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풋볼(NFL)이 시즌 개막도 전에 ‘인권운동’을 한 선수에 의해 논란에 휩싸이며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달 26일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 그린베이 패커스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인 콜린 캐퍼닉(29)이 경기 시작 전 국가를 부르는 동안 국민의례를 거부하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콜린 캐퍼닉

일부 관중들은 일어나기를 거부한 캐퍼닉을 향해 야유를 쏟았다. 하지만 그는 국가가 끝날 때까지 벤치에 앉아있었다. 일각에서는 그의 이런 행위에 대해 ‘시팅맨(sitting man)’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국민의례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흑인과 유색인종을 탄압하는 나라의 국기에 존경을 표하기 위해 일어설 수 없다”며 “나에게는 축구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단언했다. 흑인아버지에게서 태어났지만 백인 가정에 입양돼 자란 그는 그는 최근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는 이름의 흑인 인권 운동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선 그의 행동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표현의 자유로 존중해야 한다”라며 캐퍼닉을 지지하는 편과 “스포츠에서 노골적으로 정치적 견해를 드러냈다”는 비난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NFL 대변인은 27일 “선수들에게 국가를 부를 때 일어서도록 권장하지만 반드시 서야 하는 건 아니다”고 선수를 두둔했다. 하지만 그의 팀 동료였던 알렉스는 “캐퍼닉은 멋대로 행동하며 자유를 누린다. 그것(자유)을 지켜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에 일말의 경의라도 보여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불타고 있는 논쟁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한마디 더 보태며 상황은 더 악화됐다. 지난 29일 시애틀 지역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트럼프는 “그는 자기에게 더 맞는 나라를 찾아 떠나야 한다”며 “하지만 그런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그의 행동이 어리석다는 의견을 보였다. 또 일부 팬은 캐퍼닉의 유니폼을 불태우는 동영상을 SNS에 올리며 그의 행동에 극단적으로 항의하고 있다.

페이사 릴레사

스포츠에 정치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일은 캐퍼닉 사례 말고도 또 있다. 지난달 28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에티오피아 마라토너 에비사 에지구(28)는 결승선 통과와 동시에 두 팔을 엇갈려 ‘X’자를 그려 보였다. 2016 리우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딴 페이사 릴레사(26•에티오피아)가 했던 세리머니와 똑같은 자세였다. 에지구에겐 ‘제2의 X맨’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그는 자기 행동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지만 고국인 에티오피아의 인권 탄압에 항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경기 중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것을 금지한다. 스포츠가 정치적인 것을 나타내는 특정 행위 혹은 셀러브레이션으로 인해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분쟁이 극에 달하면 외교전으로 비화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릴레사는 메달박탈이라는 중징계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릴레사에게 쏟아진 격려를 외면하긴 어려웠고 메달박탈이 아닌 경고 처분만 내리기로 했다.

IOC에 반론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행위자체가 인류 보편의 가치를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의 예시를 살펴보면 당시 시상대에 선 흑인 선수들은 인종파별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현했다. 그 선수들은 메달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당했지만 수십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인권 운동의 상징으로 평가 받고 있다. 보편적인 가치 안에서 스포츠를 통해 담아낸 저항의 메시지나 약자의 목소리를 올림픽 정신으로 승화해야 한다. IOC는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선수들의 표현의 자유를 징계의 대상으로만 삼아야 할지는 새롭게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릴레사에게 쏟아진 격려를 외면하긴 어려웠다. 이에 IOC는 릴레사에 대해 은메달 박탈 등 중징계를 검토했지만 경고 처분만 내리기로 했다.
[사진 = 콜린 캐퍼닉, 페이사 릴레사 ⓒflickr, 유투브 캡쳐]

강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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