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선수들의 대전료 보안 방안 #1에 이어서

Ⅱ. 본론

1) 참담한 복싱 대전료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국내 프로복싱 대전료 규모는 프로라 불리기 힘들만큼 적은 규모다. 보수적인 복싱 문화 특성상 공식적으로 대전료가 공개된 곳은 없지만 KBM 슈퍼웰터급 챔피언인 유성민 선수가 타이틀전을 통해 받은 금액은 40만원에 불과했다. MBC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에 2014년 11월 24일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당시 34살의 프로 복서 이영균 선수는 슈퍼미들급 타이틀매치에서 패한 후 받은 대전료는 150만원이었다. 1라운드당 15만원으로 계산해서 10라운드까지 계산된 금액이지만 온전히 이 금액을 다 가질 수 없다. 매니저와 트레이너에게 줘야 하는 비용을 빼니 75만원 정도였으며 서울에서 대회 개최지인 대구 달성군까지의 교통비와 숙박비는 모두 이영균 선수의 몫이었다. 무려 반년을 준비한 노력의 대가가 이 정도 규모이다. 사실상 프로라는 타이틀이 주는 화려함은 없어진 지 오래다.

하지만 복싱 선수들 사이에서는 대전료 규모는 차치하고서라도 제대로 된 날짜에 지급받는 것만 해도 좋다고 하는 실정이다. 2014년 3월 1일에 열린 IFBA 여자 미니 플라이급 세계 타이틀전에서 김단비 선수가 3차 방어에 성공했지만 받기로 했던 1,000만원을 받지 못했다. 기획사 측은 권투위원회에 대전료 1,000만원을 공탁했지만, 권투위원회는 당시 내분으로 어수선한 상태라 서류 관리를 하지 못한데 생긴 것을 이유로 들며 대전료 지급을 거부했다(시사매거진 2580, 2014). 현재 WBA 여자 슈퍼페더급 챔피언인 최현미 선수도 지난 2010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출현 당시에는 대전료를 한 번도 못 받았다고 알려진 적이 있다. 유성민 선수 소개할 때 언급했던 KBM 단체가 가장 인기있는 이유도 대전료를 당일 지급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식적으로 소개된 경우 말고도 대전료 지급이 원활한 시기에 이뤄지지 않은 적이 많음을 의미한다.

한편 대전료가 중간에 새는 경우도 있었다. 2013년 9월 8일 경남 거창에서 펼쳐진 IFBA 여자 슈퍼플라이급 세계 타이틀 매치에서 승리한 유희정 선수는 대전료로 1,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여기서도 트레이너나 매니저에게 줘야 하는 여러 비용들을 빼면 실수령액은 530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주최 측이 대회가 끝나고 거창군에 제출한 대전료 내역 확인서에는 유희정 선수에게 2000만원의 금액이 표시되어 있었다. 당시 같이 출전했던 프로 복서 유명구 선수 역시 200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와 있었으나 실 수령액은 100만원이었다.

이 대회에서 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거창군이 해당 대회에 지원한 5,000만원 중 해외 선수들에게 지불한 비용은 3,000만원 가량이었다. 이중 호텔비에 356만원이 지출 내역에 적혀져 있었는데 실상은 여관이나 모텔에서 숙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 마중 나온 사람도 한국권투위원회 소속 직원이나 대회 관계자가 아닌 같은 대회 참가자인 유명구 선수였다. 심지어 유명구 선수는 이들을 여관으로 데려다주면서 결제한 숙박비를 당시에 받지 못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시사매거진 2580, 2014). 대전료 지급의 여부를 떠나서 정당히 받아야 할 노력에 대한 대가를 어디선가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2) 선수 보험 관련 문제

선수들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은퇴 이후 혹은 현역 생활 중 가장 고생을 많이 하는 스포츠 중 하나가 복싱인데 이는 복싱의 경기 운영 방식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종합격투기가 한 번의 스탑으로 경기가 마무리되는 반면, 복싱은 녹다운이 되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면 심판이 판단한 뒤 다시 경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헤비급 선수 기준으로 펀치의 평균 가속력은 50G 정도로 알려져 있고, 일반 복서의 펀치는 자신의 체중 대비 3배 정도의 강도라고 말한다.

이런 충격을 그대로 받음에도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참고 경기에 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버티면 충격을 받아 휴식을 취해줘야 할 뇌가 충분히 쉬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계속해서 이어지면 이른바 펀치 드렁크라 불리는 뇌세포손상증이 찾아오게 된다. 대표적으로 무하마드 알리가 은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파키슨병을 진단받으며 이후 삶에 실어증 같은 후유증을 낳게 됐다. 위와 같은 위험성으로 영국의학협회(BMA)에 따르면 1945년부터 1993년까지 복싱 경기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361명에 달한다고 추정한다(영국의합협회, 1993). 이로 인한 사망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술했듯이1982년 김득구 선수가 레이 맨시니와의 WBA 라이트급 타이틀전 경기에서 그의 펀치를 맞고 의식불명에 빠진 뒤 깨어나지 못했으며(원용석, 2012), 최요삼 선수는 WBO 플라이급 타이틀전에서 판정승 이후 뇌출혈로 쓰러지며 세상을 떠났다(남정훈, 2016).

워낙 안타까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복싱이기 때문에 KBC 한국권투위원회는 선수들의 대전료 일부를 건강보호기금으로써 뒀다. 이는 공인 10회전 이상 출전한 선수가 대전료의 1%를 원조한 것으로 조성된 기금으로 여기서 선수는 위탁자, 한국권투위원회는 수탁자, 이를 통해 치료를 받는 선수는 수익자로서의 신탁 관계를 형성한다(김영균, 2007). 그런데 문제는 최요삼 선수가 숨질 당시 기금에서 나와야 할 치료비나 위로금을 선수 가족 측에서 전혀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런 사고가 있고 2년 6개월 뒤인 2010년에 배기석 선수가 같은 방식으로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숨을 거둘 때도 기금에서 나온 돈은 전무했다(시사매거진 2580, 2014). 하지만 이에 대해 알 수 있는 수단은 전무하다. 비영리의 사단법인으로 구성된 한국권투위원회이기 때문에 회원들에게 회계 내역을 공개하거나 외부 감사를 받을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대전료와 더불어 건강보호기금에서도 잡음이 일어나자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선수에게 돌아간 것이다.

대전료 및 선수 보험 관련 처우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

 결국 이번 연구의 목적은 금전적인 문제로부터 초래되는 선수들의 대전료 및 안전과 직결되는 보험 관련한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헝그리 복서’라는 말이 있듯이 복싱은 예전부터 배고픈 스포츠였다. 한국에서 본격적인 태동도 일제강점기를 통해 전파된 것이며 이때 복싱은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투쟁적인 요소가 강했다. 해방 이후에는 가난했던 시절 덕에 그 중 할 수 있는 스포츠 중 하나가 이미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인프라 확충이 이뤄졌던 복싱이었다. 춥고 배고픈 환경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은 그 선수로 하여금 국민적 정서를 투영하게 했다. 모두가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 배고픔을 이겨내고 있다는 것에서 맥락을 같이 했기 때문에 더욱 큰 공감을 자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국민 소득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먹고 사는 문제가 옛날만큼 생명적인 영역으로 직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헝그리 복서’ 정신을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언일 뿐이다. 세상이 변했는데 여전히 옛 세상에 맞춰 탄생한 담론을 강요하기보다, 그 변화된 세상에 맞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에 고여 있던 인식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레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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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eacherreport.com/articles/2456159-ufc-reebok-deal-who-wins-who-loses-on-ufcs-new-uniform-deal

UFC announces how much fighters will be paid through Reebok deal

김귀혁 기자(rlarnlgur1997@siri.or.kr)

[21.10.19,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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