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형빈, David Koelzer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스포츠 시계가 멈췄다. 이로 인해 KBL과 V-리그를 비롯한 국내 프로 스포츠뿐만 아니라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프로 축구 등 수많은 리그가 시즌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아쉽게 올 시즌을 마무리하고 다음 시즌을 기약한 리그들의 공통점은 상대적으로 그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KBL과 V-리그의 경우 국내 4대 프로 스포츠로 손꼽히고는 있지만, 2018-2019시즌 KBL과 V-리그의 총관중 수인 873,782명과 614,552명은 지난해 각각 7,286,008명과 2,376,924명의 관중을 동원한 KBO와 K-리그에 비해 다소 초라해 보인다.

물론 종목에 따라 경기장 수용 인원이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규모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벨기에 주필러리그와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의 리그 수익도 각각 유럽 내 10위와 8위를 차지하고 있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과 스페인 라 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등에 비하면 수익이 적은 편이다.

이에 반해, 앞서 언급했던 EPL이나 라리가, 분데스리가와 미국 프로 농구 NBA처럼 해당 스포츠를 대표하는 이른바 ‘빅 리그’들은 리그 재개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다시 시즌을 시작해 어떤 식으로든 올 시즌을 마무리 짓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왜 조기 종료라는 옵션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왜 ‘재개’라는 두 글자에 사활을 거는 것일까?

비밀은 리그 수익 비중에 있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와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이하 SPL) 등의 리그는 일찌감치 시즌을 종료했지만, 지난 5월 16일 재개한 분데스리가를 비롯해 라 리가와 EPL, 이탈리아의 세리에 A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리그가 시즌 종료를 선언하지 않는 이유는 ‘돈’에 있다. 즉, 중계권과 스폰서, 티켓 및 경기장 수익과 같은 리그 재원의 크기와 방식이 유럽 축구 빅 리그가 재개를 염원하는 이유와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재원의 방식 중에서도 리그 재개와 연관이 가장 깊은 부분은 미디어, 다시 말해 중계권이다. 지난 몇 년간 유럽 축구 리그의 해외 중계권 수익이 급속도로 상승했다. 과거에는 티켓 판매나 경기장 관련 수입과 같은 매치데이 수익이 가장 중요했는데, 중계권 수익이 커지면서 매치데이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빅 리그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매우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 딜로이트 영국 연간 축구 재무 리뷰(2019 Deloitte UK Annual Review of Football Finance)에 따르면, EPL의 매치데이 수익은 총 75억 7천만 유로(한화 약 10조 3,000억 원)였는데, 이는 총 수익의 14%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SPL의 매치데이 수익은 총 1억 5백만 유로(한화 약 1,430억 원)였지만, 총 수익의 무려 45%라는 엄청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수익 비중의 차이는 다른 리그에서도 나타난다. 2018년 UEFA 클럽 라이센싱 벤치마킹 리포트(2018 UEFA Club Licensing Benchmarking Report)에 따르면, 현재 시즌을 종료한 네덜란드(29%)와 벨기에(22%)의 매치데이 수익 비중이 시즌 재개로 가닥을 잡은 독일(16%), 스페인(18%), 이탈리아(12%)보다 컸다.

이를 현재 상황에 대입하면, 우리는 각 리그가 왜 지금과 같은 선택을 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매치데이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에레디비시와 SPL은 무관중으로 리그를 재개할 경우 재정적 손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분데스리가나 EPL과 같은 빅 리그는 매치데이 수익이 없어도 중계권료를 통해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재개를 결정한 것이다.

한편, 코로나19 사태에 비교적 잘 대응한 국가들이 먼저 리그를 재개하는 경향도 찾아볼 수 있었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코로나19에 적절하게 대응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축구 경기가 펼쳐지고 있지만, 유럽 내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러시아와 영국을 비롯해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라스베이거스? 디즈니랜드?’ NBA의 절실한 도전
2019년 10월 새로운 시즌의 막을 올린 후 정규 시즌의 끝을 향해 순항 중이었던 NBA도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게 된다. 지난 3월 12일 유타 재즈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의 경기를 앞두고 코로나19 의심 증세로 인해 검사를 받았던 유타의 루디 고베어가 양성 판정을 받아 사무국은 즉각 해당 경기를 취소함은 물론 리그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아담 실버 NBA 총재는 “코로나19에 대처할 방법을 찾겠다”며 최대한 빨리 팬들 곁으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지만, 상황은 그가 바란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고베어의 팀 동료인 도노반 미첼부터 고베어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그와 맞대결을 펼쳤던 디트로이트의 크리스티안 우드와 보스턴의 마커스 스마트까지 총 10명이 넘는 NBA 현역 선수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또한, 뉴욕 닉스의 구단주인 제임스 돌란도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는 등 구단 관계자들도 코로나19의 위험에 노출돼 리그 중단 기간은 기약 없이 길어져만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BA는 포기하지 않았다. 5월 중순부터 체육관 훈련 시설을 개방하는 NBA 구단들이 늘어났고, 사무국도 팀 간 이동 거리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기존 방식이 아닌 한 곳에서 남은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를 진행하는 방식을 기조로 후보지 물색에 나섰다. 라스베이거스, 애틀랜틱 시티, 하와이, 루이빌 등을 제치고 디즈니랜드가 있는 올랜도가 최종 개최지로 선정됐고 지난 5일 NBA 이사회 투표와 NBA 선수 협회(이하 NBPA)의 최종 승인을 거쳐 재개가 확정됐다.

NBA가 이렇게까지 리그를 재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유럽 축구와 마찬가지로 돈이다. 그중에서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광고 수익과 중계권료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관중 입장 수익을 놓치는 것도 아쉽지만, 이미 정규 시즌의 80% 이상을 소화했기 때문에 이보다는 중계권료와 광고 수익이 더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우선, 광고 수익의 경우 만약 NBA가 시즌을 이대로 종료했다면 대략적인 손실은 약 8억 달러. 한화로 무려 9,600억 원이 넘는 돈이다. 이는 지난 시즌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NBA가 올린 광고 수익 총액인데, 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지는 시즌 후반부터 우승 트로피를 향한 16팀의 여정인 플레이오프까지 더해져 NBA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시점이기 때문이다.

중계권료도 무시할 수 없다. 2015-2016시즌까지 NFL과 MLB에 이어 미국 프로 스포츠 시장 규모 3위였던 NBA는 9년 총액 234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을 통해 단숨에 MLB의 중계권 계약 규모를 넘어섰다. 플레이오프 평균 시청률이 정규 시즌보다 높은 것을 고려했을 때, NBA는 플레이오프 취소로 최대 10억 달러에 가까운 손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NBA가 이렇게 큰 규모의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젊은 팬들의 유입 덕분이었다. ESP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5년에 비해 MLB의 평균 시청 연령이 4세 늘어난 것에 비해(53세→57세), NBA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37세로 변함이 없었다. 그만큼 젊은 농구 팬들을 새로 흡수했다는 뜻이다. 이번 시즌 재개로 NBA는 지금보다 더 많은 농구 팬들을 새롭게 NBA의 세계로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스포츠가 돌아온다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 유럽 축구와 NBA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프로 스포츠 리그들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지난 5월 5일 무관중으로 첫발을 뗀 KBO는 개막 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문제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으며, 일본 프로야구 NPB도 지난 6월 초부터 연습경기를 시작하며 순조롭게 시즌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이번 시즌뿐만 아니라 다음 시즌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즌 재개가 확정된 EPL과 NBA의 경우, 중단 없이 리그를 진행했었다면 이미 시즌이 종료됐을 시점에 다시 시작 버튼을 눌렀기 때문에 다음 시즌 개막 일정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관적인 상황 속에서도 다시 스포츠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인 것은 분명하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어두운 터널 끝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당분간 선수들은 물론 경기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철저한 방역과 대처 방안 속에서 스포츠 경기가 열릴 것이다. 물론 관중이 없는 텅 빈 경기장에서 오직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만이 만들어내는 ‘빅 리그’의 현장은 예전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가 우리 삶에 있어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는 이미 지난 3개월간 뼈저리게 느꼈다. 스포츠도 막대한 중계권료 때문에 시즌을 재개하는 것이지만, 중계권료가 크다는 것은 많은 스포츠 팬들이 다양한 곳에서 해당 스포츠를 즐긴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저 일상 속으로 돌아온 스포츠를 반기고 즐기면 된다.

이형빈 기자 (cenraven@siri.or.kr)
David Koelzer 기자 (david0105@siri.or.kr)
[20.06.12, 사진 = EPL 공식 홈페이지, 딜로이트 영국 연간 축구 재무 리뷰 캡처, NBA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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