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IRI=유한결 기자] 말 그대로 ‘참사’였다. ‘혹시나’ 했던 우려가 ‘역시나’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우리 대표팀은 지난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친선경기에서 전반에만 2골을 내주면서 0-3으로 무너졌다. 손흥민, 황의조 등 주축 선수들이 빠졌지만, 숙명의 라이벌 일본에 큰 점수 차로 패배했기 때문에 축구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은 화려한 패스로 우리 수비를 농락했다. 시종일관 일본의 공격에 고전한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공격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했다. 심지어 김태환과 이동준은 거친 플레이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우리나라 수비진을 농락한 일본의 ‘카마다 다이치’

하지만 이번 경기의 패배는 예견되어 있었다. 한일전이 치러지는 과정부터 삐걱거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오스트리아로 떠난 대표팀은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그래서 이번 A매치 기간 일본에 가서 평가전을 갖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간 코호트 격리’라는 대책을 내세웠지만, 한일전 이후 진행되는 리그 일정 때문에 K리그 팀들은 선수 차출에 부정적이었다. 게다가 중국 슈퍼리그와 프랑스 리그 선수들은 차출이 불가능했고, 독일에서 활약하는 이재성과 황희찬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일본으로 올 수 없었다. 손흥민까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이번 명단에 빠졌다.

이처럼 소집 명단이 발표되기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명단이 나오고 나서 오히려 논란은 가중되었다. 선수 선발에 있어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이번에도 새로운 얼굴을 선발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K리그에서 맹활약하는 강상우, 한석종, 고승범 등은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새로운 발탁이 적었던 이번 소집 명단

대신 벤투 감독은 기존에 중용하던 선수를 선발했다. 홍철, 박주호, 이정협 등이 소집되었지만, 이들의 최근 컨디션은 국가 대표급이라고 보기 어려웠고, 새로운 선수의 선발을 기대했던 팬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추가로 엄원상과 윤빛가람이 부상으로 빠졌는데, 역시 이전에 소집한 적 있는 이진현과 이동경이 합류했다. 이처럼 벤투 감독은 새로운 시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K리그 팀과 선수 선발에 있어 마찰을 빚었다. 총 7명의 선수를 국가 대표로 보낸 울산 현대의 홍명보 감독은 선수 선발 초기, 국가 대표를 위해 구단이 희생하는 것에 이해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안 된 홍철을 구단과 합의 없이 선발하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선수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구단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 시작 전부터 수많은 선수가 빠졌고, 선수 선발에 있어 여러 논란을 빚으며 한일전에 대한 관심 역시 줄어들었다. 반면 일본은 유럽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미나미노 타쿠미, 카마다 다이치, 엔도 와타루 등이 합류하며 뛰어난 전력을 유지했다.

우리의 베스트11

경기 당일 날이 되고,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 약 1만명의 관중이 들어섰다. 벤투 감독은 최선의 베스트11을 꾸렸다. 남태희, 나상호, 이동준을 이용한 빠른 공격을 노렸다. 하지만 경기는 벤투 감독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우리가 준비한 후방 빌드업은 상대의 압박에 막혔다.

우리와 다르게 일본은 뛰어난 패스를 통해 우리의 압박을 벗겨냈고, 전반에만 두 골을 터뜨렸다. 후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본은 우리의 수비에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았고 한 골을 더 추가하며 3대0 완승을 거뒀다.

결국 이전에 논란되었던 선수 선발에서 문제가 생겼다. 주장 김영권은 약 세 달 만에 치르는 첫 실전 경기가 이번 경기였기 때문에 실수를 연발했고, 부상으로 폼이 떨어진 홍철은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웠다. 애초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선수를 선발한 것에 대해 벤투 감독의 책임이 있었고, 비판에 있어 자유로울 수 없었다.

부진했던 주장 ‘김영권’

이제 우리 대표팀의 다음 일정은 6월에 있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이다. 다행히 모든 경기가 우리나라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그전까지 평가전을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코로나19로 인해 A매치를 치르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평가전 한번 한번이 갖는 가치는 상당하다. 그래서 이번 한일전이 아쉽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평가전 진행에 있어 엄청난 반대가 있었음에도 대한 축구협회는 이번 경기를 강행했다. 힘들게 진행한 경기인 만큼, 평가전이라는 의미에 맞춰 새로운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우리가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많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3대0이라는 치욕적인 결과를 떠나, 이번 한일전을 통해 우리 대표팀이 얻어가는 점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국가대표급 선수 발굴에 실패했고, 대패로 인해 오히려 선수들의 사기는 떨어졌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가동한 플랜B는 완전히 실패했다.

불안감을 노출한 ‘벤투’ 감독

벤투 감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는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는 대한축구협회 역시 이번 경기 준비와 진행 과정에 있어서 문제점을 느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다행히도 귀국한 우리 대표팀 선수단 전원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번에는 철저히 방역에 신경 써서 자가 격리가 해제되는 날까지 선수단에 대한 관리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6월에 있을 2차 예선에서는 철저한 방역은 물론 시원한 경기력으로 ‘벤투호’에 대한 불안감을 종식해야 할 것이다.

유한결 기자(hangyul9696@siri.or.kr)
[21.3.29, 사진 =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