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김귀혁 기자] 수원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수원 삼성은 지난 2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8라운드 경기에서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거두며 같은 날 승리한 대구FC에 밀려 하위 스플릿 순위인 7위로 떨어졌다.

1년 동안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모든 팀이 겪지만, 수원의 롤러코스터 낙차는 다른 어느 팀보다도 크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로 인해 휴식기를 갖기 직전만 하더라도 수원의 순위는 리그 2위였다. 9승 6무 4패를 거두는 동안 이 기간 최다 득점인 29점과 함께 실점 역시 18골만을 허용하며 이 부문 리그 3위였다.

수원이 전북과 울산이 주름잡던 우승 경쟁에 합류하며 시즌 판도를 알 수 없는 흐름으로 끌고 간 것이다. 수원 팬들 역시 지난 시즌 ACL에서 의외의 선전을 시작으로 보여준 경쟁력 있는 모습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염없이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던 수원의 롤러코스터였다.

그러나 너무 높게 올라갔던 걸까. 휴식기 이후 후반기를 가진 수원은 8경기 2무 6패로 하염없이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전반기 올라간 것만큼 비례하여 후반기 부진의 페이스 역시 종잡을 수 없다.

변화의 폭이 크지는 않았다. 고승범이 입대를 했지만, 5년 만에 프랑스를 거쳐 독일에서 돌아온 권창훈이 있어 겉보기에는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전반기 수원의 상승세를 이끈 산하 유스 매탄고 출신들과 시너지를 기대하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고승범의 부재가 생각보다 컸다. 왕성한 활동량과 공격 가담으로 팀의 중심을 잡던 고승범이 빠지자 중원에서의 간격 유지에 실패하고, 역할이 정립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시즌 초반 정확한 전환 패스로 시발점 역할을 하던 한석종은 잦은 부상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며, 최성근 역시 한석종의 자리와 함께 고승범이 커버하던 활동량까지 담당하느라 부담이 늘었고, 결국 27라운드 수원FC전에서 부상으로 교체아웃됐다.

공격에서는 김건희의 이탈이 뼈아프다. 속도, 드리블, 피지컬 등 만능 공격수의 모습을 뽐내며 전반기에만 5번의 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됐다. 그러나 탈장 치료를 위해 독일로 출국하며 전력에서 나갔다. 정상빈 역시 부상으로 3주 정도 나오지 못한다. 김건희와 함께 시너지를 뽐낸 제리치는 전방에서 고립되는 현상이 잦아졌고, 니콜라오는 기회만큼의 결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우측 윙백 김태환도 부상으로 3주 정도 결장이 예상된다. 특히 윙백들의 활약이 중요한 3백에서 왼쪽 이기제와 함께 측면을 헤집었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더 아쉽다.

결국 선수이탈과 부상이라는 꼬리표가 수원의 후반기를 험난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인 것이다. 물론 입대는 어쩔 수 없었고 부상이라는 돌발적인 변수 역시 팀이 완전히 컨트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탈한 자리에 대한 보강과 함께 왜 부상이 왔는지를 생각해보면 일정 부분 책임도 있다.

전반기 수원의 선발 라인업은 매 경기 큰 변화가 없었다. 특히 좌우 윙백과 중원, 수비진의 경우 극히 일부만 로테이션을 하며 시즌을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매탄소년단이라 불리는 매탄고 출신의 선수들이(정산빈-강현묵-김태환) 깜짝 활약하며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팀 유스 출신 선수들의 활약은 어떤 팀이건 큰 환호성을 불러일으킨다. 바르셀로나의 경우 2000년대 후반부터 약 5-6년간 구단 유소년팀인 라 마시아 출신의 선수들이 절정의 폼과 호흡을 과시하며 유럽을 호령했다. 이 시기 바르셀로나에 영감받아 유스에 대한 예찬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렇다면 바르셀로나는 이후에도 구단 유스 출신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활약했을까.

안타깝게도 바르셀로나는 매해 엄청난 이적료를 지출하며 유럽 축구 이적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쿠티뉴의 1억 4500만 유로(한화 약 1980억원)를 포함, 우스만 뎀벨레(약 1710억원), 앙투앙 그리즈만(약 1643억원) 등 엄청난 이적료를 지출했다. 물론 능력 이상의 이적료 사용으로 현재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여기서 쟁점은 세계 최고의 유스 시스템을 보유한 바르셀로나도 영입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구단 유스 출신 다수가 팀의 주축이 되어 활약하는 모습은 자본주의에 휩싸인 축구계에 낭만을 준다. 그러나 낭만이 현실이라는 단어와 대척점이 있는 만큼 바르셀로나의 과거 모습이 다시 나타날 확률 역시 드물다.

수원 역시 마찬가지다. 전반기 매탄소년단의 활약은 팬들의 찬사와 함께 많은 언론의 관심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에 수원의 얇은 선수층은 묻히고 말았다. 매 경기 비슷한 선발 라인업 속 로테이션에 실패했고, 그 결과 현재 수원이 자랑하는 매탄고 출신의 선수 3명을 포함 4명이 부상이다. 이에 따라 다른 선수들의 체력 부하도 가중되어 경기 후반에 돌입할수록 간격이 벌어지고, 막판에 실점하는 일이 잦아졌다.

유스의 중요성은 백번 말해도 모자라다. 모든 팀, 더 나아가서는 한국 축구의 뿌리를 형성하며 더 나은 유스 시스템은 많은 선수의 유입을 이끌며 장기적으로 팀에 보탬이 된다. 최근 U22 제도만 봐도 이러한 흐름에 편승한다.

그러나 유스 자체에 대한 신봉 역시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술했듯 유스가 주축이 되어 팀 전체를 이끌었던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드물며, 이것이 자본주의적 메커니즘에 휩싸인 현대축구에서는 더욱더 어려운 이야기다. 유스는 지속적인 선수 발굴을 위한 장기적인 시스템이지, 이것을 팀 전력 자체로 치부해버리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수원의 후반기 부진은 매탄소년단이 불고온 광풍에 휩싸인 나머지 고승범의 공백을 포함해 선수 보강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물론 팀의 재정적인 상황이 녹록지 않을 수 있고, 특히 여름 이적시장에서 매물을 찾기란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수원이 보여줬던 전반기 모습, 그리고 화려했던 과거를 비추어 볼 때 작금의 상황은 꽤 아쉽다. 유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선수 보강 역시 적절하게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유스는 필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김귀혁 기자(rlarnlgur1997@siri.or.kr)

[21.08.31 사진 = 수원 삼성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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