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번 시즌 KBO리그의 전반기가 막을 내렸다. 리그 일정이 이미 반환점을 돌았고 무더운 때양볕이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전반기 하위권은 순위 변동이 잦았다. 두산 베어스가 현재 리그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은 가운데 하위권에서 절대 약자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팀이 하락세를 타면 순위가 내려갔다.

하위권 팀이라고 해서 가을야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리그에서 반전을 일으키는 팀은 있었다. 전반기를 마친 현재,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7~10위 팀의 중간 점검을 해봤다.

사진= NC 다이노스 제공

10위 NC 다이노스 – 34승 0무 56패(0.378)

이번 시즌 NC는 창단 이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1군 진입 첫해를 제외하고 모든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NC는 올해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개막 직후에는 잠시 선두에 오르는 등 선전했다. 하지만 4월 들어 팀이 9연패에 빠지는 등 순위가 급격하게 내려갔고 5월 중순에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그 결과, 그간 팀을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은 해임됐고 NC는 유영준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NC에게 투타 가릴 것 없이 팀의 전반적인 모든 부분에 이상이 생겼다. 특히 타선의 부진이 심각하다. 전반기 NC는 팀 타율(0.251), OPS(0.699), 득점(364), 홈런(76) 부문에서 모두 리그 최하위에 내려앉았다. ‘나테이박’ 라인을 자랑하던 2년 전과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 시즌에도 NC의 타선은 리그 상위권에 위치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에 큰 변화는 없었으나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성적은 크게 떨어졌다.

김성욱과 노진혁이 주전으로 자리 잡았지만 나성범, 스크럭스, 박민우 등 지난 시즌 NC의 중심타선을 이뤘던 선수들이 동반 부진에 빠졌다. 나성범이 타선에서 그나마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예년의 나성범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시즌 전, 김태군의 입대로 가장 큰 구멍으로 여겨졌던 포수 자리는 여전히 채워지지 못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석민, 모창민, 이종욱 등이 부상에 발목 잡힌 상황이다. 부진과 불운이 겹치면서 전반기 NC 타선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투수진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전반기 NC 투수진의 팀 평균자책점은 5.44로 리그 최하위다. 특히, 몇 년간 NC의 주 무기였던 구원진이 무너졌다. NC의 구원 평균자책점은 5.68로 역시 리그 최하위다. 원종현, 김진성 등 필승조로 활약하던 선수들이 부진하고 마무리 임창민은 수술대에 올랐다. 이런 상황을 몇 년간 구원 투수들에게 축적된 피로의 결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임창민 대신에 마무리 자리에 오른 이민호의 활약은 고무적이다.

선발진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이재학과 왕웨이중을 앞세운 선발 평균자책점은 5.26으로 리그 6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선발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책임지지는 못하고 있다. NC 선발투수의 총 이닝은 441.1이닝으로 최하위 롯데와 1이닝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선발이 많은 이닝을 책임지지 못하면서 그 부담감은 고스란히 구원진에게 넘어갔다.

전반기 NC는 NC답지 않은 모습들만 보여줬다. NC 팬들에게 이런 풍경은 다소 낯설지도 모른다. 5위와의 승차는 11경기 차로 상위권 도약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적어도 팀의 자존심은 지켜야 할 것이다.

사진= KT 위즈 제공

9위 KT 위즈 – 35승 2무 50패(0.412)
NC가 낯선 최하위 자리에 머물러있다면 KT는 다소 익숙했던 최하위 자리에서 드디어 탈출했다. 지난 3시즌 연속 10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던 KT는 올해만큼은 최하위 탈출이 간절했다. 지난겨울, 구단은 역대 구단 FA 최대 금액인 4년 88억으로 황재균을 영입했다. 곧이어 새 외국인 투수로 더스틴 니퍼트를 영입하면서 탈꼴찌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시즌 초반, KT의 활약은 단순히 하위권 탈출을 넘어 가을야구를 넘볼 기세였다. 고졸 1년 차 ‘슈퍼루키’ 강백호를 필두로 로하스, 유한준 등 KT는 연일 매서운 타격을 선보였다. KT 타선은 홈런의 팀 SK와 팀홈런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이어갔다. 그 결과, 팀은 4월까지 리그 중위권에 머물며 상위권 도약을 호시탐탐 노렸다.

하지만, 5월부터 순위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뜨겁게 타오르던 타선은 어느새 식어버렸고 투수진 역시 이렇다 할 활약은 보여주지 못했다. 6월 들어 부진은 극악에 달했고 결국 9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성적과 상관없이 강백호는 전반기 KT에서 가장 뜨거웠던 선수다. 지난해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T에 입단한 강백호는 시즌 전부터 KT의 기대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KT 팬들뿐만 아니라 KBO리그 대다수의 팬들이 강백호를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점쳤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강백호는 데뷔 첫 타석부터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슈퍼루키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강백호는 고졸 1년차 선수라고 믿기지 않는 맹활약으로 KBO리그 팬들을 놀라게 했다. 4월에는 잠시 주춤했지만 5월부터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려 강백호는 현재 리그 신인왕 레이스에서 1순위를 점하고 있다. 그간 프랜차이즈 스타에 목말랐던 KT에게 강백호는 이름처럼 만화 주인공과 같다. 그 결과, 이번 시즌 팀 내 유니폼 판매 순위에서 강백호는 압도적인 1위에 올라있다.

KT가 탈꼴찌는 성공했지만 현재 9위 자리가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NC와의 격차가 꽤 많이 좁혀진 만큼 작년 후반기와 같은 상승세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8위 롯데 자이언츠 – 37승 2무 47패(0.440)
이번 시즌 롯데의 모습을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롤러코스터’라고 할 수 있다. 롯데는 개막 이후 가파른 하락세와 상승세를 반복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다만, 하락세가 좀 더 가팔랐고 길었다.

롯데는 개막 직후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롯데는 개막하자마자 내리 7연패를 기록하는 등 첫 11경기에서 1승 10패로 시즌을 시작했다. 팀이 전반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새 외국인 투수 듀브론트는 부진했고 박세웅의 공백도 느껴졌다. 지난 시즌 3위 팀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좋지 않았다.

한동안 최하위에 내려앉아 있던 롯데는 서서히 반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4월 SK와의 3연전을 시작으로 롯데는 7시리즈 연속 위닝 시리즈를 기록했다. 그 결과, -9까지 떨어졌던 승패 마진이 5할을 넘어 +1까지 올라갔다. 최하위였던 롯데는 어느덧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정상까지 올라온 롤러코스터는 다시 추락하기 시작했다. 롯데는 5월 이후 2번의 5연패를 겪으며 승패 마진이 다시 -9로 원상 복귀됐다. 이후에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던 롯데는 결국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삼성에게 스윕패를 당하며 8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지난 시즌 롯데 3위의 원동력은 탄탄한 투수진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굳건했던 투수진이 무너지고 말았다. 작년에 팀 토종에이스로 마운드를 지켰던 박세웅은 올해 뒤늦게 시즌을 시작했다. 복귀 후에도 작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크게 흔들리는 중이다. 레일리와 김원중도 작년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원진 역시 붕괴됐다. 작년 후반기 필승조를 이뤘던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 중 박진형과 조정훈은 부진과 부상이 겹치며 현재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들의 공백은 오현택, 진명호가 대신 메우고 있다. 마무리 손승락 또한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팀의 승리를 지키지 못한 상황이 많아졌다. 손승락은 현재 리그 블론세이브 공동 1위(5개)에 올라있고 평균자책점 역시 5점대로 좋지 않다. 전반적으로 투수진에 믿고 맡길 투수가 없는 상황이다.

타선의 상황은 좀 나은 편이다. 전반기 롯데는 팀 득점 공동 5위, OPS 4위로 리그 중위권에 위치해 있다. 우선 손아섭, 전준우, 이대호가 작년보다 좋아졌다. 이들이 중심타선을 지키면서 상대 투수들에게 위압감을 주고 있다. 신입생 이병규와 채태인도 이대호와 함께 1루, 지명타자에서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페이스가 좋을 땐 이대호를 3루로 보내 공격 극대화 라인업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각 포지션에 강화가 있었지만 강민호의 공백은 메우지 못했다. 현재 롯데 포수진의 성적은 처참하다. 현재 주전 포수인 나종덕의 타격은 리그 압도적 최하위로 꼽을 수 있다. 1할대 초반의 타율은 아무리 포수라도 1군 주전으로 낙제점이다. 나원탁과 김사훈도 크게 다를 바는 없다. 최근 오랜만에 1군에 모습을 비춘 안중열의 활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더불어 야수들의 수비 또한 나빠졌다. 롯데는 현재 리그 최다 실책 압도적 1위에 올라있다. 지난 2년간 같은 부문에서 9위, 10위를 기록했던 것을 생각하면 큰 격변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롯데는 2000년대 암흑기 시절 이후 최악의 모습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작년과 같이 롯데는 후반기에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 삼성 라이온즈 제공

7위 삼성 라이온즈 – 39승 2무 49패(0.443)
삼성은 팀의 상징이었던 이승엽이 은퇴하고 첫 시즌을 맞이했다. 전반기 삼성은 지난 2년간의 흐름과 비슷하게 줄곧 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개막 이후 4월까지 크게 부진했다. 삼성은 4월까지 승패 마진 -9를 기록했고 결국 최하위로 4월을 마무리했다.

5월에 삼성은 4월보단 한층 좋아진 모습이었다. 불안했던 투타 모두 안정을 되찾았고 중위권과의 격차도 점차 좁아졌다. 10위에서 탈출한 삼성은 6월 들어 최고 6위까지 올라가며 반격을 준비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고 순위는 다시 8위까지 내려왔다.

불안한 팀 상황에서도 삼성은 롯데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전반기 삼성은 대부분의 팀에게 상대 전적에서 열세를 기록했지만 롯데를 상대로는 10승 2패로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특히 강민호가 친정팀을 상대로 맹타를 휘두르며 롯데 팬들에게 비수를 꽂았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도 롯데를 상대로 승리를 쓸어 담으며 순위를 뒤바꿔 놓았다.

전반기는 투수진의 문제가 두드러졌다. 특히 선발진의 붕괴가 팀의 가장 큰 문제다. 삼성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5.87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간 꾸준한 활약으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윤성환이 무너졌다. 7점대 중반의 평균자책점은 윤성환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새 외국인 투수 보니야와 아델만 역시 이렇다 할 활약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선발과 달리 구원진은 고군분투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무리 심창민을 축으로 장필준, 최충연 등 탄탄한 계투진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선발로 부진했던 우규민 또한 5월 복귀 이후 중간 계투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안게임 엔트리에서 아쉽게 탈락한 심창민은 무력시위를 하듯 엔트리 발표 후에 상승세를 탔다. 이런 활약이 엔트리 논란에 더 큰불을 지피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 타선에는 굵직한 변화가 있었다. 우선 ‘라이온킹’ 이승엽이 은퇴하면서 타선에 공백이 생겼다. 그리고 FA로 강민호를 영입하면서 삼성은 포수 자리의 큰 강화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강민호는 놀라울 만큼 부진했다. 4월까지 강민호는 2할대 초반 타율에 OPS는 0.6을 웃돌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점점 본인의 페이스를 되찾았지만 강민호의 이름값에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다.

작년 팀 타선의 해결사 역할을 했던 러프는 올해도 어김없이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타격 페이스가 작년보다 더 좋다고도 할 수 있다. 부상 없이 전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원석 또한 타선의 중심 선수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이적 첫해였던 작년에는 다소 아쉬운 활약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타격 모든 부문에서 작년보다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삼성이 전통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여름이다. 전반기가 끝난 현재 삼성의 모습은 하위권으로 추락한 2016년 이래로 가장 좋다. 이번 후반기 삼성이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이영재 기자
leeyj8492@siri.or.kr
[2018-07-15, 사진= NC 다이노스,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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