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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이수영 기자]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인가, 이전의 역사를 반복할 것인가?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여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의 기로에 섰다.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1대2로 석패한 여자축구대표팀은 오는 13일 중국 쑤저우올림픽축구센터에서 2차전을 치른다. 이번 2차전 결과에 따라 사상 최초로 여자축구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무대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 보다 이목이 쏠리는 경기다.

이번 경기를 통해 여자축구대표팀이 얻을 수 있는 세 가지 수확은 다음과 같다.



  • 사상 최초 남녀축구대표팀 동시 올림픽 본선 진출

지난해 AFC U-23 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계 최초 9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 지은 남자축구대표팀과 달리, 여자축구대표팀은 아직 올림픽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1996 미국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여자축구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대표팀은 대륙별 예선이 처음 치러진 2004 아테네 올림픽부터 본선 무대 진출을 위한 혈투를 벌였다. 하지만 네 대회 모두 본선 문턱 앞에서 좌절하고 말았으며 이번 도쿄올림픽마저 본선 진출에 실패한다면 다섯 대회 연속 본선 진출 실패라는 아쉬운 결과로 남게 된다.

한국대표팀이 이번 올림픽 본선 진출을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이유에는 첫 올림픽 본선 진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올림픽 여자축구에서 아시아 지역에 배분되는 티켓은 고작 두 장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상 호주, 일본, 북한, 중국 등에 밀린다. 실제 일본과 중국은 올림픽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은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하기 때문에 본선 진출을 위한 경쟁 상대에서 빠졌다. 더군다나 북한이 정치적 이유로 대회에 기권한 상황이기에 이보다 한국대표팀이 본선 진출에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언제 올지 모른다.

여자축구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무대에 진출하게 된다면 여자축구 역사를 새로 쓸 뿐 아니라, 남녀대표팀이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 무대에 동시 출전하게 된다. 2012 리우 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이라는 쾌거 이후 올림픽 축구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진 요즘, 여자축구대표팀이 본선 무대에 함께 진출한다면 국민들에게 더욱 큰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더불어 23세 이하로 참가 연령이 제한되는 남자축구와 달리 여자축구는 나이와 상관없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자축구대표팀의 올림픽 본선 진출은 한국여자축구의 세계적 경쟁력을 보일 좋은 기회 역시 될 것이다.

  • 대한민국 A매치 역대 단독 최다 골을 향하는 지소연

현재 지소연의 A매치 누적 득점은 58골.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전 감독의 역대 A매치 득점 1위 기록과 타이다. 하지만 지소연은 아직도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군다나 그 존재가 한국 여자 축구의 상징 ‘지메시’면 말이다.

[A매치 득점 순위()]

1위 차범근: 58

2위 황선홍: 50

3위 박이천: 36

(출처=KFA 기록실, 2020.11.17. 기준)

 

[A매치 득점 순위()]

1위 지소연: 58

2위 전가을: 38

3위 유영아: 32

(출처=KFA 기록실, 2021.04.08. 기준)

한편 지소연은 한국 나이 만 30살이다. 축구 선수로서 적은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지소연뿐일까? 이번 중국과의 2연전에 차출된 한국 여자 축구의 황금세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다른 핵심 선수들 역시 전성기 나이에 해당하거나, 지난 선수가 많다. 조소현(만 32, 토트넘), 이민아(만 29), 김정미(만 36), 장슬기(만 26) 이하 인천현대제철, 이금민(만 26, 브라이튼), 여민지(만 27, 수원도시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4년 뒤인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을 위한 경쟁에 이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을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골키퍼 김정미는 벌써 다섯 번째 도전인 만큼 이번이 올림픽 본선 무대 진출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사실은 지소연을 필두로 역대 한국 축구에서 가장 막강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여자축구대표팀이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뤄내야 할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 올림픽 진출을 통해 씻어버릴 수 있는 중국전 징크스

남자축구와 달리 여자축구에서 중국은 강호다. 실제 피파랭킹 15위에 랭크돼있기도 하며 한국 역시 중국과의 전적에서 이번 1차 플레이오프(이하 1차 PO) 포함 38전 4승 6무 28패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올림픽 예선에서 만난 5번의 경기에서도 1차 PO 포함 1무 4패다.

중국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가장 최근 경기는 2015년 동아시안컵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며, 이번 1차 PO를 제외한 가장 최근 경기 역시 2019년 부산 동아시안컵 당시 거둔 0대0 무승부 경기다. 이 무승부는 중국전 4연패를 끊은 경기였지만, 이번 1차 PO에서 또다시 석패하며 여자축구대표팀은 중국전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화요일에 치러지는 2차 PO에서 한국대표팀이 1차전 결과를 뒤집으며 올림픽 본선 무대 진출을 이뤄낸다면, 이보다 의미 있는 중국전 승리는 없을 것이다.

다만 단순히 승리한다고 한국이 본선 무대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1차 전 홈에서 1대2 패배했기 때문에, 연장전 없이 본선 무대 진출을 확정 짓기 위해서는 최소 두 골 이상의 득점이 필요하다. 원정 다득점 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두 골을 집어넣더라도 한 골을 실점하게 된다면 1차전과 동률을 이루어 연장전에 돌입하게 된다. 홈에서 두 골을 헌납하며 패배한지라, 원정에서 본선 무대 진출을 확정시키는 것이 결코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희망이 있다면 2차 PO에서는 1차전에 선발 출전하지 못했던 유럽파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금민, 조소현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지소연 역시 역대 중국전 세 골을 기록하고 있는 등 충분히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1차전에서 지소연의 폼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판은 깔린 상태다. 이 판이 한국여자축구 역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지, 또다시 본선 문턱 앞에서 좌절하게 될지는 여자축구대표팀 손에 달렸다. 아무쪼록 여자축구대표팀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국민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전해주길 바란다.

이수영 기자(dnsall123@siri.or.kr)

[2021.04.11. 사진=thekfa 인스타그램, 대한축구협회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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