편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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