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유한결 기자] 선수협회가 선수 노조의 역할을 대신함
이처럼 국내 프로 스포츠에는 선수 노조가 생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선수 노조의 역할을 대신하는 ‘선수 협회’가 현재 존재한다. 프로야구 선수 협회의 경우 그들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국 프로야구선수들을 대표하는 단체로서 선수들을 대변하고 권익을 보호하며 복지증진을 목표로 설립된 단체”이다. 프로축구 선수 협회 역시 홈페이지에 “한국프로축구선수를 대표하는 단체로 대한축구협회 및 프로축구연맹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축구의 발전에 공헌하고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힘을 갖고 있지 않다.
출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연혁
그래서 그들이 목표로 정한 바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요구 사항에 대해서 리그나 구단 측에서 무조건 들어줘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특히 프로야구 선수 협회는 노조와 비슷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프로 선수들의 권익을 위한 단체 결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비록 거센 반대에 부딪혀 실질적인 단체 결성은 2000년에 이루어졌지만, 꾸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프로 축구의 경우 프로 야구보다 한참 늦게 출발했지만,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리그 경기 수가 줄어도 선수단의 동의 없는 일방적인 임금 삭감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출했다(배진남, 2020). 이처럼 출발은 늦지만, 일종의 선수 노조와 비슷한 역할을 하며 프로 축구 선수의 권익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2. 연구 목적
– 선수 노조 결성이 불가능한 국내 프로 스포츠의 현실과 필요성
이처럼 선수 노조가 결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선수협을 결성했다. 그러나 표1에서처럼 수많은 반대에 부딪혔고, 오히려 선수들은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 강제로 트레이드가 되었음은 물론, 노조가 결성되면 구단을 해체해버리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들어야 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 노조 즉 ‘노동조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프로 스포츠 선수는 현행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점과 프로 스포츠 선수가 한 명의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해보도록 하겠다.
3. 연구 방법
이번 연구는 기존에 이미 진행된 연구를 통해 실시하고자 한다. 2009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노조 결성을 시도하며 다양한 선행 연구가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하려고 한다. 또한, 북미스포츠에서 각각의 선수 노조가 때로는 파업을 진행하는 등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에 대한 연구도 참고할 것이다.
4. 연구 문제 및 결과
– 프로 스포츠 선수협회가 일종의 노조 역할을 대신하면서 발생한 문제가 있는가?
앞에서 제시한 내용을 통해 우리는 선수협회가 일종의 노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선수협회는 공식적인 노조에 비해 상당히 제한적이다. 먼저 우리나라의 법령에서 노동조합법 제2조를 보면,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 간에 임금ㆍ근로시간ㆍ복지ㆍ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인 노동쟁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한, 4조에서 “노동조합이 단체교섭ㆍ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된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어서는 아니 된다”라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노조의 경우,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없는 선에서 노동쟁의 즉 파업이나 태업을 진행해도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노조는 다양한 법률을 통해 그 가치와 영향력을 존중받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노동법상, 파업의 진행 조건이 너무 간단해서, 기업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다(문지운과 황순민과 강영운, 2018). 하지만 선수협은 노조가 아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누릴 수 없다. 예를 들어 앞서 제시한 MLB나 NHL과 같은 파업이 일어날 경우, 법적으로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구단의 부당한 대우에도 별다른 반기를 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불합리한 제도는 공통으로 구단의 단독적인 지배권과 선수에 대한 구단의 지나친 구속성과 전속 성에서 문제가 된다(김지선과 이근모, 2011).
이처럼 여전히 국내 프로 스포츠에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제도가 존재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선수의 의사에 상관없이 구단 간의 합의만으로 팀을 떠날 수 있다. 프로 야구에서 드래프트 제도, 보류선수제도, 트레이드 제도 그리고 자유계약(FA) 제도는 대표적인 선수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라는 비판이 있다(한삼인과 정두진, 2012). 이 제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소속 팀을 옮기거나 선택하는 데 있어서 선수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여전히 많은 선수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속팀을 옮겨야 했고,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했다. 미국에서는 이런 제도에 반발심을 갖고, ‘트레이드 거부권’을 통해 선수 스스로 반강제적인 이적을 방지할 수 있다(김지선과 이근모, 2011). 비단 야구에서만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불과 작년 당시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이었던 김호남은 갑작스러운 트레이드 통보에 만삭의 아내와 함께 갑작스럽게 팀을 옮겨야 했다. 현재 K리그에는 소속된 팀에서의 계약 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할 경우, 선수는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제23조 선수 계약의 양도)이 있다. 그것을 거부할 경우 임의탈퇴 공시까지 가능하다(서호정, 2019). 그뿐만 아니라 보상금 제도로 인해 실질적으로 원소속팀과 계약 기간이 끝나 자유계약 선수 자격을 얻어도,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로 인해 계약 기간이 끝나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도 완전히 자유롭게 이적하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부당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상황이다. 최근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에서 선수협과 많은 대화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노조와 같은 대우는 받지 못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리그나 구단이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헌법 제21조 1항에서 결사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프로 스포츠 선수들이 자신의 권익과 친목을 위하여 결사체를 만드는 것은 헌법에서 보호하는 권리이다. 이러한 결사의 자유가 침해되면, 침해당사자는 형사·민사적 책임을 져야 하며 재판청구권의 행사를 통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선수협의회는 노동조합의 성격을 가진 기구로서 인정받아야 하며, 이를 인정하는 경우에만 단체협상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법률적 강제를 통한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백승흠, 2015). 프로 야구와 프로 축구 모두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리그나 구단이 굳이 선수협의 의견을 반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선수에게 부당한 규정이 없어지지 않고 있고, 구단이나 리그가 갑의 위치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한결 기자(hangyul9696@naver.com)
[21.7.27, 사진 = PIXABAY 무료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