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컨버젼스(Sport Convergence), 스포츠계에 화두인 단어이다. 2014년 말 당시 교수님이 강조하시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제 대세는 융복합 산업이 될 거라고, 스포츠와 과학을 함께 배워야 한다고 말씀했다. 스포츠산업을 배우는 우리 학과 내에서도 많은 친구들이 공대로 이중전공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교수님의 예견처럼 스포츠 산업현장에서 과학의 힘이 적용되어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바로 K리그 클래식에 나타난 VAR(video assistant referees)의 이야기이다. VAR이 도입되어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내 오심은 눈에 띄게 줄었다.

VAR이 앗아간 대구의 골
대구FC는 지난 24일 벌어진 전북 현대와의 원정경기에서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1 무승부를 거뒀다. 강등권을 전전하는 대구에게 우승후보 전북 원정은 어려운 경기로 예상됐다. 하지만 ‘영원한 강자는 없고, 공은 둥글다’는 축구계 진리처럼 대구는 예상을 비웃듯이 전북을 압도했다. 세 번이나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지만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이 났다.

이 날 경기는 VAR을 통해 대구는 2골을 인정받지 못했다. 양 팀이 1-1로 맞선 후반 13분 주니오가 가슴 트래핑 후 골을 넣었다. 하지만 주니오의 골은 인정되지 않았다. VAR 판독을 통해 주니오가 슈팅 전 신형민과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밀친 것으로 판정되어 번복됐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두번째 골 취소가 더 큰 논란이 되었다.

1골을 뺏긴 대구는 후반 40분 다시 한번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다. 세징야의 패스를 받은 에반도르의 득점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VAR을 통해 인정되지 않았다. VAR 판독은 에반도르의 득점 과정의 시발점이었던 골키퍼 조현우의 골킥을 문제 삼았다. 골키퍼는 공이 정지된 상태에서 골킥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대구 선수단은 강하게 항의했지만 이미 내려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후 분노를 주체못한 세징야는 거친 플레이로 퇴장을 당했고 대구의 전주성 함락은 실패로 돌아갔다.

주심의 VAR 오용이 부른 비극
이 경기 이후 논란이 되자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VAR은 경기 전체 상황을 점검한다. 경기가 진행되더라도 사후 바로잡은 것”이라며 “조현우의 골킥 규정 위반은 사실” “VAR의 적용은 규정의 범위 내에서 주심에 자율성을 주는 만큼 이런 상황이 간혹 생긴다”고 밝힌 이 관계자는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국제축구평의회(IFAB)도 명확한 기준을 두기보다 주심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규정된 범위 내에서 주심의 자율성에 의해 VAR이 사용된다는 말은 정확한 규정된 범위가 있다해도 결국 주심의 VAR 사용에 기준이 크게 없다고 보여진다. VAR은 ▶골 ▶페널티킥/노페널티킥 판정 ▶레드카드(두번째 옐로카드 상황은 제외) ▶징계조치 오류(mistaken identity) 4가지 상황에서의 ‘명백한 오심’에 대해서만 개입한다. VAR은 경기 결과를 달리할 수 있는 오심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만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경기에서는 조현우의 골킥 이후 전북 신형민이 공을 막지못해 흘렸다. 다시 대구가 공을 잡고 공격을 진행하여 골로 마무리됐다. 조현우의 골킥 이후 시간이 이미 많이 흘렀다. 이를 경기 결과를 바꿀만한 골 과정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인지 의문부호를 달게 됐다. 결국 VAR이 조현우의 골킥 미스를 잡아 냈지만, 이를 ‘명백한 오심’으로 보고 ‘공격적 전개’ 과정으로 적용하고 지적한 것은 심판이었다. 애초에 골킥을 제대로 보지못한 심판이 VAR을 통해 다시금 판정을 내리는 것은 심판의 존재 이유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경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대구에서 온 원정팬들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최한얼 기자
harry2753@siri.or.kr
[2017년 9월 26일,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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