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얼마 전, 미국프로농구(NBA)로부터 한 가지 소식이 날아왔다. 르브론 제임스가 소속된 LA 레이커스가 비비고(bibigo)와 5년 1억 달러(1,176억 원) 규모의 유니폼 스폰서십을 체결했다는 것이다(성유진, 2021). 한국에서 만두, 김치 등으로 익숙한 그 비비고가 맞다.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제품의 세계화를 위해 스포츠 스폰서십을 활용했다. 지난 18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에서도 비비고 브랜드가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노출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맨시티에서의 넥센타이어, NBA에서의 기아자동차 등 한국 기업이 세계 스포츠 시장 곳곳에서 보인다. CJ가 레이커스 유니폼에 비비고 로고를 붙이는 데 쓰는 돈은 1년에 약 230억 원이다. 이는 국내에서 웬만한 프로스포츠 구단의 1년 운영비와 비슷하다. 국내에서 직접 팀을 운영하는 것보다 해외리그 팀 유니폼 한쪽에 브랜드를 노출하는 게 더 가치 있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국내 시장에는 한계점이 있다. 우리나라 프로스포츠는 철저한 내수 시장이다. 국내 리그를 해외에서 보는 한국 외 국적의 팬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 리그가 중단됐을 때 한시적으로 국내 리그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KBO리그는 미국 ESPN을 통해 미국 현지 중계가 이뤄지기도 했다(인용). ESPN은 KBO리그를 거쳐 간 외국인 선수들을 초청하는 등 한국시리즈까지 꾸준히 중계를 이어갔다. 그렇지만 해외 리그가 재개된 이후 국내 리그 관심도는 다시 떨어졌다. 이처럼 단기간에 잠시 이름을 알렸던 경험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경우는 없다. 세계화를 표방하는 기업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다.

기업이 야구단에 쓰는 돈
프로야구는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문화체육관광부(2021)에 따르면 “2019년 5개 프로스포츠 시장(야구, 축구, 농구, 배구, 골프)의 입장 수입 규모는 총 약 1,237억 원이었으며 이중 프로야구가 948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이는 전체 리그 대비 77%로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다. 국내 리그 중 규모 면에서 프로야구를 따라갈 종목은 없다. 그만큼 기업이 야구단을 운영할 때 들어가는 비용 역시 매우 많다. 별도로 모기업의 지원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이하 히어로즈)를 제외한 9팀의 매출, 영업이익 및 지원금을 비교해봤다.

[표1: 2019년 KBO리그 9+1 구단 매출, 영업이익 및 지원금 규모]
위 표는 2019년 KBO리그 10개 구단의 감사보고서를 기반으로 했다. 매출액 중 모기업 지원금 비율은 27.9%(두산)부터 59.8%(KT)까지 분포한다. 보통 지원금은 광고비 명목으로 처리되어 매출에 합산되며 평균적으로 매년 약 200억 원이 쓰인다(DART, 2020). 2019년 기준 KBO리그 10팀 중 절반인 5팀이 흑자를 기록했다. 프로야구가 적자 산업이라는 외부의 의견과 다른 모습이다. 2018년 롯데 자이언츠는 72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DART, 2019). 그렇지만 높은 지원금 비중을 고려했을 때 과연 흑자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매년 수백억 원의 모기업 지원금이 없을 때 외부 기업 광고를 통해 빈자리를 100%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상 히어로즈를 제외한 모든 구단의 기업이 매년 적자를 보며 야구단을 운영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코로나19로 관중 입장이 제한된 작년과 올해의 상황은 더욱더 좋지 않다. 2019년 관중 수(7,286,008명) 대비 작년은 4.5%, 올해는 10월 22일 기준 15.6%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KBO, 2021). 이에 따라 입장 수익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야구 구단 운영의 이유?
해외 유명 구단의 유니폼 스폰서, 프로야구 구단 지원금 모두 매년 200억 원가량의 돈이 쓰인다. 본인이 기업의 CEO라면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가? 이는 기업의 방향성, 소비자 타깃, 그리고 CEO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자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의 인지도 형성과 브랜드 확장이 주목적이 될 것이다. 이종하, 석혁기(2009)에 따르면 2007년 LG 전자는 코파 아메리카 후원에 참여함으로써 전반적인 인지도 상승을 부추겼으며, 브랜드 이미지 확장 효과를 냈다. 스포츠 스폰서십은 직접적인 매출에 영향을 줄뿐더러 매체를 통한 간접효과가 나타난다. 야구단 운영은 어떨까? 앞서 살펴봤듯이 현재 야구단 운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유니폼 스폰서십과 마찬가지로 홍보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구단 운영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며 팬들에게 관람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기업과 팬들 간 관계를 형성,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임기태, 장경로, 2004). 현재 KBO리그에는 롯데, SSG와 같이 소비자의 생활에 가까운 기업부터 두산처럼 인프라 사업에 초점이 맞춰진 기업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때로는 기업의 손익, 홍보 효과를 따지기 전에 CEO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기도 한다. 현재 프로야구팀의 구단주 중에는 야구광으로 꼽히는 인물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두산 베어스의 박정원, SSG 랜더스의 정용진, 그리고 NC 다이노스의 김택진 구단주 등이 있다. 특히, 두산 그룹 박정원 회장은 야구장에 출몰하는 빈도가 가장 많은 구단주로 꼽힌다. 두산은 2010년대 그룹의 위기 속에서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모트롤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면서도 적자 사업인 야구단은 끝까지 사수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제9 구단 창단 당시부터 적극적으로 야구 사랑을 표현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 6경기를 모두 직접 관람하며 팀의 창단 첫 우승을 지켜봤다. 그는 故 최동원 선수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승 이후 트로피와 함께 고인의 유골이 안치된 납골당을 찾기도 했다(천영철, 2020). 이처럼 구단주의 선호도에 따라 구단 운영 결정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구단 운영을 통한 홍보 효과가 떨어지거나 경영권의 세습으로 구단주의 관심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 순간 야구단 운영의 매력이 떨어지고 구단은 한순간에 존속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한국의 인구절벽 문제와 프로야구의 인기 하락 등으로 내수 시장의 매력이 떨어진다면 기업은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KBO리그는 이러한 문제가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야구단 운영에 손을 놓는 순간, 구단은 어떻게 될까?

극심한 재정 위기
가장 먼저 나타나는 상황이 재정 문제다. [표1]에서 본 것처럼 KBO리그 구단의 모기업 지원금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매년 수백억 원씩 들어오던 지원금이 끊기면서 구단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KBO리그의 유일한 자생 구단인 키움 히어로즈의 사례를 통해 모기업 지원의 끊길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히어로즈는 2008년부터 모기업 없이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현 서울 히어로즈)의 운영 하에 KBO리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강필주, 2008). 그리고 프로야구 창단 이후 지속적으로 재정난을 겪었다. 서울을 연고로 하지만 팬덤의 규모가 크지 않아 마케팅과 티켓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이 쉽지 않았다. 창단 직후인 2008년에는 프로야구 가입금을 제때 지불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이재국, 2008). 결국 몇 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2009년 연말이 되어서야 가입금 완납이 이뤄졌다(김성원, 2009). 2008년에는 ‘우리담배’와 3년 300억 원 규모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었으나 우리담배가 경영난으로 후원금 지급에 애를 먹었다. 결국 그해 8월 스폰서 계약이 철회됐다. 2010년 넥센 타이어와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이 이뤄지기 전까지 메인 스폰서 없이 구단을 운영하기도 했다(권기범, 2010). KBO리그에서 구단 매출 중 관중 수입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2019년 히어로즈의 전체 매출(422억) 중 구장 관련 수입은 16.1%(68억)에 불과했다(DART, 2019). 관중이 아무리 늘어도 수익 증대에는 한계가 있고 이에 따라 구단은 스폰서십을 통한 수익 극대화가 필요하다. 구단은 자금 조달을 위해 영업 활동에 열을 올려야 할 것이다.

프로야구는 국내 프로스포츠 중 운영비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에 매년 수백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모기업이 떠나 장기적인 재정 위기가 예상되는 경우 운영비 규모는 역시 자연스레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선수, 코치진, 프런트 등 인력의 규모를 줄이거나 연봉 하락에 동반될 수밖에 없다. 특히 선수 연봉은 구단 운영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강호정, 원도연, 황선환(2012)에 따르면 프로야구 구단은 평균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도 선수단 운영비 증가분을 따라가지 못해 경영상태에 문제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비효율성을 제거함으로써 경영상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최근 10년간 FA 시장에서 선수들의 계약 규모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하지만 경기력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이 따르며 몸값 거품론이 나왔다. 최근 프로야구에서의 선수 연봉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표2: 2019-2021년 KBO리그 10구단 평균 연봉 지출]
KBO(2021)에 따르면 지난 3년간 KBO리그 10개 구단은 평균적으로 매년 약 100억 원을 선수 연봉 지급에 사용했다. 여기에는 FA 계약 선수와 신인 선수 계약금, 그리고 옵션 비용이 제외됐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는 구단별로 적게는 몇억 원부터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추가 지출 비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전체 선수 중 연봉 1위에는 추신수(27억 원, SSG)가 이름을 올렸으며 양의지(15억 원, NC), 박병호(15억 원, 히어로즈), 최정(12억 원, SSG) 등이 뒤를 잇는다. FA 계약금을 포함한 연평균 금액은 양의지(31.25억 원)로 파악된다. 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선수 평균 연봉은 1억 2,283만 원이다. 전반적인 연봉 규모가 2019년부터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작년 대비 10%가량 줄었다.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의 경우 최근 3시즌 동안 평균 총 연봉이 80.5억 원으로 리그 평균을 밑돌았다. FA 계약을 꺼리는 구단 지침상 계약금이 포함된 수치로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적으로 불안하다면 FA 4년 계약 기준 80억 원 이상의 거액 지출은 불가능에 가깝다. 연봉이 높은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보단 어리고 유망한 선수들을 키우는 것이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이에 따라 히어로즈는 창단 초기부터 반강제적으로 선수 육성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재정적인 불안은 꾸준히 있었다 이에 따라 2009년부터 다른 팀에게 주요 선수들을 넘겨주고 웃돈을 받는 형식의 현금 트레이드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사실상 이적료를 받고 선수를 파는 행위였다. 당시에는 구체적인 현금 규모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최근 KBO 자체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액수가 밝혀졌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히어로즈는 12건의 트레이드에서 총 189억 5천만 원의 현금을 받았다(KBO, 2018). 이때 다른 팀으로 넘어간 선수는 대표적으로 이택근, 장원삼, 황재균 등이 있다. 팬덤 확장에 열을 올려야 할 시기에 스타플레이어의 이탈은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김화룡, 김성겸(2009)은 스타 선수의 출전 여부 및 경기에 나서는 유명 선수의 출전 수가 관람 만족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Kim, 이준원, 김은정, 김용만(2006)은 FA나 트레이드를 통해 구단의 대표 스타플레이어를 내놓을 경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스타플레이어의 유출은 그 자체로 부정적이지만 이로 인한 경기력 하락 역시 문제가 된다. 히어로즈도 이런 점을 부정적인 점을 모르지 않겠지만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모기업 지원의 이탈로 인한 재정 위기는 여러 방면에서 문제를 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크게 봤을 때 2가지 전제 조건이 있는데 바로 ‘적게 쓰고’, ‘많이 버는 것’이다.

 

2편에서 계속…

이영재 기자(youngjae@siri.or.kr)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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