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조혜연 기자] 스페인의 리빙 레전드 루디 페르난데스(39, 196cm)가 2024 파리 올림픽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페르난데스는 스페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조벤투트 바달로나,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며 스페인리그 우승 7회, 코파델레이 우승 7회, 스페인 슈퍼컵 우승 9회, 유로리그 우승 3회 등 뛰어난 업적을 쌓았다. 지난 시즌에는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56경기 평균 14.1분 출전 3.6점 1.9리바운드 1.1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겼다. 짧지만 NBA에서도 뛰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던베 너게츠를 거쳤다. 첫 시즌이었던 2008-2009시즌에는 포틀랜드 소속으로 정규리그 78경기에서 평균 25.6분을 뛰며 10.5점 2.7리바운드 2.0어시스트로 활약했다. NBA 통산 기록은 정규리그 249경기 평균 24.0분 출전 9.1점 2.4리바운드 2.2어시스트다.

그리고 페르난데스는 스페인 국가대표로 굵직한 업적 또한 남겼다. 2004 아테네 올림픽부터 2024 파리 올림픽까지 무려 6회 연속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스페인의 2008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 2012 런던 올림픽 은메달,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동메달을 함께 했다. 이밖에 FIBA 농구 월드컵 우승 2회, FIBA 유로바스켓 우승 4회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1985년생, 어느새 노장이 된 그는 파리올림픽이 선수 커리어의 라스트 댄스였다. 39살 백전노장임에도 조별 예선 3경기에서 평균 17.2분 동안 3.3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정신적 지주로서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스페인 농구 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릴의 피에르 모루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캐나다와의 2024 파리올림픽 남자농구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85-88로 패배하며 1승 2패에 그쳤고, ‘죽음의 조’ A조 4위로 추락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패배로 조별예선을 1승 2패로 기록한 스페인은 호주, 그리스와 동률을 이뤘지만 결국 세 팀간의 득실차에서 밀리며 조별리그 탈락을 면치 못했다.

페르난데스는 파리올림픽 직전 인터뷰에서 “나는 파리를 즐기려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약속했다. 파리에서의 여행을 이어가 팀원들과 즐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나는 20년 동안 국가대표팀에 있었다.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 때 그 시절의 선수들, 그리고 감독들에게 대표팀 정신을 배웠다. 베테랑이 된 지금 어린 선수들에게 대표팀 경기의 중요성, 그리고 헌신에 대해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 팀에 스타 플레이어가 없더라도 항상 경쟁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파리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아직 이곳에 있기에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스페인이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건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 24년 만이다. 특히 페르난데스와 함께한 스페인은 단 한 번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적이 없었다. 그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스페인은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남기지 못해 일찍 올림픽을 끝내게 되어 아쉬움을 남겼지만 페르난데스의 투혼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스카리올로 감독은 페르난데스를 향해 찬사를 보냈다. “나는 페르난데스를 직접 지도할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 많은 대회, 많은 경기에서 지도했다. 그는 선수 시절 내내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굴복하거나 포기하지 않았고 그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경쟁심이 강했고 또 헌신적이었다. 개인적인 상황, 건강 등을 떠나 항상 자신의 자리에 있었다”며 “페르난데스가 보여준 모습은 동료들, 그의 뒤를 따라가는 사람들, 그리고 전 세계 모든 선수에게 좋은 예가 된다. 모든 사람이 좋은 점프, 좋은 재능, 좋은 기술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우수한 정신력, 정서적 노력으로 결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을 페르난데스가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의 이날 패배 이후 1985년생의 베테랑 가드 루디 페르난데스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페르난데스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슬픔과 평화가 공존한다”며 자신의 마음을 설명했다. 그는 “이제 조용히 가족과 시간을 보낼 때가 왔기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페인 대표팀, 소속 클럽 팀에서 정말 많은 걸 경험했고 이제 더 이상 토너먼트나 여정을 겪을 수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 슬프다. 나는 스페인 대표팀을 그리워할 것”이라며 작별 인사를 보냈다.

관건은 다음 세대에서 어떻게 황금세대의 성과를 바통터치할 수 있을지다.

아쉽게도 현재 주축을 이루고 있는 산티 알다마, 윌리 에르난고메스, 알렉스 아브리네스 같은 선수들은 황금세대 선배들만큼의 위압감을 코트에서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국제무대를 호령하는 새로운 스타가 등장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스페인이 지난해 열린 19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다음 세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19세 이하 월드컵 우승을 이끈 이잔 알만사와 조르디 로드리게스, 올해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36순위로 지명된 천재 가드 후안 누네즈 등이 미래로 꼽힌다.

페르난데스는 후배들이 이끌어갈 스페인 대표팀의 미래를 응원했다.

그는 “후배들이 우승을 다시 차지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는 다시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이다. 물론 파우(가솔), 마크(가솔), 나바로가 더 이상 대표팀에 없지만 우리 팀의 젊은 선수들은 자신들의 농구가 곧 대표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조혜연 기자(hyeyeon0722@naver.com)

[ 사진 출처 = FIB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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