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화 이글스 페이스북

한화 이글스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어느덧 10년이 됐다. 독수리의 추락은 멈출 줄을 모른다. 2014년 겨울, 한화는 ‘야신’ 김성근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올해 그 끝은 초라했다.

감독과 프런트, 미묘한 온도 차
세 번째로 다룰 팀은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다. 올 시즌은 김성근 감독이 한화에서 맞이한 3번째 시즌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여느 해와는 사뭇 달랐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한화에서의 김 감독은 감독 그 이상이었다. 김 감독은 팀 운영에 있어서 전권을 행사해왔다. 그 기간 김 감독의 여론은 바닥을 쳤고 구단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박종훈 단장이 부임하면서 김 감독의 권한은 축소됐다. 그러면서 감독과 프런트 사이의 갈등은 표면화됐다.

지난 마무리캠프 때부터 김 감독과 박 단장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고 이는 시즌까지 지속됐다. 둘은 사소한 일에도 사사건건 부딪치는 일이 많았고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잡음은 계속 터져 나왔고 성적마저 좋지 못했다. 결국, 시즌 초반인 5월 23일부로 김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자진사퇴라고는 했지만 야구계에서는 사실상 경질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후 이상군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남은 시즌을 이끌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한화는 61승 81패 2무(승률 0.430)를 기록하며 작년보다 한 계단 밑인 8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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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너마이트 타선은 어디로?
지난해 한화의 타선은 타율이나 OPS가 높지는 않았지만 응집력 있는 모습으로 득점 순위 전체 4위에 올랐다. 시즌 중간에 보여준 폭발적인 타격은 과거 빙그레 시절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올해는 득점 순위 전체 8위로 과거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한화 야수진에서 포수 자리는 가장 큰 취약점이었다. 조인성, 차일목, 정범모 등 많은 포수들이 주전 마스크를 바뀌어 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없었다. 한화는 4월 중순 내야수 신성현과 두산 베어스의 포수 최재훈을 맞바꾸며 변화를 모색했다.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최재훈은 매섭게 타격 감각을 끌어올렸고 7월 1일까지 3할대 타율을 유지하는 등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신구의 조화가 이루어진 내야는 탄탄했다. KBO 적응을 마친 1루수 윌린 로사리오는 작년보다 성장한 모습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송광민 역시 작년에 이어 올해도 3할 2푼대 타율로 3루 자리를 공고하게 지켰다. 오선진은 중간중간 내야의 빈자리를 잘 메웠다.

82-94년생 띠동갑 키스톤 콤비 정근우와 하주석은 센터라인을 든든하게 지켰다. 정근우는 두 자릿수 홈런에 0.330의 타율로 아직 자기는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풀타임 2년차를 맞이해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하주석은 작년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체 1순위로 지명받은 이력답게 하주석의 성장 가능성은 아직 많이 열려있다. 하주석은 한화의 현재이자 미래다.

반면 외야진은 다소 아쉬웠다. 주전에서 부상자가 속출해 4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는 양성우(417타석) 한 명에 불과했다. 이성열은 본인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폭발적인 타격감을 보여줬지만 부상이 문제였다. 시즌 도중 두 번의 부상으로 약 두 달의 공백이 있었다. 8월 말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로는 타격감이 한풀 꺾여 성적은 추락했고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다. 최진행과 이용규 역시 부상으로 제대로 출전하지 못했다.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한 양성우는 작년보단 좋아졌으나 여전히 아쉬운 타격 성적이었다.

지명타자는 주로 김태균에 의해 채워졌다. 김태균은 작년 8월을 시작으로 올해 6월까지 86경기 연속 출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KBO는 물론 NPB(일본프로야구), MLB(미국프로야구)에서도 없었던 기록이다. 이런 기록에서 나오듯이 김태균의 출루 능력은 여전히 살아있었지만 옆구리 부상으로 1달 이상 결장하며 아쉽게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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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흔들린 투수진
투수진에선 야심차게 영입한 메이저리그 출신의 두 용병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 알렉시 오간도가 주축이 됐다. 4, 5월에 두 선수는 각각 2.23(비야누에바), 3.34(오간도)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팀 선발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후 두 선수 모두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규정 이닝은커녕 둘 다 110대 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는 2년 만에 1군 무대에 복귀해 선발진에 보탬이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정 투구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논란 이후에도 지속되는 부정 투구에 자신의 명예를 깎아 내리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과적으로는 만 36세의 나이에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해냈고 7승을 기록하며 본인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한 윤규진은 5월 중순부터 선발로 보직을 변경했다. 하지만 꾸준히 선발로만 등판한 것은 아니었고 필요에 따라 구원과 선발을 오가며 팀의 빈자리를 적절히 채웠다. 결과적으로 본인의 한 시즌 최다 승(8승), 최다 이닝(119이닝), 최다 삼진(93)을 갈아치우며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 2년 차를 맞이한 김재영은 15번의 선발 기회를 부여받았고 마지막 5경기 중 4경기에서 7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끔 했다.

불펜에서는 정우람이 기둥과 같은 역할을 했다. 팀의 마무리로서 26세이브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은 2012년 이후 오랜만에 2점대로 마무리했다. 예년만큼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타자에게 더욱 전력으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59이닝만을 소화했지만 타자들을 압도하며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STATIZ 기준) 부문에서 2.84로 팀 투수진 내 1위를 차지했다.

그 밖에도 팀 내 최고참 박정진은 48이닝 나와 7홀드,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여전히 노장은 살아있음을 알렸다. 송창식은 지난 두 시즌 만큼은 아니지만 선발 등판 없이 73.1이닝으로 불펜치고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한화로 이적하고 2년 동안 평균 100이닝 이상 등판한 권혁은 31.1이닝을 소화하는 데에 그쳤다. 둘의 몸 상태를 우려하는 팬들은 늘어났고 혹사와 수술의 여파 탓인지 두 선수 모두 6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했다.

최종적으로 팀 평균자책점은 5.30으로 전체 8위를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도약을 위해선 투수진에서의 발전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사진= 한화 이글스 페이스북

시즌 MVP: ‘너무 잘해도 문제’ 로사리오
시즌 내내 로사리오의 방망이는 불을 뿜었다. 정교함, 파워, 선구안 등 타격 전반적으로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모습이었다. 타율-출루율-장타율 0.339-0.414-0.661에 37홈런으로 10개 구단 1루수 중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리그 수준, 구장 등이 모두 고려된 WRC+(100=평균)는 166.6으로 작년(131.0)보다 훨씬 상승했다. 규정 타석은 채웠지만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가 꽤 있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후반기의 로사리오는 공포 그 자체였다. 후반기 성적은 타율-출루율-장타율 0.399-0.469-0.778로 후반기 OPS(출루율+장타율) 순위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전반기에 비해 절반 정도의 타석에 들어섰지만 홈런은 15개나 때려내며(전반기 22개) 투수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하지만 이런 로사리오를 내년에도 한화에서 보기는 어려워졌다. 너무 잘한 탓인지 그를 원하는 구단이 많아졌다.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로사리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로사리오도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노리고 있어 한화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새로운 출발, 한용덕 체재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소문만 무성했던 한용덕 코치가 한화의 감독으로 공식 취임했다. 예전부터 한화의 감독 후보로 늘 꼽혀왔지만 ‘큰 산’ 김응용 감독과 김성근 감독이 경쟁 후보였다. 먼 길을 돌아 결국 한화의 수장이 됐다.

현재 스토브리그에서 보여주는 한화의 모습은 여느 해와는 확실히 다르다. 최근 몇 년간 한화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FA와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미 외부 FA 영입은 없다고 공헌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새 외국인 투수 역시 거액 연봉과는 거리가 먼 젊은 선수들이다. 90년생 장신의 좌완 투수 제이슨 휠러와 91년생 우완 투수 키버스 샘슨이 그들이다. 두 선수의 몸값을 합치면 127.5만 달러로 150만 달러, 180만 달러의 비야누에바, 오간도의 한 명 연봉보다 적다.

일찌감치 한용덕 감독은 내년을 리빌딩 시즌으로 선언했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 체재 아래에서 유망주 손실이 많았다. 결국, 좋은 성적도 내지 못했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던 셈이다. 한화가 가을야구를 맛본 지 오래되어 조급할 수 있지만 한용덕 감독은 천천히 출발하려고 한다. 재임 기간 3년 중 2년을 준비 기간으로 삼고 3년 차에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행보는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의 지난 세 시즌과 비슷하다. 김기태 감독 역시 KIA 부임 당시 2년의 리빌딩 이후 3년 차에 승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앞으로 한화가 KIA와 비슷한 길을 걸을지, 혹은 계속 준비만 하게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갈 것임은 분명하다.

이영재 기자
leeyj8492@siri.or.kr
[2017-11-16, 사진= 한화 이글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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