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이었다.

지난 해 12월 11일 4년 총액 125억 원의 FA 대박을 터뜨리며 NC 다이노스로 둥지를 옮긴 양의지를 대신해 박세혁은 주전 포수로 낙점을 받았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SK에 무릎을 꿇으면서 2년 연속 KS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두산이지만 정규시즌에서 93승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하였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단기전과는 달리 오랜 레이스를 펼치는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장기적으로 효율적인 마운드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시즌 다승왕 후랭코프, 평균 자책과 WHIP 1위 린드블럼 등 각종 투수 부문 순위권에서 두산 선수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또한 데뷔 후 첫 10승을 달성한 이영하, 두산 불펜의 중심으로 성장한 박치국과 함덕주와 같은 영건들의 성장은 두산이 왜 이번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임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양의지의 공백이 무엇보다 뼈저리게 느껴지는 두산이다. 두산의 대부분의 투수들은 인터뷰에서 “양의지 덕분이다.”, “양의지가 있기에 편하게 던졌다.”, “양의지의 리드대로 잘 따라갔을 뿐이다.” 와 같이 양의지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 타팀 투수들마저 양의지의 안정감과 노련함에 엄지를 치켜 세우고있다. 수치로 증명할 수 없는 양의지의 존재로 인한 마운드에서의 심리적인 요인은 경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공격에서도 양의지의 공백이 느껴질 두산이다. 그동안 꾸준한 타격을 보여준 양의지였지만, 지난 시즌 포수로서 0.358이라는 타율로 타율 2위를 차지하며 그야말로 ‘미친’ 공격능력을 보여준 양의지는 김재환과 더불어 타선의 핵심이었다. 유독 외인타자의 빛을 보지 못하는 두산에게는 양의지의 활약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외인타자 없이도 두산이 화력을 뽐내며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양의지의 공이 컸다.

오랫동안 양의지의 백업 포수로 활약하던 박세혁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의 박세혁의 성적을 살펴보면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통산 타율은 575타수 149안타 0.259 이지만 2017시즌 부터 0.284, 2018시즌엔 0.282의 타율을 기록하였다. 또한 2016시즌에는 백업 포수지만 무려 3할 9푼이라는 도루 저지율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비력을 입증하였다.

관건은 그의 체력일 것으로 보여진다. 그동안 주전 포수로서 풀타임으로 뛰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체력 부담이 큰 포수 포지션 특성상 백업으로는 잘 하다가 정작 주전이 되었을 경우 성적이 추락한 사례가 많았다.

본인도 자신의 약점과 해야할 일을 잘 알고 있을 터, 그는 지난 시즌까지 두산 타격코치로 지냈던 고토 요미우리 자이언츠 코치의 연을 통해 일본을 대표하는 포수 아베 신노스케(40·요미우리)와 함께 괌에서 합동 훈련을 진행하는 등 착실하게 몸을 만들었다. 그는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사실이다. 부담감보다 책임감이 생긴 것 같다.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두산은 포수왕국으로 불리우며 수많은 뛰어난 포수를 배출해왔다. 김경문, 김태형, 진갑용, 홍성흔, 양의지, 최재훈 등 굵직굵직한 선수들이 많았다. 최재훈과 같이 오랫동안 백업 선수였던 박세혁 역시 타팀에 가면 주전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박세혁이 과연 포수왕국의 계보를 이을 것인지, 그의 새로운 도전이 잠시 후 두 시에 잠실구장에서 펼쳐지는 한화와의 개막전에서 시작된다.

 

정찬우 기자

chanwoo@siri.or.kr

[2019년 3월 23일, 사진 = Google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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