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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이수영 기자] 일하는 개미 떼가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중 20%만이 열심히 일한다. 나머지 80% 개미들은 놀고 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는 개미 20%를 따로 분리해 보아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 안에서도 20%만이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80%는 놀고 있다. 몇 번을 반복해도 그 결과가 같다.

이는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1896년 발표한 파레토 법칙의 배경이 된 관찰이다. 그는 ‘20%의 원인이 결과의 80%를 만든다.’라는 파레토 법칙을 발표하며 이 법칙이 우리 사회와 경제 전반에도 적용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과연 이 파레토 법칙을 축구 경기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아마 많은 사람이 축구와 같은 팀 스포츠에서는 선수 개개인의 기량보다 중요한 것이 팀 전술이기 때문에 축구 경기는 예외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할 수 있다. 지극히 합리적인 추론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필자는 최근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의 경기를 보며 파레토 법칙이 축구 경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최근 아스날의 행보가 수월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파레토 법칙을 축구 경기에 빗대어 본다면, 11명의 팀원 중 2~3명의 선수가 20%에 해당한다. 즉 2~3명에 해당하는 출중한 개인 능력의 선수의 존재가 곧 팀 성적을 좌우한다.

필자가 최근 아스날 경기를 보며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은 앞서 언급한 소수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다. 이 소수 선수에는 에밀 스미스 로우, 키어런 티어니, 그라니트 자카가 있다. 이 밖에도 부카요 사카, 알렉상드르 라카제트 등 핵심선수들이 더 존재하지만 앞선 세 선수는 현 스쿼드에서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화 뒀다.

먼저 아스날은 올 시즌 스미스 로우가 경기에 나올 때와 나오지 못할 때의 경기력 차이가 극명하다. 실제 올 시즌 초중반까지 아스날이 리그 중하위권을 맴돌며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첼시전에 깜짝 출전해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이며 팀을 반등시킨 존재가 스미스 로우다. 더불어 반등 이후 지속적인 파동 곡선을 그린 아스날 성적 그래프에서도 언제나 반등 변곡점에는 스미스 로우의 복귀가 있었다.

단순 승률만 보더라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올 시즌 지금까지(21.04.09 기준) 스미스 로우가 출전한 24경기에서 아스날은 14승 5무 5패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스미스 로우가 없는 22경기에서 아스날은 8승 4무 10패를 기록했다. 단순 승률조차 스미스 로우가 출전한 경기에서 월등하게 높지만, 무엇보다 스미스 로우 없이 거둔 8승 중 4경기가 리그가 아닌 유로파리그 조별예선 및 리그 컵 경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스미스 로우의 유무에 따라 경기 승패가 결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미스 로우가 아스날에 끼친 긍정 포인트는 명확했다. 파이널 서드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볼의 결을 살리며 패스를 찔러주는 스미스 로우의 존재는, 메수트 외질 이후 공격진에게 키 패스를 찔러줄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던 아스날에게 분명한 도움이 되었다. 실제 후스코어드 닷컴에 따르면 스미스 로우는 경기 당 키 패스를 평균 한 개 이상 기록하는 등 좋은 찬스를 지속해서 생산해주고 있다.

좌측 자료는 스미스 로우의 올 시즌 리그 첫 경기였던 15R 첼시전 히트 맵이다. 이를 보면 스미스 로우가 얼마나 왕성하게 경기장을 누비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지난 시즌까지 아스날의 명실상부 에이스였던 주장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이 올 시즌 심각한 부진을 겪으며 왼쪽 날개 자리를 두고 윌리안, 페페, 마르티넬리 등이 출전했지만 그 누구도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때 스미스 로우는 본인 주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 이외에도 왼쪽 날개 자리에서까지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우측 자료를 보면 스미스 로우가 중앙뿐 아니라 왼쪽 날개, 왼쪽 미드필더 자리에서도 경기를 소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날개에 위치하고도 본인의 장점인 패스 앤 무브를 활용해 전방 자원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고, 스미스 로우가 중앙으로 들어올 때면 왼쪽 풀백 키어런 티어니가 활발한 오버래핑을 하며 전제적인 공격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스미스 로우의 본 포지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임대 생 마르틴 외데고르가 알짜배기 활약을 보여주며 팀 핵심 선수로 거듭나기도 했다. 이처럼 아스날은 전방에 라카제트가 등을 지며 버텨주고, 스미스 로우와 외데고르가 키 패스를 찔러주며, 부카요 사카가 공격 포인트를 우측에서 누적할 때 비로소 공격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점은 스미스 로우가 부상이 잦은 선수라는 점이다. 아스날 데뷔 시절부터 종종 부상이 발목을 잡았고, 라이프치히 임대 시절에는 이적하자마자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는 등 부상과 지독한 악연이 있는 선수다. 올 시즌에도 아스날이 상승세를 이어가려 하면 어김없이 스미스 로우가 쓰러지곤 했다. 지난 리버풀과의 리그 경기에서 스미스 로우, 부카요 사카, 그라니트 자카가 출전하지 못한 아스날은 무기력하다 못해 제대로 된 공격 한 번을 펼치지도 못하고 완패했다.

두 번째 핵심 선수는 키어런 티어니다. 키어런 티어니는 스미스 로우만큼이나 현재 아스날의 필수 자원이다. 무엇보다 레프트 백 포지션에 티어니 말고 전문 레프트 백이 전무하다. 티어니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할 때면 세드릭 소아레스가 임시로 레프트 백에 위치하지만 좌측에서 오른발잡이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스리 백에서 윙백으로 사카를 기용할 순 있지만 이는 사카의 재능을 낭비하는 꼴이기도 하며, 더군다나 스리 백 전술로 인해 외데고르, 스미스 로우 등 공격형 미드필더의 기용 방식 또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티어니의 존재는 누구보다 중요하고, 티어니의 부상은 팀 전술의 붕괴와도 같다.

한편 티어니는 공격에 큰 장점이 있다. 활발한 오버래핑을 통해 양질의 크로스를 자주 올린다. 일대일 상황에서 드리블 돌파 중 잠시 멈췄다가 재빨리 다시 드리블을 치는 특유의 시그니처 무브로 수비수를 혼란시키는 데 능숙하다. 특히 주력이 약한 측면 수비수를 상대할 때 큰 장점을 발휘한다.

스미스 로우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자주 보여줌에 따라 티어니 또한 겹치는 동선 없이 측면으로 자유롭게 침투하고 패스를 받을 수 있다. 티어니는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스미스 로우와 저는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고, 경기장 밖에서 그는 훌륭하고 겸손한 사람입니다. 그는 분명 크게 성공할 것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자료는 지난 토트넘과의 리그 28R 티어니의 히트맵이다. 이를 보더라도 티어니가 수비보다 공격에 치중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티어니 역시 부상이 잦은 선수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아스날 입단 전부터 잦은 탈장 증세를 보인 바 있는 티어니는 아스날 입단 이후 탈장 증상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곳저곳 부상을 자주 당하며 폼이 올라올 때 즈음이면 쓰러지곤 했다. 가장 최근 경기인 리버풀과의 리그 경기에서도 전반 종료를 앞둔 시점 제임스 밀너와 충돌하며 무릎 부상을 당했다. 이번시즌에만 벌써 4번째 부상이며 그 부위 또한 사타구니, 무릎, 어깨 등 다양하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이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결장까지 포함하면 결장 기간만 50일이 넘는다는 점에서 이는 아스날에게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아스날은 티어니가 없는 동안 소아레스가 좌측 풀백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아레스는 경기마다 기복이 심한 선수이기에 분명 티어니의 공백을 완전히 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 번째 핵심 선수는 그라니트 자카다. 자카는 장단점이 너무나 뚜렷해 아스날 팬들에게 애증의 선수다. 정확한 중장거리 패스와 빌드업의 기점이 되는 자카의 특성은 아스날 내에서 그 누구도 소화하지 못하는 롤이다. 하지만 자카는 그만큼 압박에 취약하고 잦은 실수와 카드를 받는다는 명확한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 단점을 바꿔준 사람이 다름 아닌 감독 미켈 아르테타다. 아르테타는 부임 초기 공격 시 전진한 좌측 풀백 자리에 자카를 배치함으로써 압박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상쇄함과 동시에 후방 빌드업의 중심이 되도록 했다. 실제 아스날의 골킥 장면을 보면 골키퍼 레노가 센터 백에게 패스한 이후 볼은 항한 그라니트 자카를 향한다.

자카를 더욱 편하게 해준 존재는 센터백 다비드 루이스다. 루이스 역시 공격진으로 한 번에 찔러주는 장거리 패스에 능숙한 선수이기 때문에 상대 공격진은 자카만을 압박하다가는 루이스에게 장거리 패스를 허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자카는 이전보다 압박에서 한결 여유로운 위치에서 플레이할 수 있고, 심지어 본인 역시 자신의 단점을 파울 유도라는 장점으로 승화시켜 경기에서 자카가 넘어지며 파울을 유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자카가 팀에게 더더욱 중요한 이유는 바로 철강 왕이라는 점이다. 자카는 올 시즌에만 모든 대회 46경기(3356분)에 출전 중이다. A매치 기간 당한 부상으로 지난 리버풀 전 출전하지 못했지만, 바로 복귀를 하며 오늘 새벽 펼쳐진 유로파리그 8강 프라하와의 경기에도 출전했다. 부상을 많이 당하지 않을뿐더러 회복 속도 역시 빠르다는 점은 부족한 아스날 중원에 큰 힘이 된다. 혹자는 자카가 가끔 벌이는 실수를 두고 치명적이라며 비판하지만, 이 정도 출전 시간을 갖고 실수 한 번 저지르지 않는 선수가 존재하는 것이 더 이상할 따름이다.

자카가 없는 경기에서 측면으로의 볼 전환은 그 속도가 매우 느려지며 오른발잡이가 좌측으로 볼을 전개하게 되면 볼의 흐름 역시 살지 않는다. 소아레스 같은 오른발잡이가 레프트 백으로 기용될 때는 더욱 두드러진다.

자카의 지난 리그 29R 웨스트햄전 히트맵을 보면 후방 빌드업 뿐 아니라 공격 가담에도 관여하며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를 보다 보면 후반 막판까지 전방 압박을 펼치는 자카의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팀에서 빌드업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선수가 자카 밖에 없다는 점은 그의 존재가 얼마나 귀중한지 보여준다. 자카의 파트너 토마스 파티 역시 자카가 있을 때 더욱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서의 기질을 보여주며 본인의 장점을 드러낸다. 자카의 존재는 본인뿐 아니라 풀백, 중앙 미드필더 등 주변 선수들을 더 빛나게 해주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세 선수 중 한 명이라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아스날의 경기력은 매우 처참하다. 실제 오늘 새벽 펼쳐진 프라하와의 경기에서도 티어니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자, 아스날은 홈 경기였음에도 제대로 된 플레이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더군다나 후반 추가 시간 동점골 허용의 시발점이 소아레스의 강한 백패스로 인한 마갈량이스의 터치 미스였다는 점은 티어니의 부재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세 선수가 동시에 선발 출전했을 때 올 시즌 아스날은 8경기에서 7승 1패를 거두고 있다. 득실 역시 19득점 6실점으로 훌륭하다. 파레토 법칙이 아스날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셈이다.

원인과 배경이 무엇이든 현재 아스날의 리그 순위와 경기력이 클럽 명성에 걸맞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아스날은 하루빨리 이 핵심 선수들이 이탈했을 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일 방도를 찾아야 한다. 그 대안은 이적 시장을 통한 선수 보강일 수도 있고, 감독 교체를 통한 전술 변화일 수도 있다. 방법이 무엇이 됐든 아스날과 아르테타가 이 역경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수영 기자(dnsall123@siri.or.kr)

[2021.04.09. 사진=아스날 공식 SNS 및 홈페이지, 후스코어드 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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