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정재근 기자] 류은규, 강현석과 같은 선수들이 라크로스 경기뿐만 아니라 JTBC 축구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에서도 활약을 하며 국내 라크로스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스포츠미디어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에서는 빛나게 활약하고 있는 한국 라크로스 선수들을 알리는 기사를 작성하고자 한다.
이 시리즈의 일곱 번째 인터뷰 대상 선수는 용인외대부고이자 U-20 국가대표 조은빈이다.
(아래 인터뷰는 2024년 7월 12일에 진행됐습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입니다.
Q. 지난 시즌(2023-24시즌)도, 이번 시즌(2024-25시즌)도 라크로스를 향한 뛰어난 열정으로 달려나가는 걸로 알고 있어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실 수 있나요?
지난 시즌은 ‘많이 컸다’, 이번 시즌은 ‘잘 버텨보자’ 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시즌은 제 라크(라크로스) 실력이 가장 많이 성장한 기간이라고 생각해요. 두 번의 고교리그, 식시즈(sixes), U-18 국가대표 등의 경험을 하면서 기본기부터 대회 실전 감각까지 다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훈련을 더 하고 싶어서 피닉스라는 팀에 들어가서 활동하기도 했어요. 반면에, 이번 시즌은 사실 시즌 초부터 슬럼프가 찾아와서 너무 힘들었어요(작은 목소리로). 개인적으로 바쁜 일정에 라크를 하는 횟수까지 늘어나다 보니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면서 ‘내가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조금 괜찮아졌지만 이번 년도 입시가 가까워질수록 다시 슬럼프가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상황 속에서 라크를 멀리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플레이하면서 잘 버텨보자는 게 제 이번 시즌 목표인 것 같습니다(웃음).
Q. 라크로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처음 시작할 때 들었던 생각들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외대부고에 입학하기 전에 학교와 관련된 여러 정보를 찾아보다가 유튜브에 올라와 있던 저희 학교 영상에 라크로스 동아리가 나온 걸 보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수영, 발레 등의 운동을 하다가 중학교 막판에 입시 때문에 아무 운동도 하지 못하던 상황이 너무 답답했던 지라 ‘외대부고 가서는 꼭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새로운 스포츠를 경험하고 싶은 생각이 합쳐져 시작하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처음에 시작할 때는 그냥 ‘잘하고 싶다’,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운동을 할 때 늘 진심을 다해서 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담담한 목소리로).
Q. 외대부고가 작년에 아쉽게 고교리그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어요. 당시에 주장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마지막 골이 먹혔을 때 드셨던 생각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마지막 골이 거의 5초를 남기고 들어간 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저희가 4:5에서 내리 2골을 먹히면서 6:5로 경기를 마무리했는데 그때는 사실 현실을 부정했던 것 같아요(진지한 목소리로). 대회를 준비하면서 고생을 너무 많이 했고, 이기고 싶은 마음이 어느 때보다 컸기 때문에 ‘남은 2초에 내가 한 골 더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지막 드로우(draw) 하기 전에도 모든 팀원들한테 아직 안 끝났다고 외치기도 했었고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번에도 우승을 못 가져왔다는 생각에 씁쓸하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공존했던 것 같습니다(작은 목소리로).
Q. 하지만 올해는 달랐어요. 우선 고교리그 우승 축하드립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에 들었던 생각과 고교리그를 준비하면서 힘들었거나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을까요?
제가 26초를 남기고 결승골을 넣었고,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저희 팀이 4:5에서 6:5로 역전을 했거든요(기쁜 목소리로). 그래서 마지막 골을 넣고는 침착하게 마음을 다스리다가 게임 종료 휘슬이 불리자마자 ‘드디어 우승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울컥했던 것 같아요. 1학년 때부터 2학년 말까지 한 번도 우승을 못했는데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고교리그에서 우승을 하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우승을 못하고 졸업한 선배들 생각도 많이 났던 것 같아요. 지난 3번의 고교리그에서 어쩔 수 없이 결과에 눈물 지을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이 기억들이 너무 아프고 외면하고 싶지만서도, 저를 한편으로는 좋은 선수이자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기 때문에 3번의 2등을 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담담한 목소리로).
Q. 공부를 하면서 라크로스까지 하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거라 생각해요. 두 가지 다 굉장히 잘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밸런스 조절을 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공부와 라크로스를 각각의 극복도구로 이용하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부터 밸런스 조절을 잘 하지는 못했어요. 1학년 때는 라크가 너무 재밌어서 공부보다 라크가 우선시됐던 순간도 많았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공부를 놓을 수는 없으니까 2학년부터는 공부를 하다가 힘들면 라크를 하고, 라크를 하다가 힘들면 공부를 하는 방법을 쓰기 시작했어요. 공부를 하면서 문제가 안 풀린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싶으면 스틱을 들고 연습하러 나가고, 라크를 하다가도 ‘실력이 안 느는 것 같다’, ‘질린다’라는 생각이 들 때는 다시 공부를 하러 가면서 두 개를 서로의 대체제로 활용하다 보니까 두 개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확연히 적어지고 밸런스도 잘 맞추게 된 것 같습니다.
Q. 주장을 2년이나 하셨다고 들었어요. 주장을 맡으시면서 어려웠던 점 그리고 반대로 좋았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주장을 맡게 된 건 작년 2학년 2학기부터고, 2학년 1학기에는 차장으로서 훈련 진행을 먼저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어려웠던 점은 라크에 대한 지식 부족과 리더십의 부재가 모두 합쳐져서 스스로 부족한 주장이라는 점을 받아드리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훈련을 진행해야 될까’에 대한 고민은 늘 따라다녔고, 엄격하게 팀원들을 이끌다보니 감정적인 힘듦도 늘 겪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주장이어서 좋았던 점은 팀원들이 제 훈련에 대한 만족을 많이 표현해주고, 잘 따라주었던 사실인 것 같아요. 제가 새로운 훈련을 가져가거나, 자세한 피드백을 해주면 항상 팀원들이 와서 고맙다는 표현을 많이 해줘서 저도 힘을 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팀원들이 훈련할 때부터 대회에 나갔을 때 모두 저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내가 좋은 주장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 주장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었어요.
Q. U-20 국가대표로 선발이 되셨어요! 국가대표까지 도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그리고 선발이 확정됐을 때 들었던 생각도 궁금해요.
작년에 U-18 국가대표로 선발이 되어서 일본에 3일간 갔다 왔는데, 준비 기간부터 대회 기간까지 그 과정 속에서 얻은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단기간이었지만 실력도 많이 늘었고, 좋은 인간관계도 만들 수 있었고요. 그래서 U-20 국가대표 모집 공지가 올라왔을 때, 작년의 좋은 기억을 살려 겪고 있는 슬럼프를 없애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또, 저는 어릴 때부터 여러 운동을 겪어왔기 때문에 국가대표라는 자리가 얼마나 영광스러운 자리인지 그 의미를 잘 알고 있기에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선발 확정됐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뻤고, ‘그래도 내가 여태까지 라크를 허투루 하지는 않았구나’하는 생각과 국가대표로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Q. 8월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마인드 컨트롤이나 자기관리나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부상을 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제가 발목 만성통증, 허리디스크를 진단받았어요. 약한 발목 때문에 정말 훈련 한 번 할 때마다 발목도 한 번씩 꼭 다치고, 허리도 자주 아픈데 이 부상으로 인해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는 게 스스로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재활운동, 정기적인 치료를 병행하면서 부상방지에 힘쓰고 있습니다.
Q. 이번 시즌 꼭 세우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손에서 라크를 놓지 않고 싶어요. 입시에 아직 본격적으로 돌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바쁜 순간이 너무 많아서 라크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올해 많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입시를 시작하게 되면 더 바빠지면서 어쩔 수 없이 라크에 시간투자를 거의 못하게 될 텐데, 그래도 아예 라크를 손에서 놓고 싶지는 않아요. 정말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개인적인 연습을 하면서 내년 시즌을 대비할 수 있게 꾸준함을 갖추고 싶습니다.
Q.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라크로스 관련 인물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제 롤모델은 용인외대부고 팀의 주장이었던, 지금은 서울 진도스 팀에서 뛰고 있는 서규민 선수입니다. 언니는 제가 이렇게까지 라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장본인이자, 저한테 정말 큰 버팀목이에요. 라크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것도 언니를 통해서고, 매번 라크를 하면서 힘든 순간이 생겼을 때는 언니와 대화를 통해서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업과 라크의 균형을 잘 맞추면서 두 가지를 다 잘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니처럼 꼭 멋진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늘 생각하고 있고요. 라크에서도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이자, 인간적으로도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은 규민언니 한 사람이고, 저도 언젠가 저런 멋진 사람,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Q. 졸업 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일단, 대학을 진학하기까지 약 반년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못했던 라크도 하고, 고등학교 때 못 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많이 쌓고 싶어요. 여행도 다니고,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도 하면서 또 다른 저를 찾을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싶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여행지마다 라크를 하는 영상을 찍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 이후에는 대학에 진학해서 제 전공인 건축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고, 사이사이 라크를 놓지 않는 것도 목표입니다.
Q. 용인외대부고 라크로스 가족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내 라크 인생에서 너희는 아직까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 너희와 같은 팀원으로서 필드에서 같은 목표를 갖고 뛸 수 있어서 행복했고, 영광이었어. 부족한 주장인 나를 무려 짧게는 1년 반, 길게는 2년이라는 시간동안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라줘서 고마워. 내가 너희의 버팀목이자 자랑이었듯, 너희도 주장인 나에게 큰 자부심이자 자랑이야. 다들 고생많았고, 앞으로도 우리 꼭 행복하게 라크하면서 좋은 결과와 함께하자.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정재근 기자(jjk8869@naver.com)
[24.07.15. 사진 = 조은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