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최한얼 기자] 대한민국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이자,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최국이기도 하다. 하계패럴림픽에 이은 최대 장애인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는 나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애인 체육을 대우하는 의식만큼은 아직도 따라오지 못한 ‘스포츠계 문화지체현상’이 아직 스포츠계 근처에 존재하고 있었다.

진천선수촌 개촌식 속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의 홀대

지난 27일, 제2의 태릉선수촌으로서 선수들이 동시에 훈련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이 개촌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건립이 확정된 후 무려 13년만에 완공된 진천선수촌 개촌식, 전국의 체육인과 올림픽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한민국 체육 100년의 도약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내로라하는 정계, 체육계 인사들도 총출동했다. 2000여 명의 체육인들이 하나 된 이날, 유난히 성대했던 개촌식에서 정계 인사들에 대한 의전은 빈틈이 없었다. 그러나 정작 이날의 주인공인 ‘체육인’, 특히 장애인체육에 대한 홀대는 아쉬웠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함께 존재하듯이,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는 함께 가야 한다. 그렇지만 이날 행사에서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의 자리는 없었다. 휠체어를 탄 이 회장은 눈에 띄지 않는 구석자리에 배치되어 총리, 장관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진천선수촌장과 격이 같은 정진완 이천장애인훈련원장은 아예 내빈석이 아닌 일반석을 배정받았다. 참석자와 내빈 모두 무대 위에서 ‘손에 손잡고’를 합창하는 순서에도 이 회장의 휠체어는 소외됐다.

개촌식 직후 선수촌 투어가 시작됐다. 버스에서 내린 내빈들은 잰걸음으로 메디컬센터, 웨이트트레이닝센터로 이동했다. 이명호 회장은 이날 언덕길에서 신속하게 움직이기 위해 일부러 자신으로 인해 시간이 지체될까 미리 전동휠체어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전동휠체어는 ‘무용지물’이었다. 내빈들이 워낙 신속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쫓아갈 수조차 없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여러 정계 인사들과 함께 이동한 사이, 이 회장은 뒤에서 휠체어를 타고 혼자서 선수촌을 살폈다. 이천장애인훈련원장 출신인 이 회장은 진천선수촌 시설과 설비를 장애인훈련원과 비교하며 벤치마킹할 부분을 꼼꼼히 점검했다.

대한민국 체육 100년 도약을 위해 첫 삽을 뜨는 ‘식수 행사’ 내빈 명단에선 아예 배제됐다. 국무총리, 장관이 활짝 미소 지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사이, 이 회장은 장애인체육회 직원들과 함께 선수촌을 떠났다.

씁쓸하기만 한 장애인체육 대우의 현 주소

진천선수촌 개촌식은 대한민국 체육 100년사에 남겨질 법한 큰 행사였다. 하지만 그 속에 대한장애인체육회장에 대한 대우는 아쉬웠다. 함께하는 동행도, 뒤돌아보는 배려도 없었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손님인 대한장애인체육회를 초대하고 결례를 범한 셈이 됐다. 선수촌 투어 중 어느 정부 인사, 어느 정치인이라도, 한번쯤 옆과 뒤를 돌아봤다면 좋았을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홀로’ 이동하는 이 회장과 함께 동행하기는 힘들었던 것일까

장애인 선수, 행정가들 사이에 12년 전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설립과정은 지금도 훈훈한 미담으로 회자된다.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 후 청와대 오찬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은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설립의 시작점이 됐다. 정부의 발의로 보건복지부 산하의 장애인체육이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됐고, 2005년 11월 장애인선수들의 열망,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설립됐다. 장애인 체육인들은 노 전 대통령이 “대한체육회 밑으로 들어가면 장애인 선수들이 소외될까봐 걱정”이라며 고심 끝에 독립 법인 설립을 제안한 사실을 지금도 고맙게 여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금도 대한장애인체육회의 홈페이지에는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향한 시계가 남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묵묵히 장애인체육인들을 뒤를 지원하는 그들이 외면받을 이유는 없다.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시계는 오늘도 흘러간다. 대한민국이 체육회와 장애인체육회가 동등하게 대우받는 스포츠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장애인체육에 존중과 배려, 차별없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스포츠 강국을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라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체육회와 장애인체육회가 같이 걸어갈 수 있는 동반자적 자세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이자,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최국이다.

최한얼 기자 (harry2753@siri.or.kr)

[2017년 9월 30일, 사진 = 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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