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정재근 기자] ‘국가대표 복귀, 그리고 다시 맞이한 결정적 순간’

 

2023년 박종덕이 7년만에 국가대표로 복귀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진출이 좌절되고, 정말 힘들었어요,”라며 무거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평창 올림픽 당시 개최국 자격으로 한국 남자팀도 드디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선발전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그들의 도전은 멈춰졌다. 목표로 했던 올림픽 진출이 좌절되니 팀 구성원들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팀이 개편되던 순간에 박종덕은 스킵이라는 자리에 올랐다. 처음하는 포지션이기에 부담이 컸다고 말문을 열었다.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 박종덕이 매일 밤 되새기던 말이다. 그의 간절함과 팀워크가 결국 2023 한국컬링선수권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은 느낌이었어요.” 전에도 대표팀을 많이 해본 그이지만,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예전에는 마냥 좋았다면 이번에는 최고의 순간이지만, 기쁨 반 걱정 반이었다고 말을 이어갔다.

우승 비결을 묻는 말에는, 팀이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뭐든지 함께하고, 나이가 어리더라도 본인의 의견을 아낌없이 피력할 수 있는 팀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에 우승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함께’한 강원도청은 하나가 되었고, 그것이 큰 시너지와 에너지를 내어 우승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박종덕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팀이다.

 

많은 걱정을 했던 박종덕이다. 하지만 범대륙 선수권에서 그들은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름하여 금의환향했다. 한국 남자 컬링은 해당 대회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강원도청 선수들은 보란듯이 스스로를 증명했다. “준비한 모든 게 잘 통했고 잘 맞아 떨어졌어요.” 그가 한 문장으로 정리한 범대륙 선수권이다. 그만큼 예선에서는 놀라운 연승을 보여주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는 결승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일방적으로 무너진 게 아니고, 마지막 부분에서 삐끗한 게 아쉽긴 해요,”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직전 한국컬링선수권에서는 준우승을 하며, 국가대표 자리를 유지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을 못 간 건 아쉽지만, 세계선수권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세계선수권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들에게는 너무나 아픈 기억이지만, 박종덕은 그 기억을 ‘좋은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에는 다시 대표가 되어 전보다 나은 실력과 성적을 증명하고 싶어요.” 그의 강한 의지가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동시에 성지훈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표현했다. 팀에서 유일한 미필 선수였기에 군면제를 위해서는 대표팀이 됐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지훈은 강릉시청의 김경애와 함께 믹스더블 국가대표 자리를 잡았고, 아시안게임을 넘어, 올림픽까지 다시 달리고 있다.

“지훈이는 우리나라에서 스위핑으로는 탑(top)이에요. 지훈아, 항상 믿고 있고 올림픽까지 파이팅하자(웃음),” 짧은 한 마디였지만 박종덕이 팀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성지훈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그는 따뜻한 리더십으로 강원도청의 기둥이 되어주고 있다.

이처럼 강원도청은 잘 준비하고 있다. 2월에 있었던 동계체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한 경기 한 경기 그리고 투구 하나하나 집중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컬링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본인과 팀원들의 진심이 언젠가 하늘에 닿을 것이라 믿고 있다. 그리고 그 믿음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꿈을 꾸고 있다.다

“2024 세계선수권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아픈 기억을 다시금 꺼냈다. 이어 “너무 아프고 속상하고 버티기 힘들었고 멘탈도 무너지고…” 말을 하며 고개를 숙이는 박종덕이었다. 그가 이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팀원들에게 고마웠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다들 힘들었을 텐데 저한테 좋은 얘기만을 해줬어요,”라며 팀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박종덕은 지는 경기를 다시 보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모든 경기를 다시 보며 천천히 공부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처음엔 ‘실패’라고 생각했던 세계선수권이 지금은 ‘도약’으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속상한 만큼 기억에 남고, 힘든 만큼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계선수권에 다시 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대표가 돼야 하기에 다사오는 6월 선수권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이예준 코치도 언급했다. 이예준은 같이 선수생활을 해오던 선수이자 현재 룸메이트이다. 그런 만큼 서로를 잘 알고 존중하고 있다. “항상 많은 얘기를 나누고 얘기도 잘 통해요.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죠(웃음),”라며 이예준에 대한 싶은 신뢰를 드러냈다. 세계선수권에서도 본인의 샷이 계속 실패했기에 충분히 포지션 교체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예준은 박종덕을 끝까지 믿었다. “이런 것도 겪어보고 이겨봐야지.” 경기 중에 이예준이 그에게 했던 말이다. 그때 그는 이예준이 본인을 많이 믿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마웠다고 한다.

 

그의 경기 전 루틴은 무엇일까? 그는 예전 시합 영상을 일부러 틀어둔다고 한다. “보면서 자신감도 얻고 그 분위기에 같이 흘러간다는 느낌으로 경기에 임해요,”라며 이것이 나름대로 본인의 방법이라 설명했다.

그리고 경기를 하면서는 팀원들과 많은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 박종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택의 순간이 올 때마다 강단있게 본인의 의견을 어필한다고 얘기하는 그였다. “동생들도 저를 믿고, 제가 자신 있는 샷을 하라고 말해줘요.” 이 말에서 강원도청 선수들이 서로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어 “경기 중 다른 팀에 비해 말을 많이 나누는 것도 우리의 장점이라 생각해요,”라며 주어진 띵킹타임(thinking time)을 꽉 채워쓰는 편이라 했다. 한 스톤 한 스톤 낭비하지 않고 헛되지 않도록 서로를 의견을 공유하는 강원도청이다. 이들의 경기를 보면 이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컬링은 경기할 때 선수들이 마이크를 찬다. 따라서 관중들은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들을 수 있다. 서로 말을 많이 하되, 부정적인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으로 그들은 항상 경기에 임한다.

 

박종덕은 강원도청 가족들에게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관계자분들을 포함하여 영석이, 승훈이, 기복, 기정, 지훈이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박종덕은 올해로 강원도청 14년차 소속이다. 지금까지 본인을 품어주고 팀원들도 자기를 믿고 같이 동행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한다. 이어 이제는 준비는 끝이 났다고 한다. “얘들아, 앞으로 더 재밌게 컬링하고 더 멋있는 팀으로 성장해보자!” 박종덕의 마지막 말이다. 그가 얼마나 팀원들에게 의지를 하고 있고 믿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랜 시간 합을 맞춰온 그들이기에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승부사 박종덕의 질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았던 그이기에 국가대표를 탈환할 수 있었다. 이어 아픔도 있었지만 그는 이겨내고 또 다른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꿈꾸고 있다. 3편이자 마지막 편에서는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정재근 기자(jjk8869@naver.com)

[25.03.02. 사진 = 스위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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