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아스날의 핵심 수비수 벤 화이트(26)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소집을 거부하며 이에 대한 영국 내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5일(한국시간)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다가오는 브라질과 벨기에와의 3월 A매치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25인의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 부카요 사카(아스날) 등 주축 선수들이 모두 차출된 가운데, 이번 명단에서도 벤 화이트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로써 화이트는 사실상 다가오는 유로 2024에서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리그 단독 1위를 질주 중인 아스날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화이트의 대표팀 미 차출을 두고 영국 내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돌고 있다. 실제 화이트는 지난 2022 카타르월드컵 이후 한 번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적이 없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에 따르면 화이트 본인이 소속팀 구단 관계자를 통해 대표팀 차출 거부 의사를 직접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대표팀으로서는 차출 의사가 계속 있었지만, 카타르월드컵 이후 화이트가 줄곧 대표팀 차출을 거부하고 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지난 카타르월드컵 당시 화이트는 대회 도중 개인 사정으로 중도 하차하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홀랜드 대표팀 수석코치와의 불화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사우스게이트 감독에 따르면 대표팀 차출 거부가 그 이유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대표팀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화이트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직접 표명했다.

한편 화이트의 행동을 두고 영국 내 축구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영국 방송사 <BBC>는 “화이트가 조국을 대표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미국 스포츠 언론 <디 애슬레틱>은 “발탁 여부의 장단점을 떠나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뒤 대표팀 차출을 거부하는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라며 화이트를 비판했다.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출신 스탄 콜리모어(53)는 “수치스러운 일이며, 모든 선수가 화이트처럼 행동한다면 대혼란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대표해 소집되는 건 영광스러운 일인데, 화이트는 그 기회를 거절했기 때문에 누가 감독이든 상관없이 다시는 소집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잉글랜드 대표팀 전 감독 해리 레드냅 역시 <토크스포츠>에서 “화이트에게 대표팀 문을 닫아야 하며 기회는 끝났다. 그의 행동은 역겨운 일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 앞으로 더 이상 절대 출전하지 말아야 한다. 고맙다”라면서 화이트를 맹비난했다.

반면 <가디언>은 ”사람들의 의견은 과도한 도덕적 상대주의의 적용이다. 대표팀 지도자들이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가고 싶도록 동기부여 해야 한다”라면서 화이트의 손을 들어줬다.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저메인 제나스(39) 역시 <BT스포츠>에서 “모든 사람이 애국적인 것은 아니며, 우리는 그들을 이해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는 ‘너는 조국을 위해 싸워야만 해’ 같은 고정 관념적인 선수들을 좋아하는데, 축구에 대해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면서 화이트의 입장을 이해했다.

그렇다면 과연 운동선수들은 대표팀 차출에 의무적으로 임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부상이나 몸 상태의 이유로 대표팀 차출을 거부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아스날 저널리스트 찰스 왓츠에 따르면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된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30) 역시 더 완벽한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이번 A매치 기간 가나 대표팀에 차출 제외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 외 이유로 대표팀 소집을 거부하는 경우는 사실 흔한 일은 아니다. 다만 그 누구도 선수에게 소집을 강요할 수는 없다. 운동선수들은 대표팀 선수이기 이전에 소속팀에서 급여를 받고 뛰는 클럽 선수이며, 선수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이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듯,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차출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가를 대표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며,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목표다. 소집이 되고 싶지만 뽑히지 못하는 선수도 굉장히 많다.

정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초점이 선수의 ‘소집 여부’가 아닌 선수가 대표팀 안에서 임하는 ‘태도’로 바뀌어야 한다. 차출이 되었는데도 태도가 좋지 못한 선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차출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맹비난하기에는 선수를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이해하는 태도가 부족하다.

선수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 의견을 지지해주는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 화이트는 지난 3월 14일(한국시간) 아스날과 2028년까지 1년 연장 옵션을 포함한 재계약을 체결했다. 우측 풀백으로 포지션을 바꾼 후 완벽하게 적응하며 팀 파죽지세의 핵심이 된 화이트가 앞으로 대표팀 소집과 관련해 어떠한 태도를 취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이수영 기자(sdpsehfvls@naver.com)

[2024.03.18. =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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