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권소현 기자]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끝판대장’으로 불렸던 오승환이 팬들과 작별했다. 그는 21년 간 지켜온 마운드를 떠나며, 마지막까지 오승환다운 모습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9월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2025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 삼성과 KIA의 맞대결이 끝난 후 그라운드는 하나의 거대한 은퇴식 무대로 변모했다. 경기는 삼성의 5-0 완승. 팀은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했고,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는 KBO 사상 최초로 50홈런-150타점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의 중심엔 오승환이 있었다.
삼성은 은퇴를 앞둔 오승환에게 ‘특별 엔트리’를 부여했고, 9회초 마운드에 오르도록 했다. 늘 그랬듯 팀이 앞선 9회, 가장 익숙한 시간이었다. 불펜에서 걸어나온 오승환을 향해 삼성 후배 투수들은 도열해 고개를 숙였다. 마운드 위에서 박진만 감독에게 마지막 공을 건네받은 오승환은 관중석을 향해 모자를 벗고 인사했다.
마지막 상대는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KIA 최형우. 그는 대타로 나서며 선배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KIA 벤치는 이를 받아들였다. 헬멧을 벗고 고개를 숙인 최형우를 향해 오승환은 직구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고, 이어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전매특허처럼 깔끔한 마무리였다.
포수 강민호와 포옹을 나눈 오승환은 더그아웃으로 향했고, 동료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나와 그를 맞이했다. 관중석은 기립박수로 응답했다.
이날 오승환은 직접 준비한 은퇴사를 낭독하며 눈물을 쏟았다. “야구는 내 인생 그 자체였고, 공을 던지는 매 순간이 행복했다”고 운을 뗀 그는 “다시 태어나도 주저 없이 야구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에 대한 언급에선 특히 울컥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며 “오늘 유난히 어머니가 많이 보고 싶다. 하늘에서도 함께 보고 계실 거라 믿는다”고 울먹였다.
“지금의 돌부처 오승환을 있게 한 건, 마운드 위에서 감정을 숨기라고 알려주신 아버지 덕분이었다”는 말에서는, 그의 별명 너머에 있던 인간 오승환의 내면이 드러났다.
은퇴식이 끝난 후, 삼성은 오승환의 등번호 21번을 구단 네 번째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3루 상단에 새겨진 그의 번호는 이제 누구도 다시 달 수 없다. 나아가 삼성은 3루 입장 게이트를 ‘21번 게이트’로 개명하며 영원한 레전드에게 헌정했다.
오승환을 위한 이 날의 행사엔 동갑내기 은퇴 동료들이 총출동했다.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등 1982년생 야구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친구의 마지막을 축하했다. KBO리그 현역 선수들과 일본·미국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 또한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야디에르 몰리나, 애덤 웨인라이트, 다르빗슈 유, 놀런 아레나도 등이 그였다.
마지막 유니폼을 벗은 오승환은 유정근 대표이사에게 직접 전달하며 선수로서의 마지막 절차를 마쳤다. 이어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고, 그라운드 위에서 동료들의 헹가래 속에 하늘로 떠올랐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검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세리머니로, 스스로에게 ‘가장 완벽한 세이브’를 선물했다.
한국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한 챕터가 끝났다. 그러나 ‘끝판대장’의 이름은 영원히 야구 팬들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 그가 보여준 무수한 세이브보다 더 값진, 한 명의 투수로서 걸어온 삶 전체가 바로 야구 그 자체였다.

“후회 없이 던졌고, 후회 없이 떠난다.”
그의 말처럼, 완벽한 마무리였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권소현 기자 (so_hyu@naver.com)
[25.10.01,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공식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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