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18-19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의 우승팀은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였다. 정규시즌 2위로 마감하여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한 현대캐피탈은 우리카드 위비에게 2연승, 챔피언 결정전에서 대한한공 점보스에게 3-0 셧아웃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하였다.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의 우승은 매우 극적이었다. 노재욱의 이탈로 주전 세터가 될 이승원의 기량에 의문을 가졌으며, 전광인-문성민-파다르라는 정상급 공격진의 활용법 문제 그리고 전광인의 시즌 초 적응 문제로 인하여 잡음이 일었다.

게다가 팀의 주전 공격수이자 상징이었던 문성민이 개막전부터 경기에 뛰지 못하였고, 이에 대하여 최태웅 감독은 문성민이 조커 역할 혹은 일곱 번째 주전 선수로 뛸 것이라고 언급하자, 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시즌이 지남에 따라 이승원의 불안한 볼 배분 능력과 이로 인한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승원이 흔들릴 때마다 신인 이원중이 이승원의 부진을 훌륭히 메웠고, 이승원을 향한 팬들의 여론이 부정적으로 변하였다. 급기야 선두자리를 놓고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이승원이 최악의 부진을 보이자, 팬들의 분노는 폭발하고 말았다.

심지어 시즌 막바지에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로 하위권 팀들이었던 KB 손해보험에게 리버스 스윕, 한국전력에게 셧아웃 패배를 당하는 등 플레이오프에서 우려가 커져만 갔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은 극적으로 살아났다. 이승원은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에서 노재욱과 한선수에게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1차전 5세트 7-4로 밀리는 상황에서 역전을 만들어 낼 힘이 되었고, 파다르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을 2년 차 신인 허수봉이 인생 경기로 메우며 2연승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캐피탈의 기세는 챔피언 결정전까지 이어졌다. 1차전 5세트 막판 9-6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최태웅 감독은 작전 타임 시간에 “기적은 일어난다”라며 선수단을 격려하였고, 팀의 에이스 문성민은 이런 감독의 기대를 200% 부응하며 기적을 만들어냈다.

2차전과 3차전은 전광인이 지배한 경기였다. 공, 수에서 맹활약한 전광인은 2차전 경기를 끝내는 점수를 만들어냈다. 특히 2차전 자신의 실수로 경기를 끝내지 못한 실수를 본인이 다시 마무리 짓는 장면이 가장 압권이었다.

그렇다면 현대캐피탈은 어떻게 봄 배구 무대에서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이승원의 반전과 전광인의 투혼도 있었지만, 최태웅 감독과 주장 문성민의 리더십도 우승에 기여했다.

  1. 최태웅 감독의 믿음의 리더십

시즌 전부터 현대캐피탈은 한국전력에서 전광인을 영입하며 공격진을 강화하였다. 이 과정에서 노재욱이 보상선수로 한국전력으로 이적하였고, 주전 세터를 잃는 불상사가 생겼다.

노재욱의 공백을 메울 선수로 선택된 선수는 이승원이었다. 하지만 팬들은 데뷔 후 5년 동안 뚜렷한 성장을 보이지 못한 이승원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이는 시즌 중에 현실이 되고 말았다. 중요한 경기 때마다 볼배분에 문제가 생겼고 이는 본인 멘탈에도 영향을 주고 말았다. 결국 이승원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차가워졌고, 신인 이원중이 리그에 적응하며 맹활약하자 팬들은 이원중을 찾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이승원을 잘 보살폈으며 신뢰하였다. 특히 정규 시즌 막판 이승원이 최악의 부진에 빠졌음에도 이승원을 플레이오프 경기에 선발로 내보내며 이런 신뢰를 굳건히 하였다.

이러한 신뢰를 받은 이승원은 최태웅 감독의 기대에 200% 아니 그 이상 보답하였다. 플레이오프 상대였던 노재욱과 챔피언 결정전 상대 한선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결국 우승에 가장 큰 기여를 하였다.

 

  1. 주장 문성민의 희생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이다. 그는 이미 최태웅 감독과 우승을 경험한 선수이며 명실상부 V 리그 최고의 스타이다.

하지만 전광인과 크리스티안 파다르의 영입으로 인하여 문성민은 주전에서 내려왔다. 시즌 개막전에서 코트 위가 아닌 워밍업 존에서 선수들을 독려한 문성민의 모습은 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최태웅 감독이 언급한 문성민의 조커 혹은 일곱 번째 주전 선수로서 활용은 팬은 물론이고 선수 본인에게도 충격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그러나 문성민은 팀을 위해 희생하였다. 문성민 본인이 누구보다 최태웅 감독과 오랜 기간 뛰었기에 최태웅 감독의 의중을 잘 이해하였고, 주장으로서 워밍업 존과 코트를 넘나들며 선수단을 독려하며 팀을 단단히 하였다.

결정적으로 그는 승부처 때마다 공격을 성공시키며 팀의 에이스가 자신임을 알렸다. 챔피언 결정전 1차전 5세트에서 어렵게 수비한 공을 공격으로 성공시킨 선수가 문성민이었고, 이는 대역전의 시작을 알리는 점수였다.

이렇게 주장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임에도 줄어든 역할을 불만 없이 소화해낸 문성민이 없었다면 현대캐피탈의 우승은 없었을 것이다. 팀이 흔들릴 때마다 문성민이 이를 바로잡았으며 문성민이 있었기에 우승이 가능한 것이었다.

2017-18 시즌 현대캐피탈은 챔피언 결정전에서 대한항공 점보스에게 무너지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를 위해 전광인과 파다르를 영입하였고, 이 과정에서 노재욱이 이탈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그리고 시즌 초반 전광인, 문성민, 파다르로 이뤄진 공격진의 교통정리가 잘 이뤄지지 않았고, 이는 전광인의 시즌 초반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승원 역시 노재욱의 공백을 잘 메우지 못하였고 현대캐피탈은 팀적으로 흔들리고 말았다.

하지만 주장 문성민이 워밍업존과 코트를 오가며 팀이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했으며 최태웅 감독은 선수단에게 계속해서 믿음을 주며 독려하였다. 그리고 이는 봄 배구 무대에서 이승원의 각성과 전광인의 투혼을 이끌어냈다.

현대캐피탈의 우승이 가능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만약 문성민이 역할에 불만을 가지거나 최태웅 감독이 믿음을 주지 않았더라면 현대캐피탈은 우승은커녕 봄 배구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가능하게 한 감독의 리더십과 베테랑의 희생을 다시금 생각해야 할 시기이다.

현계원 기자

gyewon@siri.or.kr

[2019.03.28, 사진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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