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권소현 기자] 여름 38℃ 폭염 속에서도 땀을 뚝뚝 흘리며 공을 던지던 프로 선수들은 왜 겨울 영하 10℃ 앞에서는 공조차 제대로 쥐지 못할까. KBO 리그는 매년 3월 초에 개막해 10월이면 시즌을 마친다. ‘폭염은 버티면서 왜 한파는 안 되냐’는 질문은 오래된 팬들의 단골 호기심이다.

축구는 한겨울에도 경기를 치르는데, 왜 야구만큼은 겨울만 되면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걸까. 그 답은 야구라는 종목의 본질적 특성 안에 있다.

야구는 축구·농구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며 체온을 유지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투수의 150㎞ 직구, 타자의 1mm 타이밍, 포수의 프레임 하나까지 모든 플레이가 손끝의 미세 감각에 달려 있다. 이 정밀함은 온도 변화, 그중에서도 추위에 가장 쉽게 무너진다.

장비가 먼저 얼어붙는다: 공·배트·글러브의 ‘물성 변화’

야구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모두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기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가장 먼저 공이 변한다. 공 내부 압력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표면이 딱딱해지고 반발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렇게 변한 공은 타구 비거리를 줄일 뿐 아니라, 투수의 손끝에서 빠져나갈 때 감각이 흐려져 제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수비수 입장에서도 ‘돌멩이 같은 공’을 받는 순간 손바닥과 손가락에 전해지는 충격이 평소보다 훨씬 강해져 부상 위험이 커진다.

배트 역시 추위를 피하지 못한다. 온도가 떨어지면 배트가 더 단단해지면서 임팩트 순간의 충격이 타자의 손에 그대로 전해진다. 금속 배트를 쓰지 않는 프로야구라도, 목재 배트의 강성이 높아지며 손목·손바닥 타박상이나 저림 증상을 호소하는 타자가 크게 늘어난다.

글러브는 가죽이 굳기 시작하는 순간 문제가 커진다. 평소에는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해주던 글러브가 한파에서는 뻣뻣하게 변해 포구 충격을 제대로 완화하지 못한다. 특히 포수나 내야수처럼 빠른 타구를 직접 손에 가깝게 받는 선수들은 손등·손가락 부상의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결국 장비가 얼어붙는 순간, 선수들의 플레이는 경기력 저하를 넘어 부상 위험으로 직결된다. 그래서 겨울 야구는 애초에 출발선에서 불리한 조건을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1mm가 경기 좌우”… 한파는 감각부터 마비시킨다

야구는 작은 감각 차이가 결과를 결정한다. 공을 1mm 앞에서 맞추면 땅볼, 1mm 뒤에서 맞추면 팝업이 된다.

전직 투수 A씨는 이렇게 말한다.

“야구에서 폭염은 힘들 뿐이지만, 한파는 감각을 빼앗습니다. 손끝이 얼어버리면 투수가 던지는 공도, 타자가 맞히는 순간도 모두 흐트러지죠.”

추위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경기력의 기반 자체를 무너뜨린다.

벌판 구조의 야구장… 칼바람에 그대로 노출되는 선수들

야구장은 외야 방향이 완전히 열려 있는 구조다. 축구 전용구장처럼 바람을 막아주는 폐쇄형 구조가 아니다. 겨울철 1~2m/s의 약한 바람만 불어도 체감온도는 순식간에 영하 10℃ 아래로 떨어진다.

추위는 투수에게 가장 치명적이다. 어깨와 팔꿈치 주변의 혈류가 떨어지면 근육은 굳기 시작하고, 관절 가동 범위가 줄어든다. 이 상태에서 강하게 공을 던지면 회전근개·팔꿈치 인대(내측 측부 인대, UCL)의 손상이 한순간에 일어날 수 있다.

‘서 있다가 뛰는’ 야구의 구조… 체온 유지가 가장 어렵다

야구는 타격·투구 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이 대기다. 3시간 넘게 진행되는 경기 동안 야수들은 장시간 서서 추위를 견뎌야 한다.

예를 들어 축구·농구는 지속적 움직임으로 체온 유지하지만, 야구는 공격·수비 전환 시 체온 급격히 떨어진다. 즉 규칙한 웜업·쿨다운 반복은 근육 경직·햄스트링 부담 증가시킨다. 비슷한 영하 5℃라도, 야구 선수의 몸은 축구 선수보다 훨씬 빨리 굳는다. 구조적 차이 때문이다.

팬 환경, 흥행 문제도 무시 못 한다

겨울 야구가 리그 운영과 흥행 측면에서 부담이 되는 이유도 있다. 대부분의 야구장에 난방 인프라 부족하다. 또한 관중 체감온도 급락으로 장시간 체류 불가능한 이유도 있다. 추가적으로 중계 장비 고장 위험 증가한 점과 야간 경기 사실상 불가한 점도 겨울 야구가 불가능한 이유에 속한다.

즉, 추위는 경기력뿐 아니라 팬 경험의 질과 흥행에도 직격탄이다.

그럼 겨울 야구는 영원히 불가능할까?

돔 시대가 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본 NPB처럼 돔구장이 충분히 확보되면 겨울 야구가 반드시 불가능한 건 아니다. 고척스카이돔, 청라돔(예정), 잠실 신축 돔 구장 등 인프라 확장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리그 일정의 계절 변화’ 가능성도 조금씩 열리고 있다.

완전 밀폐형 돔은 바람·기온·습도까지 제어할 수 있어 한파 속에서도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 KBO가 향후 리그 기간을 확대할지 여부도 결국 돔구장 확산 속도에 달려 있다.

폭염은 견딜 수 있어도, 한파는 ‘야구의 정밀함’을 무너뜨린다

KBO가 겨울 야구를 하지 않는 이유는 의지나 전통 때문이 아니다. 야구라는 종목은 공·장비·근육·구장 구조 등 거의 모든 요소가 ‘정밀함’에 의존한다. 한파는 그 정밀함을 가장 빠르고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환경이다.

선수 안전, 경기 질, 팬 경험까지 고려하면 겨울 시즌 운영은 지금으로선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돔구장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한국 프로야구의 계절은 언젠가 겨울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KBO 리그는 과연 미래에 ‘겨울 스포츠’로도 팬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 답은 야구 인프라의 다음 세대가 쥐고 있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Information)

권소현 기자 (so_hyu@naver.com)

[25.11.19, 사진제공 = 키움 히어로즈 공식홈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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