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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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후반기에 돌풍을 일으키며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붉은빛으로 물든 사직은 들썩였고 선수들의 눈빛은 결의로 가득 찼다. 하지만 돌풍은 한 가을밤의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롯데의 2017년
8번째로 만나볼 팀은 3위를 차지한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2012년 이후 오랜만에 가을야구를 맛봤다. 2012년 양승호 감독 이후 김시진, 이종운이 롯데의 감독 자리를 거쳤고 조원우가 2년 차에 가을야구를 완성했다. 이 기간 동안 구단 내부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만큼 팬들의 성원은 더욱 뜨거웠다.

시즌 전, 롯데는 직전 시즌에 커리어하이로 4번 타자 역할을 했던 황재균이 미국에 진출하면서 타선에 큰 구멍이 생겼다. 하지만 등번호 10번의 4번 타자는 또 다른 등번호 10번의 4번 타자로 채워졌다. ‘거인의 자존심’ 이대호가 롯데로 복귀하면서 팬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실제로 이대호 복귀 소식 이후 구단에 시즌권 문의 전화가 급증했다고 전해졌다.



개막을 앞두고 안 좋은 소식도 있었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파커 마켈이 적응 실패와 개인사로 갑작스레 한국을 떠났다. 마켈이 먼저 구단에 퇴출을 요청했고 합의 하에 계약이 해지됐다. 그리고 마켈을 대신해 대만 리그에서 활약하던 닉 애디튼이 합류했다.

롯데의 개막 상대는 직전 시즌 상대전적 1승 15패의 ‘압도적 천적’ NC 다이노스였다. 첫 경기부터 어이없는 실수로 롯데가 패배하며 2016년의 악몽이 지속되는 듯 했다. 하지만 곧바로 남은 두 경기를 따내며 NC 상대 연패를 끊어냈고 시즌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4월까지 이대호는 본인의 KBO 복귀를 자축하듯 맹타를 휘둘렀다. 이 기간 동안 4할대 타율, 7개의 홈런으로 리그 타격 최상위권에 자리했다. 하지만 이후 5월에 잠시 주춤했고 6, 7월엔 부진의 늪에 빠지며 전혀 이대호답지 못한 활약을 펼쳤다. 동시에 팀 역시 부진하며 5할에 미치지 못한 승률로 전반기를 7위에 마감했다.

롯데는 8월 첫 시리즈에서 LG에게 무기력하게 3연패를 당하며 올해도 가을야구와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롯데는 180도 달라졌다. 곧바로 5연승으로 승률 5할을 돌파했고 8월에만 5연승이 3번 있었다. 3연패 이후 8월 전적은 19승 5패로 순위는 4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롯데의 상승세는 끝날줄을 몰랐고 결국 NC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마지막 경기까지 순위 싸움은 지속됐고 LG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며 최종성적 80승 62패 2무(승률 0.563)로 3위를 확정 지었다.

롯데는 준플레이오프로 직행하며 와일드카드를 거치고 온 NC보단 유리한 고지에서 포스트시즌을 맞이했다. 첫 경기부터 연장까지 가는 등 접전을 펼쳤지만 11회 초 대거 7실점을 기록하며 패배했다. 2차전에선 투수진이 NC 타선을 꽁꽁 묶으며 영봉승을 거뒀지만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가 부러진 배트에 맞으며 부상으로 이탈했다. 3차전은 NC의 타선이 폭발하며 패배, 4차전은 반대로 롯데의 타선이 폭발해 승부는 5차전까지 갔다. 양 팀은 4회까지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지만 롯데는 5회 초에만 7점을 내줬고 타선은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5년 만의 가을야구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타선의 달력은 여전히 2011년에 멈춰있다
시즌을 앞두고 롯데 타선의 가장 큰 변화는 이대호의 복귀였다. 이대호는 6년 만에 돌아왔지만 타선에서 별다른 위화감을 못 느꼈을 것이다. 6년 전과 타선의 변화가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타선의 핵심은 여전히 손아섭, 강민호, 전준우였고 최준석과 앤디 번즈가 추가된 정도다. 물론 세세하게 파고들면 변한 부분도 여럿 있지만 중요한 점은 6년 동안 롯데에서 중심 선수로 성장한 타자는 없다는 점이다. 올해 롯데 주전 타자 중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가 1990년생으로 막내였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황재균이 이탈했지만 이대호와 전준우가 복귀하면서 직전 시즌보다 타선의 발전은 있었다. 팀 득점은 리그 8위(777)에서 7위(743)로 한 계단 상승했고 팀 홈런은 8위(127)에서 4위(151)로 올랐다. 순위 면에선 분명 높아졌지만 전반적으로 눈에 띄는 상승 폭은 없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역대 한 시즌 팀 최다 병살 개수를 경신했다는 점이다.

이대호의 해외 진출 이후 롯데의 1루 자리는 취약점이었다. 박종윤, 루이스 히미네스, 장성호, 김상호 등이 1루를 거쳤지만 제대로 이대호의 빈자리를 메운 선수는 없었다. 결국 본인이 다시 돌아와서 메웠다. 2017년, 이대호는 34홈런, 111타점으로 타선의 중심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리그 내 다른 1루수들 사이에서 크게 빛났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로사리오, 러프, 스크럭스, 오재일 등 많은 쟁쟁한 1루수들이 이대호와 어깨를 나란히, 혹은 더 위에 자리해 있었다.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음이 분명하지만 이대호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인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외야에는 전준우-손아섭이 중심을 지켰다. 그중 선봉장이었던 손아섭은 생애 첫 20홈런을 달성했다. 동시에 도루도 25개로 롯데 선수로서 아두치, 황재균에 이어 3번째 20-20클럽에 가입했다. 시즌 후에는 생애 5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전준우는 전역 시즌엔 다소 부진했으나 다시 타격감이 살아났다. 과거 호타준족 기대주로 꼽혔으나 작년엔 도루 시도 자체가 많지 않았고 타격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 결과, 도루는 2개에 불과했지만 타율, 출루율, 장타율 모두 개인 최고치를 달성했다. 시즌 초에 부상으로 한 달 넘게 결장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좌익수 김문호는 2년 연속으로 규정타석을 채웠으나 성적은 떨어졌다. 타격 전 부문에서 2016시즌보다 좋지 않았다. 특히, 후반기에 극도로 부진했고 박헌도에게 좌익수 자리를 위협받기도 했다. 전준우의 부상 등으로 이우민에게도 기회가 많이 있었지만 역시 문제는 타격이었다. 수비는 팀 내 외야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선수지만 언제나 타격에 발목이 잡힌다.

또 다른 외야수 나경민은 최근 몇 년간 롯데에서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선수다. 빠른 발을 앞세워 루상에서 상대 베터리를 흔들었다. 대주자 역할로서는 리그 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롯데가 한창 좋던 후반기에는 나경민 교체투입은 곧 득점이라는 공식이 있었다. 실제로 대주자로 교체돼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안타(30)보다 득점(37)이 더 많았다. 제한된 기회 속에서 도루를 20개나 성공시켰고 이는 리그 5위에 해당한다. 눈에 띄는 점은 도루시도율(25.6%)이 리그에서 압도적 1위였다. 그에 따라 상대 베터리의 많은 견제가 있었지만 나경민은 뚫고 지나갔다.

작년 롯데 내야의 핵심에는 번즈가 있었다. 한 마디로 롯데 내야를 지배했다. 최근 몇 년간 2루 수비는 롯데의 고질병이었다. 하지만 번즈가 오면서 롯데의 2루 수비는 리그 정상급으로 올라섰다. 번즈의 멋진 수비는 작년 롯데 팬들의 큰 재미 요소 중 하나였다. 타격은 4월까진 부진했으나 이후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중간에 부상으로 1달가량 결장했지만 복귀 후 타격감은 더욱 살아났고 결국 3할대 타율로 시즌을 마쳤다. 특히 홈에서 극강의 성적으로 ‘사직 본즈’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유격수, 3루 자리는 시즌 내내 고정된 주전 없이 돌아갔다. 문규현, 신본기, 김동한, 황진수가 번갈아 가며 자리를 채웠다. 그중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한 타자는 두 포지션 모두 소화 가능한 신본기다. 신본기는 2016년 9월 전역 이후 1군에 등록됐을 때 남은 시즌을 상당히 인상 깊게 보냈다. 하지만 작년 성적은 예년과 비슷해 부진했다. 문규현과 김동한도 각각 337타석, 205타석씩 기회를 받았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진 못했다. 황진수가 넷 중 가장 적은 기회를 받았지만 성적은 가장 좋았다.

포수 자리는 역시 강민호가 지키고 있었다. 강민호는 리그 전체 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유일하게 1000이닝을 넘었다. 김준태의 입대와 안중열의 부상으로 시즌 내내 백업 포수는 김사훈이었다. 하지만 김사훈이 강민호에게 휴식을 많이 줄 만큼 활약해주지 못했고 강민호는 더위가 한창이던 7, 8월에 극도로 부진했다. 그럼에도 홈런을 20개 이상 때려냈고 맡은 바를 다해내며 4년 만에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다만,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말이다.

최준석은 2년 만에 다시 규정타석을 채웠다. 당초 이대호의 합류로 최준석에게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했지만 오히려 성적은 더 떨어졌다. 홈런은 14개에 불과했고 본인의 가장 큰 장기인 선구안마저 약화된 모습이었다. 더불어 병살타는 24개로 윤석민과 함께 리그 공동 1위였다. 그러다 보니 주력과 수비에 대한 약점이 더욱 부각됐다. 14일 현재까지 FA 계약이 지지부진한 것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영건들의 폭풍성장, 완벽했던 신구조화
작년 시즌 롯데 3위의 가장 큰 요인은 투수진의 활약이다. 팀 평균자책점은 리그 3위(4.57)였고 팀 투수진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전체 1위(25.4, 스탯티즈 기준)였다. 특히, 후반기에 전반적으로 투수진이 안정되면서 팀 평균자책점이 3.93까지 내려갔다. 영건 삼인방 박세웅, 김원중, 박진형 등 젊은 선수들이 무섭게 성장했고 송승준, 손승락 등 베테랑들도 제 역할을 해주면서 신구조화가 완벽하게 이뤄졌다.

시즌 초중반까지 롯데는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마켈을 대신해 합류한 애디튼은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고 피안타율은 3할에 육박했다. 믿었던 레일리마저 5월 들어 크게 부진하며 롯데는 둘 중 누구를 교체해야 할지 고민했다. 롯데는 교체 대상을 애디튼으로 선택했고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부진했던 레일리는 한 번 2군에 다녀온 뒤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1군 등록 후 레일리가 등판한 18경기에서 팀은 16승을 거뒀다. 그 기간동안 레일리는 10승 1패로 개인 10연승을 기록했다. 더불어 리그 전체 투수 중 후반기 최다 이닝, 최다 승으로 롯데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애디튼을 대신해 돌아온 조쉬 린드블럼 역시 2015년에 보여줬던 에이스의 면모를 다시 뽐냈다. 가장 좋았던 2015시즌과 비교했을 때 볼넷 비율은 동일했고 삼진 비율은 오히려 좋아졌다. 피안타율, 피출루율, 피장타율까지 모두 개선되어 후반기에 레일리와 원투펀치를 이뤘다.

후반기에 이 둘이 있었다면 전반기엔 박세웅이 있었다. 롯데에 합류하고 두 시즌 동안 고전했던 박세웅이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터트렸다. 전반기에 다른 선발 투수들이 고전하는 사이에 박세웅이 에이스로 떠올랐다. 전반기 평균자책점은 2.81로 박세웅은 시즌 중반까지 줄곧 이 부문 리그 최상위권에 자리했다. 다만, 여름을 지나면서 박세웅은 공의 위력을 잃기 시작했다. 6월에 9승을 기록했지만 부진과 불운이 겹치면서 7경기 동안 승리를 수확하지 못했다. 결국 8월 중순이 돼서야 승리를 따내며 생애 첫 10승 투수가 됐다. 하지만 갈수록 전반기의 모습에서 점점 멀어져 갔고 포스트시즌과 APBC(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경기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박세웅과 반대로 박진형은 후반기에 훨씬 살아났다. 전반기에는 주로 선발투수로서 등판했지만 좋지 않았고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그러면서 마음껏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다. 후반기에 박진형은 팀의 불펜에서 필승조 역할을 했다. 전반기 7점대의 평균자책점은 후반기 2점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홀드 10개 역시 모두 후반기에 기록했다. 특히 시즌이 끝나기 전 등판한 마지막 12경기에서 모두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핵심 투수로 떠올랐다.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박진형의 진가는 더욱 빛났다. 박진형은 NC와의 준플레이오프 5경기 중 4경기 등판해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APBC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대회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영건 삼인방 중 마지막, 김원중도 희망을 엿볼 수 있었던 한 해가 됐다. 김원중은 24경기를 모두 선발투수로서 등판해 첫 풀타임 선발 경험을 쌓았다. 중간중간 경기 초반에 무너지는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좋은 공을 뿌리는 경기도 분명 많이 있었다. 압도적 신인 이정후가 있어 묻혔지만 김원중은 신인왕 투표 2위에 올랐다. 기복을 줄이는 것이 다가오는 시즌의 과제다.

마지막 선발 한 자리는 송승준이 채웠다. 송승준은 2016년 극도의 부진으로 많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줬고 올 시즌에는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선발 등판 기회를 받았고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이 호투는 우연이 아니었다. 이후로도 선발 등판해 3경기 연속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전성기 시절만큼 빠른 공을 던진 것은 아니었지만 노련하게 타자들을 상대했다. 몇 년간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했던 송승준은 4년 만에 10승 투수로 돌아왔다.

2017년의 손승락은 리그 최고의 마무리이자 롯데 구단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였다. 61경기에 나와 총 37세이브를 수확했는데 이는 리그 전체 1위 기록이자 롯데의 역대 마무리 중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이다. 특히 후반기 돌풍의 중심에는 손승락이 있었다. 손승락은 5개의 블론세이브 중 4개를 전반기에 기록했고 후반기에는 22세이브 1블론세이브로 롯데의 뒷문을 완벽하게 지켰다. 손승락이 경기를 마침과 동시에 관중석에 날리는 특유의 ‘엄지척’ 세레머니는 롯데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장원준의 이탈 이후 토종 좌완 투수의 부재로 고민했던 롯데에 김유영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김유영은 2014년 1차지명으로 입단했지만 투수로서 타자 전향까지 고민할 정도로 힘겨워했다. 2016년에 본격적으로 기회를 받기 시작했고 이번 시즌엔 팀 내 최고의 좌완 불펜 요원으로 성장했다. 김유영은 48.2이닝을 나왔는데 대부분 구원 등판했다. 선발진의 구멍으로 한 차례 선발투수로 등판했을 때도 준수한 투구를 선보였다. 또 다른 좌완 불펜 이명우는 전반기에 크게 부진했으나 후반기에 원포인트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배장호는 롯데의 새로운 마당쇠가 됐다. 72경기에서 66.1이닝으로 선발 등판이 없는 롯데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그러면서 구원 등판으로만 8승을 챙기기도 했다. 한때, 정대현, 김성배, 홍성민 등 잠수함 투수 천국으로 불렸던 롯데에서 이번 시즌 배장호는 1군의 유일한 옆구리 투수였다. 트레이드로 합류한 장시환은 전반기에 블론세이브만 6개를 기록하며 불안했다. 이후 필승조에서 밀려났지만 추격조에서는 나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강동호는 롱릴리프로서 크게 활약한 것은 아니지만 1년차 선수로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상무로 입대했다.

불펜에서 기대에 비해 아쉬웠던 투수는 박시영과 윤길현이 있었다. 박시영은 2016시즌 이후 ‘3박 트리오’ 중 하나로 박세웅, 박진형과 함께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피홈런 비율이 9이닝당 2.21개로 2배 이상 늘었고 볼넷 허용도 늘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1차전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며 많은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윤길현은 2016년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크게 부진했다. 2년 연속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조원우 감독은 시즌 중반 이후 윤길현을 기용하지 않았다. 딱 한 차례 1군에 올라왔지만 그마저도 0.2이닝 5실점이라는 최악의 투구로 윤길현을 1군에서 다시 볼 수 없었다.

이번 시즌 롯데의 뒷문을 지킨 많은 선수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감동을 준 선수는 조정훈일 것이다. 조정훈은 7년간 수술과 재활을 거친 끝에 다시 1군 마운드를 밟으며 인간승리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많은 이들이 1군 마운드에 다시 서는 것도 기적이라고 했지만 조정훈은 단순히 1군 엔트리를 채운 선수가 아닌 후반기 필승조로서 활약했다. 전성기 시절 주무기였던 포크볼의 위력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포수 앞에서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포크볼에 타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앞으로도 장기 재활로 고생하는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즌 MVP: 전설을 향해 가는 ‘롯데의 심장’, 손아섭
통산 타율 3위, 현역 선수 중 타율 2위, 손아섭은 김태균과 더불어 현역 최고의 교타자로 꼽히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타율-출루율-장타율 0.335-0.420-0.514에 20홈런 25도루로 골고루 좋은 성적을 냈다. 특히 안타 개수는 193개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200안타를 노려보기도 했으나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별다른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마친 것도 의미가 크다. 손아섭은 2년 연속 전 경기 출전이라는 업적을 세웠고 올 시즌 667타석은 전체 1위의 기록이다. 이는 역대 2위 기록으로 한 시즌 최다타석 기록 1, 2위는 모두 손아섭이 가지고 있다(1위- 16시즌 672타석).

손아섭의 가치는 포스트시즌에 더욱 빛났다. 준플레이오프 5경기 모두 선발 출장해 홈런 3개 포함 8안타를 기록했으며 타점도 6개 있었다. 특히 4차전에서 타격 이후 공이 홈런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제발 제발’이라고 하는 입 모양이 화면에 잡혀 많은 야구팬들을 감동케 했다. 손아섭의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손아섭은 시즌 후에 맞이한 본인의 첫 FA에서 4년 98억 원으로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롯데에게 손아섭은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격동의 스토브리그, 2018년 알 수 없다
롯데의 이번 스토브리그는 그야말로 격동 그 자체다.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가 많았던 만큼 어느 정도 예정된 일이었겠지만 예상외의 상황들이 속출했다. 이번에 롯데에서 FA를 선언한 선수는 강민호, 손아섭, 문규현, 최준석, 이우민이다. 이 중 문규현은 전 구단 중 가장 빠르게 계약했고 여기까지는 잠잠했다. 곧이어 미국에서 돌아온 황재균이 kt와 계약하며 조무근이 보상선수로 왔고 강민호의 돌연 삼성행이 발표됐다. 많은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황재균은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여러 얘기가 돌았지만 강민호는 흔하디 흔한 이적 소문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팬들은 마음에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선수를 떠나 보냈다. 포수에 빈자리가 생겨 롯데는 삼성의 포수 나원탁을 보상선수로 뽑았다.

이후 롯데는 손아섭과 재계약에 성공했고 두산으로부터 민병헌까지 영입하며 외야수 보강이 리그 정상급 외야진을 완성했다. 민병헌의 보상선수로 두산은 예상 밖의 외야수 백민기를 뽑아갔다. 기류는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외국인 선수 재계약 과정이 삐걱거렸다. 레일리와 번즈는 이미 재계약 했지만 린드블럼과의 계약에 제동이 걸렸다. 린드블럼은 자유계약 신분이었기에 이 과정에서 많은 소문이 난무했다. 그 와중에 린드블럼의 SNS에 롯데 구단 측을 비판하는 글이 게시됐고 린드블럼은 그 날 바로 두산과 계약을 체결했다. 강민호와 황재균이 이 글에 ‘좋아요’를 누르면서 파장은 더 커져갔다.

그동안 연고 지역인 부산과 팬들에게 많은 애정을 보였던 두 선수가 구단을 떠났다. 황재균과의 문제까지 섞이면서 구단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린드블럼을 대신해 좌완 펠릭스 듀브론트가 합류했다. 그리고 채태인이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롯데에 왔다. 롯데는 보상금 대신 98년생 좌완 박성민을 넥센에 내줬다.

결과적으로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이탈한 선수는 강민호, 린드블럼, 백민기, 박성민이다. 새로 합류한 선수에는 민병헌, 나원탁, 조무근, 듀브론트, 채태인이 있다. 많은 변화가 있었던 만큼 함부로 손익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준석과 이우민은 아직 어디에도 계약하지 못했고 롯데는 이미 계약은 없다고 못을 박아놨다.

강민호의 이탈로 이제 포수 자리는 춘추전국 시대가 됐다. 당장 스프링캠프부터 나종덕, 나원탁, 안중열 등 많은 포수들이 무한 경쟁에 돌입한다. 2019년부터는 김준태까지 이 경쟁에 합류하게 된다. 누가 주전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길고 치열한 싸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올해도 우승을 향해 달린다. 당장 주전 여러 자리에 구멍이 있지만 여전히 좋은 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볼 만 한 싸움이다. 이대호의 4년 계약이 지속되는 동안에 롯데는 리빌딩보다는 윈나우에 초점을 맞춰 팀을 운영할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한다.

이영재 기자
leeyj8492@siri.or.kr
[2018-01-14, 사진=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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